korman
2018. 9. 29. 18:07

그건 세월이었을까?
한가한 버스 중간쯤에 앉았다가 승차문 안쪽 위에 걸려있는 거울을 보았다.
거울 속에 어느 버스승객의 낯선 얼굴이 보였다. 그도 나처럼 안경을 썼다. 머리카락 몇 개만 있는 속없는 머리 정수리도 보였다. 안경 너머로 내려앉은 눈꺼풀도 보였다.
거울 속의 그와 눈이 마주쳤다. 난 민망하여 고개를 돌렸다. 다시 바라본 거울 그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내가 고개를 돌리자 그도 돌렸다.
거울 속의 그와 조금씩 낯이 익어갔다. 본 듯한 얼굴인데 누구였더라. 버스에서 내리려 일어서자 그의 얼굴도 거울에서 사라졌다.
길 위에서 혼자 웃었다. 그 거울 속 낯선 얼굴은 나였다. 욕실 거울에 매일 가까이 비추는 얼굴 그런데 버스 거울에는 왜 그리 낯설게 비치었을까?
그건 세월이었을까?
2018년 9월 29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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