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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

korman 2025. 5. 25. 15:50

비 내린 후 내소사 뒷산의 운무

키오스크

내가 참여하고 있는 동네 단체에서 운영하는 교육프로그램 중에 영어회화를 가르치는 시간이 있다. 중학교 수준의 회화를 가르치고 있다. 나이든 분들이 꽤 많이 참석하는 것으로 보여 담당에게 노인 축에 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그 나이 드신 분들이 지금 회화를 배우는 이유를 물었다. 담당도 그게 궁금하여 노인 수강자들에게 물었더니 “해외여행가서 쓰려고”라는 대답이 많았다고 하였다. 중학교수준의 회화를 잘 구사하면 여행에 불편함은 없을 것이라는 데에는 나도 동의한다. 그렇다고 하여도, 우리나라에서도 그렇지만, 외국 어디에서나 다 영어가 통하는 것은 아니다. “책장의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다 잊어버리는 나이인데 회화교육보다는 차라리 노인층에서 사용하기 쉬운 핸드폰 번역앱을 선정하여 그 앱의 사용방법을 반복적으로 가르쳐드리는 게 해외여행에는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영어뿐만이 아니고 여행간 나라의 말이 다 되는 게 번역기인데”라는 농담을 건넸다. 한 가지 약간의 애로사항이 있다면 국내는 물론이지만, 특히 해외에서 와이파이가 되지 않는 곳에서는 앱을 사용하는데 대한 해외데이터이용요금이 발생한다는 데 있다(내가 일가로). 물론 국내에서도 전화요금제에 따라 추가 데이터요금이 필요한 경우가 있고 없고 하지만 해외에서도 출국 시 선택, 계약한 로밍요금제에 따라 다르다고 하겠다. 그렇다고 노인 축에 드는 분들이, 자식들이 잘 선택해 드리지 않는 한, 그런 것들을 잘 따져가며 사용하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나도 번역앱을 가끔 사용한다. 외국에 가지 않더라도 어쩌다 외국인들과 대화를 나누어야 할 기회가 생기기는 하지만 번잡스럽게 그걸 사용해야 할 만큼의 빈도나 시간이 주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앱사용 방법을 잊지 않기 위하여 국내에서 연습하는 용도로 작동을 시키곤 한다. 그럴 때마다 혼자 이야기 하는 것이 숙달되지가 않아 곧 꺼버리곤 하지만 앱을 사용하면서 전화기 말고 앱만 들어있는 단말기는 없을까 생각하곤 한다. 휴대용 번역 키오스크라고나 할까. 해외에 나갈 때 로밍을 하곤 하지만 난 길거리에서 꼭 필요한 정보를 찾아야 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와이파이가 되지 않는 곳에서 전화기를 켜진 상태로 가지고 다니지는 않는다. 온갖 안내문자나 광고 및 불필요한 정보들이 국내처럼 쏟아져 들어오며 그게 모두 추가적인 해외데이터요금을 발생시킬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난 게 전화기 같은 기능은 없고 번역기능만 있는 키오스크 형태의 단말기가 있으면 유용하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내가 모르고 있을 뿐 그런 단말기가 벌써 상품화 되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요즈음 시중에 늘어나는 것이 키오스크라는 것이다. 특히 요식업소에 많이 설치되어 있다. 따라서 이런 기계와의 말없는 대화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 분들은 밥 한 끼 사먹는데도 애로사항이 늘어가고 있다. 어렵게 한 곳의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데 좀 익숙해졌다 하더라도 다른 곳의 그것을 사용하는 데는 여전히 어려운 점이 존재한다. 키오스크마다 표기된 메뉴가 다르고 사용방법도 약간씩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선택한 상품을 인원에 따라 추가하든가 곁들인 상품을 추가하여야 할 경우 어떤 것에는 ‘+’ 표시가, 어떤 것에는 ‘추가’ 표시가, 또 어떤 것에는 ‘다음’ 표시 등등 추가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로 공통적이지 않기 때문에 주어진 단추를 누르는 것에 주저하게 된다. 또한 노인 분들은 누군가가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면 불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메뉴 선택에 실수도 하게 되고 할 수 있는 것도 잘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런 이유로 글자가 좀 크고 메뉴가 단순한 노인용 키오스크가 있었으면 하는 게 내 생각이지만 상업성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에 법의 뒷밭임이 필요한 사항이라 할 수 있겠다. 요새 고객 상대를 많이 하는 업체에 전화를 하면 말로 하는 ARS라는 게 있다. 자판을 누르는 데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 대한 배려라고도 할 수 있겠다. 따라서 노인분분들에 대한 말로 하는 키오스크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덧붙여 현금을 사용 못하는 결제 시스템도 신용카드가 없는 청소년들이나 노인들에게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에 현금사용이 어렵다면 충전용 버스카드로의 결제 도입도 필요해 보인다.

내가 경험한 키오스크 중에서 가장 복잡하게 되어 있는 것은 한 햄버거 매장의 키오스크였다. 대중적인 햄버거매장이 모두 비슷하게 단품이나 묶음 상품을 키오스크에 표기하고 있다. 묶음에는 기본적으로 콜라와 감자튀김이 포함된다. 따라서 묶음상품을 선택하면 단순히 그 묶음에 대한 값이 표기되고 그 값을 결제하면 상품이 전달되게 하면 간단할 텐데 이 매장의 키오스크에는 묶음에 속해있는 기본적인 것 외에도 추가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음료나 다른 사이드메뉴를 모두 같은 화면에 한꺼번에 나열해 놓고 선택하게 함으로써 잘못 누르면 나도 모르게 추가비용이 발생될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하게끔 만들어져 있다. 다른 매장들도 유사하기는 하지만 이곳은 너무 많은 것들이 한 화면에 작고 복잡하게 나열되어 있어 키오스크에 숙달된 젊은 사람들도 그 앞에서 시간을 가져야 하게끔 만들어 놓았다. 요새는 이런 스낵류의 먹거리를 즐기는 노인 분들도 많다. 따라서 키오스크의 디자인에 사용자의 다양성이 고려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키오스크(Kiosk)라는 말을 처음 들은 건 영어를 대한지도 한 참 지나서였다. 그 때는 요새 사용하는 무인 키오스크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원어의 해석 그대로 길거리에서 대중이 접근할 수 있도록 앞면이 터진, 요새 우리 인도에 설치된 가판대 같은 것이었지만 이제는 무인계산대 성격의 모든 것, 공항의 셀프인카운터까지도 키오스크라 부르고 있다. 이런 개념이라면 병원의 접수대, 은행의 현금자동지급기까지도 키오스크의 범주에 들 수 있겠다. 이제는 이런 것들을 모두 AI가 관장한다는 광고가 늘어가고 있다. 변화하는 디지털시대에 빨리 적응해야 하는 것이 노인들의 힘든 일 중 하나라면 사람과 사람이 기대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을 AI에 기대어 있는 현대인들 모두가 걱정스러운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느 날 여기저기서 개발된 AI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또 자신들을 위한 AI를 개발한다고 하면? 옛날 만화나 영화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현실화 되어가고 있으니 노인의 괜한 걱정과 상상력이 늘어날 수밖에. 

2025년 5월 23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Q1gVTmVXIBU 링크

Xuefei Yang plays "Eterna Saudade" by Dilermando Reis on a 1925 Santos Hernande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