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잡다한 이야기

걷지 못해도 나는 날마다 일어선다 - 이소희

korman 2024. 2. 24. 16:58

240216-240223 
걷지 못해도 나는 날마다 일어선다 - 이소희 - 도서출반 예문
 

15살, 성장하면서 등이 휘어지는 희귀병에 걸려 수술을 받았으나 회복되지 못하고 오히려 하반신 마비가 되어 평생을 휠체어에 앉아 살아야 하는 안타까운, 그러나 그 역경을 딛고 잃어버린 학교공부의 세계를 검정고시로 타파하고 지금은 당당한 개업 변호사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한 소녀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나이를 먹었거나 안 먹었거나 주어진 신체의 일부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의 좌절감은 당사자가 아무리 설명을 하고 글로 표현을 하더라도 같은 경우를 당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 마음의 상처와 생활의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이해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나로써도 충분히 이해를 한다고 하면 도덕적으로 이기적인 사람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당사자인 저자의 생각은 “필요한 것은 평범한 상황보다 몇 배나 더 많은 노력이다. 그것이 바로 현실이다!” 였다. 노력한다고 신체적으로는 정상인과 같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정신적으로는 정상인을 뛰어 넘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 뛰어야 한다.”, “지금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공부하면 꿈을 이룬다.”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 시기인 사춘기 청소년 시절을 이런 목표로 어려움을 극복한 저자의 정신세계에 고개가 숙여진다.

책을 읽는 내내 몇 년 전 종로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들은 자동차 경적소리가 생각났다. 거리를 걸으며 버스 정류소를 지나치는데 갑자기 여러 대에서 울려대는 자동차 경적소리로 거리가 시끄러워졌다. 돌아보니 버스 뒤를 따라오던 차들이 정류장에서 버스에 막혀 가지 못하게 되자 버스에게 빨리 출발하라고 너도 나도 울려대는 경적소리였다. 더군다나 그 버스는 정류장에서 장애인 휠체어를 태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치는 경적을 울려대는 운전자들도 다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곳은 버스정류장이기 때문에 버스에 우선권이 주어지는 장소임을 누구나 상식적으로 다 알고 있는 곳이 아니던가. 순간 나는 버스에 타고 있는 휠체어의 주인공이 장애인이 아니라 경적을 울려대고 있는 운전자들이 신체적 장애보다 더한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하였다.

저자는 변호사가 되고 나서도 일자리를 구하는 데 무척 애를 먹었다고 한다.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신체적 장애 때문이었다. 신체장애가 한 가지 더 입사의 장애를 낳은 것이다. 그리고 좀 더 장애적인 것은 저자 자신이 자신의 환경에 맞는 회사를 골라야 하는 것이었다. 회사를 골랐다기 보다는 그 회사가 위치한 건물의 환경이 어떤지를 먼저 알아보았다고 해야 옳을 것 같다. 아직도 휠체어를 탄분들이 접근 및 진입하기 어려운 건물들이 많으니 일자리 구하는데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지 짐작은 해 볼 수가 있었다. 저자의 기술에 의하면 우리나라 인구에서 장애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5%라고 한다. 이런 수치라면 결코 작은 수치는 아니다. 그러나 아직 이런 분들이 혼자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은 충분하지가 않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이런 분들이 충분히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우선적이며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조성하는 것이 국가적 사회적 책무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내가 매일 보고 있는 거리의 풍경에서 느끼는 것은 신체적 정상인들이라고 해서 모두가 온전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은 들지가 않는다. 종로의 버스정류장에서 목격한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거리의 주차장이 넉넉하지가 않으니 불법주차가 늘어나는 것을 거론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횡단보도를 가로막고 주차하는 사람들에겐 정신적 온전함을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모든 횡단보도에는 인도에서 차도로 내려가는 곳에 턱이 없는 곳이 있다. 이는 휠체어나 유모차 혹은 다리가 불편한 분들을 위한 낮춤이다. 그런데 이런 곳을 통째로 가리고 주차하는 사람들이 있다. 당국에서는 그런 주차는 특별히 강하게 단속한다고 하였는데 동네에서 그런 차량을 강하게 단속하는 것은 보지 못하였다.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얼마 전까지 시각장애를 가진 의원 한 분의 안내견이 국회 내부로 들어가는 것이 허용되지 않아 많은 불편을 겪었다는 것은 방송에도 많이 보도되었었다. 신체장애보다는 정신장애가 더한 장애라고 지적한다면 지적장애라고 지적당하려나? 

‘열정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기술하였다. 그리고 ‘시험공부는 엉덩이로 하는 것’이라고도 하였다. 현재도 장애를 극복하고 있는, 아니 세상의 장애물에 도전하고 있는 저자의 삶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 자신에게 나를 증명하는 것은 용기이다.” 장애인들에게나 비장애인들에게나 모두에게 보내는 저자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겠다.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책이다.

2024년 2월 24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sr2-e7Sfiz4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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