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4/25 대만여행 5 (최종)
용산사의 지붕엔 큰 용들이 자리하고 있다. 가이드의 설명으로는 지붕에 용이 있는 사원은 도교사원이고 없는 곳은 일반 불교사찰이라고 하였다. 도교라는 종교는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중국인 대부분이 도교를 종교로 가지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 용산사는 대만도교의 중심사원이라 할 수 있겠다. 중국의 각종 민간신앙을 통합한 것이 도교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가이드는 우리에게 익숙한 우리나라의 민간신앙들도 모두 도교에 속한다고 알려주었다. 우리의 산사처럼 경내가 넓은 것도 아니고 숲이나 산 속에 자리한 것도 아니며 익숙한 종교도 아니어서 모두들 주어진 시간을 채우지 않았다. 나도 사원을 이탈하여 가랑비 속에서 집사람과 우산 속 짧은 길거리 데이트를 하였다.
서울의 명동이나 홍대앞과 비슷하다는 ‘서문정’이라는 곳에서 잠시 자유시간을 갖게 되었다. 이곳에서 나는 지갑에 남아있는 대만돈을 계산하였다. US$는 남기더라도 다른 여행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대만돈은 사는 것과 파는 것에 대한 편차가 심하여 남길 필요 없이 모두 소진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큰아이가 부탁한 것과 손주들에게 줄 대만특산품 정도를 구입하고 망고주스 한 잔을 집사람과 나누어 마시니 대만동전 50원이 남았다. 이 동전은 우리 돈 230원 정도이니 남겨도 기념품이라 할 수 있겠다. 언어의 불편함은 없었다. 불편함을 느낄 만큼 현지인들을 접촉할 만한 시간도 없었거니와 내가 살펴본 곳의 대부분은 영어로 소통할 수 있는 직원이 한 명씩은 있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의 점원들은 스마트폰의 한국어 통역앱을 먼저 내밀었으니 내 전화기의 앱은 작동시킬 필요도 없었다.
나는 대만에서 마라톤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만큼 일정이 빠듯하고 목적지에서의 주어진 시간도 짧았기 때문이다. 또한 버스는 이층버스처럼 되어 있어 늘 가파른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여야 하는 관계로 내 집사람을 비롯하여 많은 분들이 힘겨워하였다. 이런 뛰어다녀야 할 정도의 일정에 대하여 가이드는 운전기사 때문이라고 하였다. 대만에서는 운전기사가 일일 11시간 이상 운전을 못하게 되어 있다고 한다. 만일 11시간을 넘기면 그 초과시간에 대하여 가이드가 10배의 수당을 지불하거나 운전기사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버리기 때문에 다른 운전기사를 수배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항상 시간이 타이트하다는 설명이었다. 가이드가 이동시간에 가끔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하였다. 대만 가이드 시험에 합격한 후 서울에 5살 난 딸아이와 아내를 남겨두고 대만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다고 하였다. 일행이 모두 나이든 측에 속한 분들이라 이 가이드의 사정에 측은함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특이한 사항은 마지막 날 가이드가 운전기사를 위한 것이라며 우리에게서 벌써 사라진 버스 내 판매를 한다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상품을 상품당 일금 만원씩에..... 가이드의 열정에 많은 분들이 동조를 하였다.
가이드는 공항에서 마지막 일행까지 체크인을 하고 출국심사대로 가는 뒷모습까지 확인하고서야 손을 흔들며 등을 보였다.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괜찮은 가이드를 만난 것 같았다. 그는 옵션이나 쇼핑을 강요하는 일도 없었다. 그저 형편 되는대로 자유롭게 해 달라고 하였다. 따라서 일행 중 누구도 불평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체크인을 하면서 가이드에게 그 지진문자에 대하여 물었다. 그는 그 지진은 3개월 전쯤 이야기라고 하였다. 그런데 나 말고 아무도 묻지 않았다고도 하였다. 나만 모르고 모두들 알고 있었던 지진인가? 비행기 출발을 기다리는 동안 50원 남은 동전을 꺼내 30원짜리 물 한 병을 샀다. 동전까지 알뜰하게 대만 땅에 돌려줬다. 비행기 안에서 나의 일행이었던 할머니 한 분이 (내 나이 보다 많아보였다) 승무원에게 물 한 컵을 요청하였다. 그런데 그 승무원은 물은 한 병에 3천원, 두 병에 5천원으로 구매하여야 한다고 했다. 내 물을 드리고 싶었지만 컵도 없었거니와 내가 이미 입을 댄 병물이라 드릴 수가 없었다. 할머니는 어쩔 수 없이 3천원을 꺼냈다. 내 성격이 까칠한 편은 아니지만 나는 물을 다 마시고 의자 앞주머니에 그냥 넣어놓아도 좋을 빈 물병을 치워달라고 승무원에게 내밀었다. 쓰레기 치워주는 대가를 요구하지는 않았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가방을 찾고 일행들에게 인사를 나누는데 그 중 한분이 시간이 늦었는데 집에 어떻게 가냐고 물어왔다. 큰아이가 차를 가지고 나올 거라고 하였더니 대뜸 “사위가 나오죠?” 하고 물었다. 사위가 아니고 큰아들이 나올 거라고 대답은 하였지만 그 분이 왜 큰아이에 느닷없이 사위를 언급하였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일행 중에는 중1 아들을 데리고 온 분이 있었다. 그 녀석은 여행에는 관심이 없고 걸어가면서 조차도 오로지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아빠는 이를 제지하지 않았고 아빠 또한 시간이 나면 핸드폰을 수시로 즐기는 건 매한가지였다. 엄마가 같이 왔다면 좀 더 여행에 집중할 수 있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와서도 걱정하는 나에게 집사람의 핀잔이 이어졌다. 그러나 그만한 나이의 손주들이 있는 나는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생각난 김에 그 지진문자에 대한 검색을 해보았다. 자이시 인근에 지진이 있기는 하였으나 그건 지난 1월의 이야기였다. 참.........
내 취미는 각 지역의 기념품점에서 파는, 지역의 상징이나 문화를 나타내는, 작은 소품용 종(鐘)을 수집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대만 여행에서는 이곳저곳을 찾아 볼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거니와 기념품점과 공항 면세점을 둘러보아도 종을 찾을 수가 없어 구매하지 못하였다, 좀 섭섭한 마음으로 여행을 정리하는데 여행사에서 후기를 작성해 달라는 문자가 왔다. 가이드를 칭찬하는 후기로 이번 대만 여행을 마감하였다. 닫힌 가방 지퍼가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열릴 것을 기대하면서.
2025년 4월 27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qqDFGLLfMSA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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