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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게 저승 갈 때 뭘 가지고 가지-석용산

230905-230919 여보게 저승갈때 뭘 가지고 가지-석용산-고려원 여보게, 저승 갈 때 뭘 가지고 가지? 솔바람 한 줌 집어가렴. 농담 말구. 그럼 댓그늘 한 자락 묻혀 가렴. 안 그럼, 풍경 소릴 듣고 가던지... 책의 목차는 들춰 보지도 않았다. 단지 겉표지에 적혀있는 대화 한 자락만 보고 값을 치르고 책방을 나왔다. 그게 이 책을 살 때의 기억이다. 난 절에 가도 절을 하는 신도는 아니다. 그러나 어디 여행이라도 가면 대부분 근처에 있는 사찰은 가능한 한 찾아가는 편이다. 그리고 사찰에 가면 풍경이 매달린 처마 쪽으로 향한다. 자리가 비어있으면 주로 대웅전 뒤와 옆이 만나는 처마 끝, 그곳을 추녀라 부르던가, 그 아래에 잠시 앉아 있기를 즐긴다. 거긴 건물의 뒤와 산자락 사이를 타고 흐르는 바..

길 끝나는 곳에서 길을 묻는다 - 임헌갑

230820-230831 길 끝나는 곳에서 길을 묻는다 - 임헌갑 - 웅진닷컴 이 책은 인도에 관한 책이다. 난 인도에는 가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인도에 관한 관심은 많다. 그래서 인도 여행기도 여러 권 읽었다. 일반적인 여행기도 있었고 역사나 문화유적 혹은 각종 인도적 건축물 등 전문서적 형태의 테마를 가진 여행기도 있었다. 이 책이 인도에 관한 책이긴 하여도 일반적인 여행기에서는 벗어나는 책이다. 인도내의 특별한 존재들을 만나 그들의 생활을 취재,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그 존재감을 세워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1993년부터 매년 한 해의 절반 이상을 인도에 체류한다고 했다. 그러니 그는 인도인이 다 되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인도에 관한 책도 여러 권 저술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책에 의..

젖은 낙엽

한여름 어느날 친구가 카톡에 올렸다. "평일 낮에 집에 있으려니 '젖은 낙엽' 같네" 라고. 그 글을 보고 문득 생각나 한구절 적어 보았다. 젖은 낙엽 한가을 들판에 고운 낙엽 가득한데 가을비가 눈치 없이 추적추적 내리네 낙엽 모아 책갈피에 세월을 간직 하던 세일러복 가을 소녀는 어디에 있을까 비에 젖은 낙엽 노년 세월 닮았을까 모닥불 붙이매 청춘 불길은 어디가고 흩어지는 회색 연기만이 앞을 가리네 내 세월 언제 젖은 낙엽에 불길일거나 연기가 이는 것은 낙엽을 말리는 것 마른 귀퉁이로 조금씩 불길은 일겠지 비구름 갈라지며 내미는 사이 하늘길 젖은 낙엽 한 귀퉁이 불씨를 닮았구나. 2023년 8월 30일 하늘빛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

가을 초입에

가을 초입에 바다엔 수평선 땅엔 지평선 둘은 있는데 하늘이 만드는 천평선은 없네 하늘은 무한이라 선이 그이질 못할까 수평선 지평선이 하늘에 닿아 있으니 그들이 곧 천평선일까 가을하늘 뭉게구름은 지평선 너머에 있나 수평선 속으로 숨었나 오늘도 도시의 하늘엔 평선 없는 얼룩 스카이라인만 생겼다. 2023년 8월 30일 하늘빛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yINx_rRaxrM링크 I MISS YOU | Emotional Sad Piano

무엇이 중헌디?

무엇이 중헌디? 8월15일 동네 큰길 네거리 모퉁이에 현수막 하나가 걸렸다. 상업적 불법 현수막이라면 누군가 구청에 신고라도 하겠지만 그러지 못할 현수막이다. 최근에 온 동네를 앞장서서 현수막으로 지저분하게 만드는 장본인들이 건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를 잊은 자에게 미래는 없다”. 꼭 누군가를 꾸짖는 내용이다. 설마 자기 자신들이 아니고 국민들을 꾸짖는 건 아니겠지?. 6.25때는 이런 현수막은 걸리지 않았었다. 6.25전쟁도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국가의 가장 중요한 역사 중 하나이거늘 역사를 잊은 자에게 미래가 없다는 장본인들이 국가와 국민들을 위하여 산화하신 분들을 추모하는 현수막은 동네에서 보질 못하였다. 뭐 내가 6월의 기억을 못할 수도 있겠거니 하면 된다. 아마 역사 인식과 현실에 대..

산중에서 길을 물었더니 - 서화동

230726-230810 산중에서 길을 물었더니 - 서화동 - 은행나무 책을 손에 쥐고 우선 다른 책 보다는 훨씬 무겁다고 느꼈다. 아마도 우리나라를 대표하 는 33인의 큰스님들 말씀을 엮은 책이라 그런 것 같다. 사실 다른 책에 비하여 종이가 그 중요한 말씀만큼이나 좋고 두껍다. 쪽 수가 다른 책에 비하여 특별히 많은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종이 때문에 두껍고 무겁다. 왜 33인을 선정하였는지는 설명되지 않았다. 33인이라는 숫자가 나왔을 때 독립선언이 생각났지만 그냥 우연이라고 생각하였다. 어쩌면 불교계를 이끌어 나가시는 분들이니 의도적으로 그 숫자에 맞혔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책이 왜 내 책꽂이에 놓여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그러니 더더군다나 읽은 기억도 없다. 달라이라마를 비롯하여 가끔 우리나라 ..

종(鐘, Bell)

종 (鐘, Bell) 내가 ‘종’이라는 물건을 처음 대한 건 매우 어렸을 때 살던 시골에서였다. 지금은 시골에 가도 볼 수 없는 ‘상엿집’이라는 게 동네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었고 여기에 마을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상여’가 보관되어 있었다. 지금은 보편화되어있지 않으니 문화재로 지정이 되어 가끔 특별한 행사 때나 볼 수 있지만 예전에는 동네에 상가가 생기면 마을 사람들 중에서 힘이 좋은 사람들이 나서서 상엿집에 보관하고 있던 자재들을 꺼내어 조립하고 상여를 만들어 어깨에 멜 준비를 하곤 하였다. 이 상여가 상가를 떠날 때 나이가 지긋한 분이 홀로 상여의 틀 위에 올라 상여잡이 (동네에서는 그렇게 불렀는데 지식백과에 의하면 그런 사람을 ‘선소리꾼’이라 하였다. 선소리에 따라 상여꾼들이 후렴을 하였다.) ..

더위 속에서

더위 속에서 뒷담 옆 공터에 코스모스 무리지어 피었다고 가을이 왔다더냐 창밖으로 푸른 하늘 보이고 고추잠자리 떼 지어 오르내린다고 더위가 기울었더냐 불기둥보다 더한 햇볕에 더위 먹은 가로수 솔솔 지나는 바람에도 이파리 흔들 기운조차 없는지 축 늘어진 채 그러나 길가에 그늘은 내렸네. 여름 다하기 전 짝 찾을 매미들만 가로수 잎 뒤에 숨어 더위 먹은 도시의 아스팔트 위에 피어난 거리의 신기루 속으로 도시의 소음에 뒤질세라 여름살이 울음만 뿌려대고 있구나 2023년 8월 3일 하늘빛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jE-tpQ-o8ho 링크 Adagio · Michael Maxwell · Steve Wingfield · Dani..

우리문화 이웃문화 - 목수 신영훈

230704-230723 우리문화 이웃문화 - 목수 신영훈 - 문학수첩 개인기록을 찾아보니 12~3년 전쯤의 일이었다. 큰 아이의 비즈니스 파트너였던 이탈리아 수입상의 사장과 회사 구매담당자인 여자직원이 한국 출장길에 내 집을 찾은 적이 있었다. 그 회사의 남자 사장과는 처음 만나는 사이라 “만 나서 반갑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악수로 인사를 나누었다. 동행한 여직원은 그 1년 전쯤 혼자 출장을 왔을 때 기 인사를 나눈 사이라 그런지 손을 잡더니 갑자기 볼 인사를 곁들였다. 나도 유럽에 출장을 가면 처음 인사에도 스스럼없이 볼을 가져다 대는 상대방을 만나기는 하였기 때문에 볼 인사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한국적 문화에서는 숙달되지 않는 것이 그 볼 인사법이었다. 유럽에서도 볼 인사법은 민족마다 다른 것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