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622

잘났나요 똑똑하나요 훌륭하나요?

잘났나요 똑똑하나요 훌륭하나요? 가끔씩 순간적으로 생각나는 연속극 이름이 있다. 인터넷에서 찾으면 정보는 금방 얻겠지만 그럴 필요가 없으니 그냥 이름만 기억하고 있다. 오래전 일이라 언제 방영되었고 내용이 무엇이었고 내가 그 드라마를 즐겨 보았는지조차 생각나지 않지만 그 이름만은 아직 잊히지 않고 있다.  “잘났어 정말”이라는 연속극. 이게 연속극 제목이었는지 연속극에 삽입되어 그 당시 유행어가 되었는지 조차 분명한 기억은 없지만 아마도 잘났다는데 대한 반어적인 내용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2025년도의 1월도 이제 중순밖에 되지 않았는데 참 많이도 떠오른 이름이다. ‘잘나다’라는 기본적인 단어에 대하여 사람들의 대중적 생각은 무엇일까? 내 짐작이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보편적인 생각이 사회적으로..

새해의 버킷 리스트

새해의 버킷 리스트 2025년 올해가 을사년 뱀의 해라고 한다. 그것도 보통뱀이 아니고 푸른뱀이라고 한다. 간지야 그렇다 치더라도 근자에 와서 동물의 색을 강조하는 일이 많아졌다. 세상이 어지러우니 사람들이 생각하는 보호막이 더 필요한지 뭘 자꾸 덧붙인다.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이 편해지고 세상이 안정될 거라고 믿어진다면 푸른색이 아니라 초록색인들 어떠랴. ‘을사년’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새해 첫날에 가장 먼저 떠올린 것들은 무엇일까 궁금하다. 난 그저 어렸을 대부터 귀속에 딱지처럼 들어앉은 한 마디 ‘을사보호조약’이 금방 떠올랐다. 을사라고 하니 맨 먼저 떠오른 단어였다. 나의 학창시절에는 ‘을사보호조약’이라는 이름으로 그 치욕에 대한 공부를 하였다. 그러다 ‘을사조약’으로 바뀌더니 지금은 ‘을사늑약(乙巳..

군고구마, 그리운 할머니

군고구마, 그리운 할머니 아침 학교 가는 길 큰 산 아래 돌아 동네 우물 옆 간밤에 쌓인 눈 깊숙이 생고구마 한 개 묻어놓고 공부시간 내내 행여 눈 녹아 다람쥐 물어 갈라 안절부절 눈 쌓인 언덕길 엉덩이 미끄럼틀삼아 눈보라 일으키며 온몸으로 내려와 눈 속에 손 쑥 집어넣어  언 고구마 꺼내 들고는 혀로 껍질 녹이고 시린 이로 갈아 내며 집 마당까지 한 입도 베지 못하였네.   손자의 언 입술 보시던 할머니 따뜻한 두 손으로 얼굴 감싸주시며 “안방 화로 재아래 군고구마 넣었다.”  첫눈 수북이 내려 할머니 군고구마 그리운데 어찌 알았는지 속 깊은 팬에 고구마 넣어 가스불에 올리는 마누라 있네. 고구마 구워지는 냄새에 할머니 얼굴 떠오르는구나. 오늘 손녀들 온다하여 만든 거니 ‘한 개만 먹으라’는 마누라 성..

연말의 잡념

연말의 잡념 이제 2024년도 10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 벌써 노인 소리를 들어야 하는 나이가 되었고 서운한 마음으로 12월을 넘긴 세월이 적지 않거늘 그래도 연말이 되니 또다시 섭섭해지는 건 매한가지다. 아니 나이를 먹을수록 그 마음은 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세월이 아니라 세상 자체를 바꿔야 하는 날이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때는 세월이 왜 이리 더디게 가냐고 세월 위에서 뛰어가고 싶은 시절도 있었고 종각에서의 행사와 종소리를 잘보고 듣기 위하여 가로수에 오르겠다고 호기를 부린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 시절을 추억하는 나이일 뿐 그저 할 일 없는 노인들의 팔목에서도 공평하게 돌아가는 시계를 원망하는 신세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글을 저장해 놓은 2024년 폴더를 열어 올해의 오늘까지 ..

이성과 지성의 전당

이성과 지성의 전당 내가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에 살던 아파트의 내 집은 13층에 있었다. 복도식이 아니고 층마다 마주보는 집이 승강기 한 대를 쓰는 식이었다. 이사를 한지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지금 살고 있는 곳도 그렇지만 아파트라는 곳이 일부로 알려고 하지 않는 한 몇 년을 살아도 서로 이웃이 누군지 잘 모르며 승강기에서 마주쳐도 상호 사전 인사가 없었던 사람들은 누가 어느 층에 사는지 별반 관심도 없다. 늘 문을 마주 대하고 있으니 앞집에 사는 사람정도야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기는 하지만 이웃에 대한 관심을 갖더라도 아래 위층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도 15층까지였던 그곳에 오래 살았더니 승강기를 같이 사용하는 라인의 이웃들은 거의 얼굴이 익어 어느 층에 사는지는 잘 모르더라도 ..

혼숙(混宿)

혼숙(混宿) 요즈음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예전 내가 대학이라는 곳에 입학하였을 때는 전공을 선택하고 입학하였음에도 불구하고 1학년에서는 모든 입학생이 자신의 전공과 상관없이 교향학부라는 이름으로 고등학교 3학년의 연장선상에 있는 공부를 하였다. 특히 국영수는 고등학교처럼 중요한 과목이었다. 그리고 입학 후 첫 국어시간에 교수님은 학생들의 단어와 한자 실력을 보겠다고 칠판에 한글로 커다랗게 ‘여인숙‘을 쓰시고 이 단어의 한자와 그 뜻을 답안지에 적으라고 요청하였다. 느닷없는 교수님의 첫 질문이 여인숙이라는 것도 어이가 좀 없었기로 학생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의미 있는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은 우리가 써야하는 답에 대한 일종의 신호이기도 하였다. 요즈음이야 거의 모든 숙박업소 이름이 호텔, 모텔, 펜..

은행나무

은행나무 내가 늘 거주하는 방에서 창문을 열면 보이는 가로수들은 모두가 수령이 꽤 된 은행나무들이다. 창에서 보이지 않는 방향에도 물론 은행나무가 들어서 있다. 내가 사는 동네 가로수의 거의 전부가 은행나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암수가 섞여 있어 가을 초입 바람 부는 날이면 보행인들 전부는 길 곳곳에 떨어진 은행을 피해 다니느라 일반적인 보행을 하지 못한다. 은행을 잘못 밟으면, 은행 알이 아무리 맛이 있다고 하여도, 그 과피에서 나오는 냄새는 참을 수가 없다는 걸 모두 알기 때문이다. 지금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우리가 몰랐던 ‘두리안’이라는 동남아 지방의 열매나 비슷하다고나 할까. 예전에는 길가에 떨어진 은행을 봉지에 주워 담는 노인들이 많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은 살아진지 오래다. 아마도 ..

부여-보령 (4 마지막)

부여-보령 (4 마지막) 산에서 새벽을 맞으면 계곡을 타고 오르는 운무가 일품이다. 비가 그친 새벽에는 더욱 더 그러하다. 물론 산자락에서 하루를 묵는다고 매번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하여도 산의 새벽 공기는 숨 쉬는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 반면 바다에 가면 누구나 수평선 위로 고개를 드는 해를 바라며 새로운 아침노을에 얼굴을 물들이고 싶어 한다. 잠시 아침 해바라기가 되는 것이다. 해가 떠오르는 수평선에 화가들이 즐겨 그려 넣는 Z자 모양의 구름이 조금 섞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서해의 해변에서도 위치에 따라 그런 해를 볼 수 있는 곳이 있기는 하겠지만 대부분은 저녁노을이다. 동해의 아침해를 바라보며 희망을 이야기 하였다면 서해의 저녁노을엔 하루를 정리하고 반성하는 차분함이 묻어있다. 일..

부여-보령(3)

부여-보령(3) 정림사지박물관과 부여박물관에 들렀다. 정림사지박물관에서 백제시대를 소개하는 동영상을 보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입체영상으로 실제로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겨 주었다. 실제 비행처럼 느껴 멀미를 하는 사람도 있다며 인내인은 그럴 경우 시청을 그만하고 밖으로 나오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내부 전시실에는 정림사지터에서 발굴된 수백 개의 손톱만한 유물들이 조그마한 전구의 조명을 받으며 어두운 방에 전시되고 있었는데 그 뒤로 검은 거울이 그 유물들을 반사하고 있어 꼭 통로가 이어진 것처럼 착각을 주고 있었다. 잘 살피지 않으면 관객이 부딪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개선점이 필요해 보였다. 부여박물관은 경주박물관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구성된 각 전시실마..

부여-보령(2)

부여-보령(2) 많은 곳을 다녀보지는 못했지만 어디를 가든 난 늘 주요 대중교통과 사통팔달의 도로망이 우리나라처럼 잘되어 있는 곳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어떤 도로를 택할 것인가 검색을 하다가 작년보다는 또 다른 도로들이 개통되어 있는 것을 알았다. 고속도로를 거쳐 부여로 향하는 길도 시간과 비용의 차이일 뿐 새로 난 도로를 비롯하여 여러 갈래가 있었다. 각 코스의 공통구간 첫 번째 휴게소에서 내비를 켰다. 그곳을 나서면 어느 길로 가야 효율적인지 정해야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내비가 가르쳐준 길도 갈림길까지는 정체되어 있었다. 부여까지 가는 내내 갈림길이나 합류지점에서는 짧은 정체를 보이기는 했지만 휴게소에서 허비되는 시간을 절약했음인지 예상시간에서 20분정도 늦게 목적지인 ‘백제문화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