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났나요 똑똑하나요 훌륭하나요?
가끔씩 순간적으로 생각나는 연속극 이름이 있다. 인터넷에서 찾으면 정보는 금방 얻겠지만 그럴 필요가 없으니 그냥 이름만 기억하고 있다. 오래전 일이라 언제 방영되었고 내용이 무엇이었고 내가 그 드라마를 즐겨 보았는지조차 생각나지 않지만 그 이름만은 아직 잊히지 않고 있다. “잘났어 정말”이라는 연속극. 이게 연속극 제목이었는지 연속극에 삽입되어 그 당시 유행어가 되었는지 조차 분명한 기억은 없지만 아마도 잘났다는데 대한 반어적인 내용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2025년도의 1월도 이제 중순밖에 되지 않았는데 참 많이도 떠오른 이름이다.
‘잘나다’라는 기본적인 단어에 대하여 사람들의 대중적 생각은 무엇일까? 내 짐작이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보편적인 생각이 사회적으로 이름이 난다거나, 사업을 하여 꽤 성공을 한다거나, 어떤 단체를 이끌어가는 위치가 되던가, 국민과 국가를 이끌어가는 자리에 있다던가 등등 보통 사람들에 비하여 우월적인 위치에 있는 것을 잘났다고 생각할 것 같다. ‘잘나다’의 국어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더니 ‘얼굴이 잘생기거나 능력이 남보다 앞서다’라는 의미로 풀이되었다. 또 한편 그 뜻과는 다르게 반어적 의미로 ‘변변치 못하거나 대수롭지 않다’는 뜻을 나타낸다고도 하였다. 연속극 이야기를 하였지만 내가 느끼기에 현재 많은 분들이 사전의 정상적인 의미와는 다르게 반어적 의미로 이 말을 사용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잘나다’라는 의미를 생각하다보면 ‘똑똑하다’라는 단어가 부가적으로 떠오른다. 보통사람들이 보기에는 보편적으로 잘난 사람은 똑똑함이 겸비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잘난 것과 똑똑한 것의 겸직이 허용되는지 ‘똑똑하다’의 사전적 의미를 잦아 보았다. ‘또렷하고 분명하다, 사리에 밝고 총명하다, 셈 따위가 정확하다’ 등이 적혀있다. ‘잘나다’의 의미보다는 좀 분명하고 아주 깔끔한 풀이라고 생각되었다. 난 평소에 손주들과 이야기 할 때면 “잘난 사람보다는 똑똑한 사람이 되라”고 강조한다. 사전적 의미의 차이를 느끼며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세상을 살아가는데 잘나게 사는 것 보다는 똑똑하게 살아가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그리 이야기를 하고 있다. 똑똑하게 잘난다면 참 좋은 일이겠지만 왠지 잘나다는 것에는 자만과 허울이 섞일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얼마 전 TV화면에 잘난 것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준 중계가 있었다. ‘감사’ 혹은 ‘청문’ 등 특별한 단어가 붙는 행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런 행사에는 늘 질문하는 분과 대답하는 분 두 분이 주인공이 된다. 그리고 질문자 중에는 잘난 분이 있기 마련이다. 묻고 답한다고 해서 경찰이나 검찰 혹은 죄인간의 범행에 대한 추궁이나 자백은 아니다. 그런데 질문자 어떤 분은 답변자에게 자신이 원하는 답변이 아니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취재 카메라나 중계방송이 있으면 카메라를 힐끗 쳐다보기도 한다. 왜 소리를 지르는지는 모르겠다. 설마 답변자를 죄인이라 생각해서? 아니 요새는 경찰이나 검찰도 죄인에게도 그렇게 소리 지르면 안 된다고 한다는데 우월감에서 그러는지 그렇게 버럭버럭 소리를 지른다. 어떤 사람은 질문을 해 놓고는 답변자에게 답변을 할 수 있는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답변자가 부가 설명을 하려고 하면 ‘예, 아니오’로만 답변을 하라고 다그친다. 또 어떤 이는 답변자에게 앉은 자세가 그게 뭐냐고 호통 치기도 한다. 답변자도 오래 앉아있다 보면 힘이 드니 자세를 편하게 고쳐 앉을 수도 있다. 이런 질문자들이 아무리 잘났기로, 잘났으니 그래도 된다고 이해하는 분들 계실까? 난 잘났다기 보다는 터무니없는 사람들로 내 안중에서 제쳐 놓는다. 그건 잘난 게 아니라 자신이 질문자로써 답변자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자가당착에 빠진 사람들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자기는 잘났다고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똑똑한 사람은 아닌 듯싶다. 그래서 ‘잘나다’에는 반어적 의미가 담겨있는 모양이다.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아도취에 빠지기 쉬워 다른 사람에 대한 우월감을 느끼는지, 그래서 답변자들을 대하는 태도가 그런 모양이다.
요즈음 나라가 많이 시끄럽다. 요새 벌어지고 있는 혼란스러운 사태를 보면서 이 작은 나라에 잘난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저런 소식을 들으며 현재 우리나라에는 잘난 사람들 보다는 똑똑한 사람들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말에 잘남과 똑똑함이 동시에 함축되어 있는 단어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훌륭하다’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군중심리나 허욕에 따른 행동이 아니라 사리판단이 분명한 잘나고도 똑똑한, 그래서 그냥 잘난 분들보다는 훌륭한 분들이 필요한 시기임을 느낀다.
2025년 1월 17일
하늘빛
https://www.youtube.com/watch?v=ZknG3BhGoa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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