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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버킷 리스트

korman 2025. 1. 4. 18:48

 

새해의 버킷 리스트

2025년 올해가 을사년 뱀의 해라고 한다. 그것도 보통뱀이 아니고 푸른뱀이라고 한다. 간지야 그렇다 치더라도 근자에 와서 동물의 색을 강조하는 일이 많아졌다. 세상이 어지러우니 사람들이 생각하는 보호막이 더 필요한지 뭘 자꾸 덧붙인다.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이 편해지고 세상이 안정될 거라고 믿어진다면 푸른색이 아니라 초록색인들 어떠랴.

‘을사년’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새해 첫날에 가장 먼저 떠올린 것들은 무엇일까 궁금하다. 난 그저 어렸을 대부터 귀속에 딱지처럼 들어앉은 한 마디 ‘을사보호조약’이 금방 떠올랐다. 을사라고 하니 맨 먼저 떠오른 단어였다. 나의 학창시절에는 ‘을사보호조약’이라는 이름으로 그 치욕에 대한 공부를 하였다. 그러다 ‘을사조약’으로 바뀌더니 지금은 ‘을사늑약(乙巳勒約)’으로 통일된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치욕의 역사였는데도 불구하고 애초 역사교과서 용어에 우리가 적절한 용어를 정하지 않고 일본이 사용한 용어를 그대로 옮겨 적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연말연시가 되면 많은 분들이 상탄카드나 연하장을 나눈다. 예전에는 우편으로 보냈지만 요새는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그림을 골라 단추 하나를 누르면 며칠 걸리던 배달이 3초 안짝으로 상대에게 배달된다. 그리고 대부분 그 즉시 회신이 온다. 그러다 보니 이 사람에게서 받은 카드를 저 사람에게 보내고 저 사람한테서 받은 것을 이 사람에게 보내고 하는 일이 잦아져 같은 것을 여러 번 받는 일이 생겼다. 재주 좋은 사람 한 분이 만들어 보내면 그게 여기저기 퍼져나가는 것이다. 단체 카톡방에는 이미 한 분이 인사로 올려놓은 카드를 한두 분 건너 다른 분이 재탕하는 웃지 못 할 일도 생긴다. 나는 내가 만든 카드 속에 꼭 내 이름을 넣어 보내지만 이름을 하단에 넣었더니 사진 자르기 기능을 사용하여 이름이 쓰인 부분만 잘라낸 게 그 카드를 처음 만들어 보낸 나에게 다시 돌아온 경우도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새해에 그렇게라도 서로 덕담을 나누는 것은 좋은 일 아니겠나. 

코로나를 겪고 난 후부터 입버릇처럼 외우고 다녔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대신에 ‘늘 건강하세요.’라는 인사가 연말연시뿐만 아니고 일상의 주요 인사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예전에 먹을 것조차 궁하던 시절에는 만복이 깃드는 게 매우 중요한 바람이었지만, 아직 물질이 행복의 첫째 요소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기는 하겠지만, ‘복’중에서 ‘건강복’이 나머지 생애의 제일가는 복으로 느끼시는 분들이 늘어가는 것 같다. 하기야 물질적으로 아무리 궁핍한 경우라 할지라도 건강을 잃으면 그 궁핍마저도 그리운 신세가 될 터이니 건강이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손바닥을 흔드실 분들은 별로 없을 듯하다.

새해가 되면 많은 분들이 새해의 버킷리스트를 생각하게 된다. 나 또한 그랬지만 올해에는 별로 생각한 게 없다. 그저 올해 내 버킷 리스트를 누군가가 묻는다면 그 첫째가 작년과 같은 컨디션이 반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면 건강도 그렇고, 책 읽는 것도 그렇고, 글 쓰는 것도 그렇고, 친구들 만나는 것도 그렇고, 술 마시는 것도 그렇고.....나빠지는 것 없으면 그게 복 받는 것 아닐까? 단지 올해는 작년 보다는 집사람과의 여행 횟수가 조금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언제 허리가 아파 배낭을 지지 못할지 모르고, 언제 무릎이 아파 잘 걷지 못할지도 모르고, 인지도가 떨어져 언제 운전을 그만둬야 할지도 모르고 등등. 우리 부부 두 사람 다 거의 그럴 나이가 되어가고 있으나 아직 거동에 불편함은 없으니 그게 두 번째라고 하면 되겠다. 길거리를 가다가, 운전을 하다가, 전철 안에서, 마트에서, 여행지에서 문득 문득 다른 것들이 생각날 수도 있겠지만 두 가지만이라도 잘 실천한다면 그것이 올해 나에게 주어진 복이라 할 수 있겠다. 더 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좋겠지만 두 가지도 실천이 될지 모르는 터에 더 바라는 건 과욕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욕이라 하더라도 대한민국 누구나 꿈꾸는 욕심이 한 가지 있기는 있다. 로토가 당첨되어 아들, 딸, 며느리, 손주들 모두 같이 해외로, 그것도 유럽으로 여행을 하는 것이다. 예전 주택복권때 부터 몇 천 원씩 복권을 사봤으니 그걸 저금하였다면 지금쯤 모두 유럽은 못되더라도 동남아에는 갈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생각하며 또 허황된 마음으로 새해의 첫 주 토요일 하루를 마감한다. 

2025년 1월 4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O6F--Q_b8cA 링크

The Journey's End - Beautiful & Sad Piano Song, Relaxing BGM |BigRiceP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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