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고구마, 그리운 할머니
아침 학교 가는 길
큰 산 아래 돌아 동네 우물 옆
간밤에 쌓인 눈 깊숙이
생고구마 한 개 묻어놓고
공부시간 내내
행여 눈 녹아 다람쥐 물어 갈라
안절부절
눈 쌓인 언덕길
엉덩이 미끄럼틀삼아
눈보라 일으키며 온몸으로 내려와
눈 속에 손 쑥 집어넣어
언 고구마 꺼내 들고는
혀로 껍질 녹이고 시린 이로 갈아 내며
집 마당까지 한 입도 베지 못하였네.
손자의 언 입술 보시던 할머니
따뜻한 두 손으로 얼굴 감싸주시며
“안방 화로 재아래 군고구마 넣었다.”
첫눈 수북이 내려
할머니 군고구마 그리운데
어찌 알았는지
속 깊은 팬에 고구마 넣어
가스불에 올리는 마누라 있네.
고구마 구워지는 냄새에
할머니 얼굴 떠오르는구나.
오늘 손녀들 온다하여 만든 거니
‘한 개만 먹으라’는 마누라 성화,
할머니는 그런 말씀 안 하셨는데
마누라는
내 할머니가 아니었네.
2024년 12월 23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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