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846

2026년 9월의 직지사-회령포 (6)

2026년 9월의 직지사-회령포 (6)점심으로 잔치국수 한 그릇을 맞이한 시간은 나의 계획에서 1시간이나 지난 후였다. 그만큼 전망대에서 이곳까지 도달한 산길 코스가 우리 부부에게는 험난하였다는 의미가 되겠다. 산길에서 소비된 체력과 늦은 점심으로 하여 잔디밭 위 그늘진 테이블에 놓인 국수 한 그릇이 그 맛은 제쳐두고 게 눈 감추듯 비워졌다. 요즈음 농촌에 기와집이나 초가집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허기진 배를 채우고 천천히 돌아본 국수집은 전망대에서 바라본 회룡포 농촌의 전체적인 이미지와는 좀 동떨어진 현대식 건물이었고 잔디밭 앞에 지어진, 관청에서 지었다는 커다란 현대식 화장실 건물 역시 마을 입구라는 위치에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언제 지었는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트로트 오디션으로 회령포가..

2026년 9월의 직지사-회령포 (5)

2026년 9월의 직지사-회령포 (5)용이 비상하듯 내성천의 물이 휘감아 돌아가는 형상이라 하여 이름 지어졌다는 회룡포(回龍浦)를 가기 위해 내려야 하는 기차역은 ‘용궁역’이다. 바닷속에 있어야 할 용궁이 왜 세상에 나와 기차역이 되었을까 생각하는 사이에 김천에서 출발한 무궁화호는 한 시간여를 달려 용궁역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역무원이 없는 무인역으로 돌봄이 필요한 승객들은 이점 인지하라는 코레일의 권고가 있다. 그 시간 이곳에 내리는 승객은 우리 부부가 유일하였다. 연붉은색 기와지붕의 역사 안에는 ‘용궁(龍宮)’이라는 주제로 바닷속 이야기를 이름답게 펼쳐놓은 작은 상징물들이 LED조명과 곁들여 전시되어 있었고 역사 밖에도 작지만 아기자기하게 조성된 테마공원이 용궁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깊은 바다..

2026년 9월의 직지사-회령포 (4)

2026년 9월의 직지사-회령포 (4)식당가를 벗어나 그늘진 인도를 따라 직지사로 오르는 길은 점심의 후유증을 잊기에 충분하였다. 고창의 선운사를 비롯하여 가을이면 꽃무릇이 붉은 들판을 이루는 사찰 몇 곳을 다녀온 바 있는데 여기도 역시 입구로 이어지는 길가에 공원처럼 자리한 곳에는 아직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붉은 꽃무릇이 무성하였다. 사진 촬영을 하던, 현지 주민인 듯 보이는 중년의 부인께서 꽃무릇를 바라보는 우리에게 경상도 억양으로 초행이냐 묻더니 밤에 오면 불빛에 꽃이 더 좋다는 인사로 시작하여 직지사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늘이 좋고 꽃이 있으며 이야기가 재미있으니 그 자리를 어찌 일찍 뜰 수 있으랴. 규모가 크건 작건 간에 사찰을 구성하고 있는 기본적인 건물들이야 어디를 가나 ..

2026년 9월의 직지사-회령포 (3)

2026년 9월의 직지사-회령포 (3) 아침 8시34분에 수원역을 출발한 무궁화호는 ‘무궁화호니까 도착시간이 좀 늦더라도 이해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무색하게 11시08분 정시에 김천역에 도착하였다. 기차는 남쪽으로 달리고 아침 해는 동쪽에 있다는 자연의 이치를 인지하지 못하고 좌석을 순방향 왼쪽으로 지정한 덕분에 출발부터 도착까지 내내 차창을 가려야했다. 나야 그저 김천까지 2시간 남짓 타는 것이지만 요새 누가 무궁화호를 타고 부산엘 갈까 생각하였는데, 주로 노인층 이었지만, 5시간이 넘는 긴 탑승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그들의 대화 속에 부산행이 들어있었다. 노인들은 청력이 떨어진다. 이에 비례해서 대화의 목소리도 크다. 그래서 내가 앉은 좌석에서 몇 줄 건너뛰어도 일행들과의 대화 내용이 들린다...

2026년 9월의 직지사-회령포 (2)

2026년 9월의 직지사-회령포 (2)해외라면 모를까 국내여행을 떠날 때는 별 사정이 있지 않는 한 일찍 집을 나서는 게 좋다. 내차를 이용할 때는 시간을 선택하는 것이야 내 마음대로지만 기차를 타야 할 때는 정해진 기차시간표에 맞추어야 하므로 원하는 대로 늘 일찍 출발하지는 못한다. 그렇다고 하여도 가능한 한 목적지로의 제일 이른 기차 출발시간을 선택하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인천의 집을 나서 서울역이나 청량리 혹은 수원역 등 해당 기차역에서 제일 이른 기차를 타려 해도 집에서 기차역까지 가야하는 2시간 정도의 여유가 별도로 필요하기 때문에 기차시간표에서 제일 이른 시간을 선택할 수만은 없다. 이번 여정에서에서의 기차역은 ‘수원-김천-용궁-영주-청량리’로, 회룡포를 감싸고돌아 흐르는 강물처럼..

2026년 9월의 직지사-회령포 (1)

2026년 9월의 직지사-회령포 (1) 올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다. 비단 올해가 아니라도 여름은 덥다. 그래서 여름엔 피서 혹은 휴가라는 명목으로 많은 사람들이 집을 비운다. 늘 도시의 거리를 메우던 차량들도 7월 중순에서 8월 중순까지는 주인을 따라 피서지로 향했음인지 도로가 평소보다 여유가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휴가는 아직도 여름에 집중된다. 지금은 월차, 연차, 주말, 대체휴일 등을 잘 이용하면 여름휴가보다도 더 긴 연휴를 1년에 몇 차례 사용할 수 있어서 특별히 여름을 선호할 필요가 없어졌지만 아직도 여름은 피서라는 이름으로 휴가의 대표계절이 되어 있다. 하지만 피서를 목적으로 집을 비우고 특정 지역 어디로 간다라는 것도 이제는 별로 소용없는 말이 되어가고 있다. 요즘은 도시던 농어촌이..

안녕 피터 팬 - 전경철

261004 - 261011 안녕 피터팬 - 전경철 - 이야기장수 TV 채널을 빠르게 돌리던 중 모 방송에서 유재*이 진행하는 유** 뭐라고 하는 프로그램에서 잠시 손가락을 멈추었다. 언뜻 피터 팬***이라는 자막이 화면에 떴기 때문이다. 어른 둘이 앉아서 무슨 피터 팬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잠깐 들어보다 리모컨에서 손을 떼었다. 자폐증 아들을 혼자 놔두고 세상을 달리해야 하는 시한부 아빠의 사연이 소개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본방송이었는지 재방송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분의 이야기는 이 방송 한참 전에 M**방송과 여러 신문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소개되었다고 하는데 난 처음 대하는 소식이었다. 집사람도 모르고 있었다. 하기야 나와 집사람이 M**을 즐겨 시청하는 편도 아니고 신문은 종이신문을 보지 않으..

회룡포 (回龍浦)

회룡포 강물 속에서 솟아난 꽃이더냐 강물에 뚝 떨어진 하늘의 낙화더냐 강물을 두르고 하늘로 오르던 용이 흘린 물방울이더냐 산정 전망대에서 바라본 회룡포는 내 손바닥에 가려지는 땅이었네 그래도 새끼손가락만큼 한 뼘 산자락에 닿아 강물의 섬은 못 되었네 이세에 용이 다시 온다면 350도만 휘돌았다는 강물 승천에 못다한 산자락 10도 그 한 점도 강물에 내어 주려나 다리에 구명이 뿅뿅 뚫렸다하여 뿅뿅다리라 하였던가 그 다리 건너 병풍 같은 삼각봉우리들을 의지한 채 회룡포 마을 초가을 들판엔 가을빛이 익어간다. 2026년 9월 16일 하늘빛 회룡포 전망대에서

지극히 사적인 일본 - 나리카와 아야

260920 - 260928 지극히 사적인 일본 - 나리카와 아야 - 틈새책방 번역된 책은 별로 즐기지 않는다고 하면서 그래도 가끔씩 읽기는 읽는다. 가깝고도 먼 나라여서 그런지 그 대상의 절반 이상은 일본인이 쓴 책이다. 그러나 외국인이 쓴 에세이는 작가 자신과 그 나라에 대한 일상적인 생활이나 문화적인 면들이 주된 내용이기 때문에 해당 나라에 대하여 오래 경험하지 못한 일반 독자들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거나 공감하는 데는 번역하는 분들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작가의 의도를 잘 이해하면서 학교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위하여 번역하는 듯한, 작품에 대한 직역이 아니라 의역된 번역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그러려면 번역자 자신이 작가의 생활이나 문화적 표현들을 우리나라에 맞게끔 대입하여 번역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