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종은 절에서 대중을 모으기 위해서나 때를 알리기 위해서 치는 종으로, 흔히 종루를 짓고 달아두는데, 시대에 따라 모양과 크기가 일정하지 않다. 즉 ‘범종’이라 함은 일반 종과는 구분되는 명칭으로 불교사찰에서 사용하는 종이란 뜻이며, 청정한 불사에 사용하는 종이라는 의미로 불법의 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범종은 모든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법구로 범종의 소리는 우주의 모든 중생의 영혼을 교화하고 제도하기 위하여 울리는 대자대비의 음성인 것이다.
조선초기에 제작된 갑사 범종(보물478호)에는 지장보살이 부조되어 있다. 오른손에는 석장을 왼손에는 보주를 받쳐들고 있는 이 지장보살의 형상은 탱화 속의 지장보살과 조금도 차이가 없는 전형적인 양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 모습은 지장보살이 지옥세계에서 고통받고 있는 중생들을 구원하고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서 계시는 모습인 것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범종은 문양의 아름다움과 뛰어난 주조수법을 보이고 있는 상원사종(725년)이다. 또한 이 보다 50여년 후에 완성된 ‘에밀레종’이라고도 불리는 성덕대왕신종(771년)은 크기도 거대할 뿐만 아니라 그 외부 문양과 소리의 아름다움에 있어서 세계 최고의 종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종의 구조는 매다는 부분인 종 고리부와 두들겨 소리를 내는 종 몸체로 구분된다. 그런데 동일문화권인 한국,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일찍이 불교가 전래된 동남아국가의 범종들은 모두 종 고리 부분에 용을 장식하고 있는데, 그 이유를 문헌사료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범종의 모습은 시대에 따라 신라양식과 고려양식, 조선양식으로 약간씩의 양식변천을 이루었다. 신라종과 고려종의 양식은 순순한 우리 선조의 창의력에서 이루어진 형식인데 반하여 불교배척시대였던 조선조 범종 양식은 중국의 영향을 받아 이른바 혼합적 양식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다시 신라종이 형식이 한국종의 절대적인 양식으로 널리 유행하여 조성되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등 같은 문화권에서 만들어진 종이지만 한국조엥서는 중국종이나 일본종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장식으로써 종고리 부분의 음관을 들 수 있다. 즉 중국종이나 일본종의 종고리 양식은 두 마리의 용이 서로 머리를 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쌍룡 양식으로 한국종과 같은 음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 종은 한 마리의 용이 화려하게 장식된 대나무 형상의 원통을 등에 지고 있는 형상을 취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중국종이나 일본종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인데, 세계적으로 그 유래를 찾을 수 없는 독특한 양식으로서 한국종의 탁월한 창의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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