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필요한 법
개고기를 먹지 말라는 법이 한겨울에 정해졌다고 한다. 민생을 위한 다른 시급한 법들이 산적해 있고 그 중 많은 법안들이 시효를 넘겨 사장 된다고 들었는데 개고기법은 일사천리로 통과되었나보다. 어쩌다 개가 필요한 법이 사람을 위한 법 보다 앞서게 되었을까? 무얼 먹고 안 먹는 문제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다. 나는 개고기를 먹지 않지만 친구들이 보신탕집에 가자면 따라 간다. 그곳에는 개고기 안 먹는 사람들을 위하여 늘 삼계탕이 준비되기 때문이다. 난 개고기만 안 먹는 게 아니다.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은 식재료로 만든 음식 중에서도 내 취향에 따라 안 먹는 게 많다. 인간은 잡식성 동물이지만 그래도 개인에 따라 식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에 그리 좋다며 잘 먹는 깻잎을 나는 먹지 않는다. 깻잎의 향이 싫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걸 즐겨먹는 집사람을 나무라지는 않는다. 개고기법처럼 가법을 정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개고기를 즐겨 먹는 친구들에게 먹지 말라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개고기 하면 개보다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한 때는 ‘마르린 몬로’처럼 세기의 섹스 심벌이라던 ‘브리지트 바르도’라는 프랑스의 영화배우다. 그녀가 영화배우로서의 존재가치가 희박해지고 있을 즈음 자존감을 세우기 위하여 (내 생각임) 뛰어든 일이 ‘동물보호’라는데 그 동물보호가로서의 존재감을 세우기 위한 주된 타깃이 우리나라의 개고기 문화였다. 중국을 비롯하여 동남아시아의 다른 나라에서도 개고기를 식용하고 있는데 그녀는 그 나라들 중 우리나라를 가장 만만하게 보았는지, 아시는 분은 다 아시다시피, 말 그대로 생난리를 피워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동물보호를 외치고 다니면서도 밍크는 동물이 아니라 생각하였는지 고기도 먹지 않는 밍크의 가죽을 훌러덩 벗겨 만든 밍크코트를 즐겨 입었다고 한다. 19세기까지 파리에도 개고기푸줏간이 있었다고 사진도 나와 있는데 그녀도 그걸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물론 프랑스의 개고기 푸줏간은 우리나라처럼 크고 붉은 플라스틱 대야에 개고기를 놓고 시장에서 비위생적으로 파는 사진은 아니었고 개를 애완으로 기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개고기 문화는 자연적으로 소멸되었다고 하는데 그녀가 그리 난리를 피우던 시절에는 우리도 지속적인 캠페인에 의하여 자연적으로 보신탕 문화가 감소추세에 들어갔을 때였다. 지금은 어디 뒷골목에나 가야 존재하는 곳으로, 법이 발효된다는 3년 후 쯤에는 법까지 제정하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거의 살아질 것 같은데 개인의 식문화 취향을 국가가 강제하는 것 같아, 아니면 브리지트 바르도를 국가 차원에서 너무 의식하는 것 같아 반갑지만은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 개고기 애호가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동물관련 단체들은 외국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는 것 같다. 그저 외국의 누군가가 개고기를 지적하면 나라 안에서 동조하며 같은 행동을 취한다. 브리지트 바르도가 살고 있다는 프랑스 사람들은 거위에게 강제로 사료를 먹여 간을 비대하게 만들고는 그 간을 즐겨 먹는다고 한다. 푸아그라라고 하였던가? 그러나 그런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는 우리나라 동물 애호가들은 없는 듯하다. 오히려 같은 서양권인 미국의 여러 주정부에서 거위에게 행하는 잔인성 때문에 푸아그라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또한 송아지나 돼지새끼 고기를 즐긴다고 한다. 젖먹이 동물들이다. 동물 식육의 나이를 규정한 나라는 없는 듯하다. 그러나 인간의 식욕 때문에 태어나자 희생되는 다른 동물은 개가 아니니 괜찮다는 이론이다. 그야말로 개보다 못한 생각 아닌가? 우리나라 어느 단체에서 그 사람들의 그런 행동을 잘못이라고 브리지트 바르도처럼 외쳐대는 모습은 보지 못하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는다고는 하지만 요즈음 집에서 많이 기르는 애완용 개를 식용하는 건 아니다. 고기용 개는 따로 있다. 외국인이나 내국인이나 동물사랑의 이유를 들어 개고기 식문화에 대하여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묻고 싶은 게 있다. 자신이 기르는 개가 좋아 하는지도 모르면서 자신의 취향대로 옷을 입히고, 털을 깎아내고, 치장을 하고, 물감을 드리고, 짖지 못하게 수술 등을 행하는 것은 개를 사랑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자기만족을 위함인지를. 내가 개에게 물어본 건 아니지만 짐승들도 인간처럼 좋아하는 것, 좋아하지 않는 것, 먹고 싶은 것, 먹고 싶지 않은 것 등 인간처럼 상반되는 마음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그들의 언어로 인간에게 마음을 표현하지만 인간이 알아듣지 못하고 인간 마음대로 그들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개고기 식용이 나쁜 것인지 동물을 어른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게 나쁜 것인지, 거위 간을 비대하게 만드는 것이 동물을 사랑하는 것인지 헤아려 봄이 좋을 듯싶으며 송아지나 돼지새끼 고기를 즐기는 게 육용 개고기를 즐기는 것보다 고고한 것인지 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어진다.
2024년 1월 29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3-osKqhbz4A 링크
Isidora Kadic - Mariage d' amour - (Paul de Senneville) Piano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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