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 759

연말의 잡념

연말의 잡념 이제 2024년도 10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 벌써 노인 소리를 들어야 하는 나이가 되었고 서운한 마음으로 12월을 넘긴 세월이 적지 않거늘 그래도 연말이 되니 또다시 섭섭해지는 건 매한가지다. 아니 나이를 먹을수록 그 마음은 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세월이 아니라 세상 자체를 바꿔야 하는 날이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때는 세월이 왜 이리 더디게 가냐고 세월 위에서 뛰어가고 싶은 시절도 있었고 종각에서의 행사와 종소리를 잘보고 듣기 위하여 가로수에 오르겠다고 호기를 부린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 시절을 추억하는 나이일 뿐 그저 할 일 없는 노인들의 팔목에서도 공평하게 돌아가는 시계를 원망하는 신세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글을 저장해 놓은 2024년 폴더를 열어 올해의 오늘까지 ..

지구별 여행자 - 류시화

241127 - 241206  지구별 여행자 - 류시화 - 김영사연말이 되니 마음이 허해진 탓이었을까? 20여 년 전에 읽고 책꽂이에 방치하였던 이 책을 다시 읽고 싶어 꺼내들었다. ‘류시화’라는 작가야 이미 알려 질대로 알려진 유명 문학인이니 그에 대한 이야기는 꺼낼 필요는 없지만 보통 시인으로 알려진 그분을 나는 단순 시인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시집을 많이 냈으니 기본적으로 시인은 맞지만, 에세이, 여행기, 유명인의 명상록 번역 등 많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니 포괄적으로 ‘문학인’으로 칭하는 게 더 어울릴 것 같다. 한편 그가 여행한 인도나 번역 서적으로 보아 철학은 아니더라도 인도의 종교와 인도의 신에게 빠져있는 인도 신봉자라는 호칭도 그의 한 켠에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

이성과 지성의 전당

이성과 지성의 전당 내가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에 살던 아파트의 내 집은 13층에 있었다. 복도식이 아니고 층마다 마주보는 집이 승강기 한 대를 쓰는 식이었다. 이사를 한지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지금 살고 있는 곳도 그렇지만 아파트라는 곳이 일부로 알려고 하지 않는 한 몇 년을 살아도 서로 이웃이 누군지 잘 모르며 승강기에서 마주쳐도 상호 사전 인사가 없었던 사람들은 누가 어느 층에 사는지 별반 관심도 없다. 늘 문을 마주 대하고 있으니 앞집에 사는 사람정도야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기는 하지만 이웃에 대한 관심을 갖더라도 아래 위층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도 15층까지였던 그곳에 오래 살았더니 승강기를 같이 사용하는 라인의 이웃들은 거의 얼굴이 익어 어느 층에 사는지는 잘 모르더라도 ..

혼숙(混宿)

혼숙(混宿) 요즈음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예전 내가 대학이라는 곳에 입학하였을 때는 전공을 선택하고 입학하였음에도 불구하고 1학년에서는 모든 입학생이 자신의 전공과 상관없이 교향학부라는 이름으로 고등학교 3학년의 연장선상에 있는 공부를 하였다. 특히 국영수는 고등학교처럼 중요한 과목이었다. 그리고 입학 후 첫 국어시간에 교수님은 학생들의 단어와 한자 실력을 보겠다고 칠판에 한글로 커다랗게 ‘여인숙‘을 쓰시고 이 단어의 한자와 그 뜻을 답안지에 적으라고 요청하였다. 느닷없는 교수님의 첫 질문이 여인숙이라는 것도 어이가 좀 없었기로 학생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의미 있는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은 우리가 써야하는 답에 대한 일종의 신호이기도 하였다. 요즈음이야 거의 모든 숙박업소 이름이 호텔, 모텔, 펜..

은행나무

은행나무 내가 늘 거주하는 방에서 창문을 열면 보이는 가로수들은 모두가 수령이 꽤 된 은행나무들이다. 창에서 보이지 않는 방향에도 물론 은행나무가 들어서 있다. 내가 사는 동네 가로수의 거의 전부가 은행나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암수가 섞여 있어 가을 초입 바람 부는 날이면 보행인들 전부는 길 곳곳에 떨어진 은행을 피해 다니느라 일반적인 보행을 하지 못한다. 은행을 잘못 밟으면, 은행 알이 아무리 맛이 있다고 하여도, 그 과피에서 나오는 냄새는 참을 수가 없다는 걸 모두 알기 때문이다. 지금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우리가 몰랐던 ‘두리안’이라는 동남아 지방의 열매나 비슷하다고나 할까. 예전에는 길가에 떨어진 은행을 봉지에 주워 담는 노인들이 많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은 살아진지 오래다. 아마도 ..

기적을 내리는 트릉카 다방 - 야기사와 사토시

241022 - 241102 기적을 내리는 트릉카 다방 - 야기사와 사토시 - (임희선 올김) - 문예춘추사책을 다 읽고도 10일 이상 독후감을 쓰지 않은 것은, 독후감이라 표현하기도 쑥스러운 글이지만, 책을 읽은 기록을 쓰기 시작한 이래 처음인 것 같다. 읽은 책에 대한 단순기록이야 아무 때나 적어 놓으면 되겠지만 그래도 독후감이랍시고 적으려면 책 내용이 가물거리지 않는 정도의 기일 내에 적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겠다. 무언가를 읽을 때마다 나이 먹은 사람들은 늘 “책장을 넘기기가 무섭게 앞장의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다”라는 말을 즐겨 쓴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라도 실제로 기억력에 문제가 있으니 틀린 말이라고 할 수도 없다. 기억력이 이러하니 책을 읽은 지 10여일이 지나 독후감이라는 걸 쓰려한다면 책을 다..

부여-보령 (4 마지막)

부여-보령 (4 마지막) 산에서 새벽을 맞으면 계곡을 타고 오르는 운무가 일품이다. 비가 그친 새벽에는 더욱 더 그러하다. 물론 산자락에서 하루를 묵는다고 매번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하여도 산의 새벽 공기는 숨 쉬는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 반면 바다에 가면 누구나 수평선 위로 고개를 드는 해를 바라며 새로운 아침노을에 얼굴을 물들이고 싶어 한다. 잠시 아침 해바라기가 되는 것이다. 해가 떠오르는 수평선에 화가들이 즐겨 그려 넣는 Z자 모양의 구름이 조금 섞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서해의 해변에서도 위치에 따라 그런 해를 볼 수 있는 곳이 있기는 하겠지만 대부분은 저녁노을이다. 동해의 아침해를 바라보며 희망을 이야기 하였다면 서해의 저녁노을엔 하루를 정리하고 반성하는 차분함이 묻어있다. 일..

부여-보령(3)

부여-보령(3) 정림사지박물관과 부여박물관에 들렀다. 정림사지박물관에서 백제시대를 소개하는 동영상을 보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입체영상으로 실제로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겨 주었다. 실제 비행처럼 느껴 멀미를 하는 사람도 있다며 인내인은 그럴 경우 시청을 그만하고 밖으로 나오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내부 전시실에는 정림사지터에서 발굴된 수백 개의 손톱만한 유물들이 조그마한 전구의 조명을 받으며 어두운 방에 전시되고 있었는데 그 뒤로 검은 거울이 그 유물들을 반사하고 있어 꼭 통로가 이어진 것처럼 착각을 주고 있었다. 잘 살피지 않으면 관객이 부딪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개선점이 필요해 보였다. 부여박물관은 경주박물관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구성된 각 전시실마..

부여-보령(2)

부여-보령(2) 많은 곳을 다녀보지는 못했지만 어디를 가든 난 늘 주요 대중교통과 사통팔달의 도로망이 우리나라처럼 잘되어 있는 곳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어떤 도로를 택할 것인가 검색을 하다가 작년보다는 또 다른 도로들이 개통되어 있는 것을 알았다. 고속도로를 거쳐 부여로 향하는 길도 시간과 비용의 차이일 뿐 새로 난 도로를 비롯하여 여러 갈래가 있었다. 각 코스의 공통구간 첫 번째 휴게소에서 내비를 켰다. 그곳을 나서면 어느 길로 가야 효율적인지 정해야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내비가 가르쳐준 길도 갈림길까지는 정체되어 있었다. 부여까지 가는 내내 갈림길이나 합류지점에서는 짧은 정체를 보이기는 했지만 휴게소에서 허비되는 시간을 절약했음인지 예상시간에서 20분정도 늦게 목적지인 ‘백제문화단..

부여-보령 (1)

부여-보령 (1) 난 늘 부여라는 곳이 궁금하였다. 중.고등학교 때 몇 번의 수학여행을 갔었지만 역사시간에 경주 못지않게 중요성을 두었던 부여는 왜 그랬는지 수학여행 장소로도 채택되지는 못하였다. 그간 몇 번 다녀온 경주는 작년에도 집사람과 다녀왔지만 그 때도 부여여행의 계획을 짜다가 포기하고 경주-부산-울산으로 코스를 변경하였다. 내가 바다를 좋아하다보니 여행은 늘 바다가 있는 곳으로 향하였고 작년에도 부여를 택하지 않은 것은 아마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장소를 정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나 그 때나 지금이나 가장 중요했던 문제는 대중교통이었다. 나이를 좀 덜 먹었을 때는 자동차를 가지고 다녔지만 요새는 할 수 있는 한 가벼운 배낭 하나 짊어지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인터넷 검색만 하면 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