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잡다한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와인 이야기 - 나히토 히로후미

korman 2025. 7. 8. 15:27

250619 - 250630 
세계사를 바꾼 와인 이야기 - 나히토 히로후미 (서수지 옮김) - 사람과 나무사이

 

우선 나는 ‘와인(Wine)’이라는 단어를 접할 때 마다 우리의 ‘포도주’는 어디로 갔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통상적으로 와인이라고 하면 포도를 재료로 하여 빚은 술을 말한다. 우리의 경우 술에는 그 재료에 따라 이름이 붙는다. 포도가 기본재료이면 ‘포도주’, 사과가 그러하면 ‘사과주’, 매실이 주재료면 ‘매실주’, 보기 좋게 인삼 한 뿌리가 병속에 놓이면 ‘인삼주’ 등등이다. 서양에서도 달리 부르는 특별한 이름이 없는 한 과일 이름이 들어가는 게 있을 텐데 우리처럼 그리 부르는 건 애플와인 정도이고 다른 과일 이름은 들어보지 못하였다. 내게 외산을 접할 많은 기회가 없었기도 하겠지만 아마도 그들에게는 전통적으로 다른 이름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우리에겐 어린아이들에게까지 익숙한 ‘사이다(Cider)’가 서양인들에게는 알콜을 함유한 사과주, 즉 ‘애플와인’으로 인식되어 있다고 하니 다른 과일주도 그렇게 달리 부르는 이름이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사과가 많이 나는 지방에서는 서양식 사이다를 만들고 있는데 그 이름이 우리말로도 사과주가 아니라 ‘사과와인’ 혹은 ‘애플와인’이라 한다고 한다. 그러니 내가 찾는 포도주는 와인에 가려 사라진 게 당연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사이다가 사과로 만든 와인으로 불린다 하더라도 지구촌에서 일반적으로 ‘와인’이라는 것은 포도를 발효시킨 술을 말한다. 사람들의 대화 도중에도 특별한 과일 이름을 말하지 않는 한 ‘와인’하면 모두 ‘포도주’로 인식하는 게 당연시 되어있다. 우리에게 와인 이전 원래의 포도주는 집에서 큰 병에 포도를 잔뜩 넣고 병이 차도록 소주를 부은 후 설탕을 넣어 소주와 더불어 발효가 일어나도록 기간을 두었다가 체에 걸러서 마시는 술이었다. 이런 집에서 만드는 과일주가 우리의 주조법에는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양조에 속한다고 하면 허가받지 않은 밀주가 되겠다. 달콤한 것에서부터 씁쓸한 맛이 나는 것까지 세계 각국의 와인들이 모두 수입되는 요새도 그렇게 집에서 포도주를 담그는 집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포도주라고 하는 걸 처음 만난 게 언제인지 기억에는 없지만 그 포도향과 더불어 알코올의 달콤함은 갖가지 맛의 와인을 대할 수 있는 지금도 잊히지는 않는다. 요새도 마트에 가면 큰 투명 유리 혹은 플라스틱 병과 함께 과실주용이라 쓰인 2리터 물병만한 소주병을 만날 수 있다. 통상 우리는 그리 담근 온갖 과실주를 보약이라 생각하며 마셔왔지만 포도주가 대세였고 대중적이었다. 그런데 그게 와인으로 변하면서부터는 술의 한 종류가 아닌 일부 애호가들의 특별한 음료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겠다. 집사람은 매해 매실 철이 되면 조그만 간장단지 하나 가득 매실과 설탕을 넣는다. 1년 후 단지를 열고 거르면 매실청이 나온다. 다음에는 그걸 조금 덜어내어 소주 한 병을 부어야겠다. 그러면 집사람이 매실청을 거를 때 나는 낭만적으로 매실주를 거르면 좋지 않겠나. 술 익는 마을이라 흥얼거리며.

와인을 즐기시는 분들이나 서양인들은 와인을 술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냥 우스갯소리로 술이 아니니 미성년자들이 마셔도 되지 않나 한다면 생각이 성립되려나? 서양에서도 미성년자들에게 와인을 허가하였다는 소리는 듣지 못하였다. 알코올이 들어간 음료는 모두 술이라 인정하는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견해와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리의 포도주는 술이다. 소주를 부어 만든 것으로 소주의 알코올 함유량이 기본적으로 그대로 남아 있으니 향커피처럼 ‘포도 향소주’라 할 수 있으려나? 나도 가끔 와인을 대한다. 그러나 와인 잔을 마주할 친구나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가장 즐기는 소주도 혼자서는 병뚜껑을 열지 않으니 집에 있는 와인병도 그렇기 때문이다. 집사람이 좀 대적을 해 주면 좋겠지만 알코올음료 대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하지만 와인은 소주보다도 외면 받는다. 

이 책은 와인 소믈리에를 위하여 공부하시는 분들이 알아야 하는 와인에 대한 지식과 상식 등과는 거리가 있다. 물론 이 책에 나오는 내용들도 그런 분들이 알아야 하는 일부가 되겠지만 그 보다는 세계사의 일부분에 와인이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라 하겠다. 즉 와인에 영향을 준 중세 기독교 수도원, 와인에 희비애락을 담은 황제들, 그리고 혁명이나 전쟁에 얽힌 와인 이야기 등을 담은 책이다. 즉 와인 자체의 역사 보다는 역사에 영향을 미친 일부 요소에 와인을 대입한 것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와안을 즐기시는 분들 뿐만이 아니고 와인을 공부하시는 분들도 참고적으로 보면 좋을 참고서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에는 학창시절 세계사 시간에 기억하려고 애쓰던 인물명, 지명, 학자들, 전쟁 등등 많은 것들이 와인이라는 이름 곁에 등장한다. 그런데 그런 이름들이 내 세대에서는 영어발음을 기준으로 하였지만 지금은 현지발음을 기준으로 삼아 소개하고 있으니 참 많이 헷갈리기도 한다. 특히 황제들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나폴레옹도 1세, 2세, 3세 등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그는 누구인지, 핸리 1세, 2세 등등. 많은 황제의 이름들이 몇 세 등으로 표기되고 사람 이름이나 지명이 요새는 현지발음으로 표기되는 관계로 영어표기로 세계사를 배우고 그 발음에 익숙한 내 세대들에게 이 책의  완전한 이해를 위해서는 다른 자료를 찾아가면서 봐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할 수 있겠다. 아무튼 나의 경우에는 한 번 더 읽고 싶은 책들 중 이 책도 하나가 되었다.

2025년 7월 6일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