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군고구마, 그리운 할머니

korman 2024. 12. 24. 17:58

 

군고구마, 그리운 할머니

아침 학교 가는 길
큰 산 아래 돌아 동네 우물 옆
간밤에 쌓인 눈 깊숙이
생고구마 한 개 묻어놓고
공부시간 내내
행여 눈 녹아 다람쥐 물어 갈라
안절부절

눈 쌓인 언덕길
엉덩이 미끄럼틀삼아
눈보라 일으키며 온몸으로 내려와
눈 속에 손 쑥 집어넣어 
언 고구마 꺼내 들고는
혀로 껍질 녹이고 시린 이로 갈아 내며
집 마당까지 한 입도 베지 못하였네.
 
손자의 언 입술 보시던 할머니
따뜻한 두 손으로 얼굴 감싸주시며
“안방 화로 재아래 군고구마 넣었다.”

 

첫눈 수북이 내려
할머니 군고구마 그리운데
어찌 알았는지
속 깊은 팬에 고구마 넣어
가스불에 올리는 마누라 있네.


고구마 구워지는 냄새에
할머니 얼굴 떠오르는구나.
오늘 손녀들 온다하여 만든 거니
‘한 개만 먹으라’는 마누라 성화,
할머니는 그런 말씀 안 하셨는데
마누라는
내 할머니가 아니었네.

2024년 12월 23일
하늘빛

 

 

 

 

'이야기 흐름속으로 > 내가 쓰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말의 잡념  (3) 2024.12.18
이성과 지성의 전당  (2) 2024.12.04
혼숙(混宿)  (5) 2024.11.24
은행나무  (3) 2024.11.17
부여-보령 (4 마지막)  (10) 2024.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