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울림 속으로/우리 종 공부하기

깨달음의소리 범종(梵鐘)

korman 2008. 5. 12. 21:33

깨달음의소리 범종(梵鐘) /

문화유산해설사 이미현


 


범종이란


사찰의 종루(鐘樓)에 걸어놓고 당목(撞木)으로 쳐서 시간을 알릴때나 대중을 집합시키고 의식을 행할 때 쓰이는 종을 말한다. 범종의 소리는 일승(一乘)의 원음인 부처의 진리의 말씀에 비유되기도 하고 범종의 소리를 통해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까지 구제할수 있다는 대승불교의 심오한 사상이 내포되어 사찰에서는 일찍부터 가장 중요하게 사용된 불교의식법구의 하나이다.

한국 범종의 구조와 특징
  우리나라  범종은 통일신라종의 예에서 살펴볼수 있는 것처럼 중국이나 일본종과 다른 매우 독특한 형태와 의장(意匠)을 지니게 된다 세부의 장식이 정교하고 울림소리가 웅장하여 동양삼국의 종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종신의 외형은 마치 독(甕)을 거꾸로 엎어놓은 것 같이 위가 좁고 배부분이 불룩하다가 다시 종구(鐘口)쪽으로 가면서 점차 오무라든 모습이다 종의 정상부에는 한 마리 용이 목을 구부리고 입을 벌려 종을 물어올리는 형상을 취하고 있는 부분을 용뉴(龍鍮)라 부르며 장식적인 효과를 주기 위한 것이라 볼수 있지만 원래는 고래를 무서워한다는 상상의 바다짐승인 포뢰(浦牢)를 상징한다고 알려져 있다.
용뉴의 목뒷부분에 우리나라 종에서만 볼수 있는 둥근 대롱형의 음통(音筒)이 있다 음통은 대부분 내부가 비어있고 종신 내부에 관통되도록 구멍이 뚫려 있고 이 음통은 울림소리와 관련된 음향조절장치의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추정되고 있다.
종의 몸체 상부와 하부에는 동일한 크기의 문양띠를 둘렀는데 당초무늬,연꽃무늬,보상화무늬 등의 문양을 장식 하였고 상대 바로 아래에 네 방향에는 사다리꼴 곽을 만들어 9개씩 36개의 돌출된 종 꼭지를 장식 하였다.
종신의 하대 위에는 종을 치는 자리로서 마련된 당좌(撞座)라는 원형 장식을 앞 뒷면 두곳에 도두라지게 배치하여 종신의 1/3 부분쯤에 해당되는 가장 불룩하게 솟아오른 정점부에 해당된다.
앞 뒷면에 반대로 배치된 두 개의 당좌와 당좌 사이에 해당되는 종신의 여백에 악기를 연주하며 하늘에서 날아내리는 듯한 주악천인상,비천상,공양자상을 장식하는 것도 우리나라 범종의 대표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한국범종의 시대적 변천

  우리나라의 범종은 삼국시대 불교전래 이후부터는 제작 사용되었다고 여겨지지만 현재 남아있는 것은 통일신라 8세기 이후의 작품뿐이다.
◆ 통일신라의 범종 : 통일신라 725년에 만들어진 오대산 상원사 범종이 가장 연대가 앞서고  또 크기와 형태미를 대표하는 성덕대왕신종등이 있다.
크게 전기(8세기초-9세기초)와 후기(9세기전반-10세기전반)으로 나누어보면 전기 종의 주악상은 2구1조가 종신 앞,뒷면에 도합 4구가 배치된다. 악기는 공후,생황,횡적,요고를 연주하며 그 가운데 횡적과 요고가 가장 많이 등장된다.
그러나, 성덕대왕신종 만이 유일하게 단독상이면서 악기가 아닌 향로를 받쳐든 모습의 공양자상인 것은 이 범종이 성덕대왕의 명복을 빌기위해 국가적 발원과 역사로 제작된 이례적 양식을 취하였으리라 생각된다.
통일신라 후기 종의 특징은 2구1조의 주악상이 단독의 독립주악상으로 바뀌어 요고와 횡적을 각기 나누어 연주한다는 점이다. 10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 통일신라 종의 웅건함과 화려한 장식성은 자취를 감추고 종의 규모가 축소되면서 주악상의 모습은 조각적으로 거칠어지는 경직성과 도식화의 경향을 피할수 없게되는 쇠퇴의 과정을 맞게 된다.

◆ 고려시대의범종 :고려시대 에 들어오면 통일신라의 전형적인 양식에서 변모를 이루게 되는데 대표적인 특징은 종의 천판과 상대가 이어지는 부분 위로 입상화문대라는 돌출장식이 새로이 첨가되며 상대와 하대에도 당초문, 보상화문 외에 번개무늬, 국화문 등 다양한 문양이 장식된다.
종신에는 비천이나 주악상 대신 연화좌 위에 앉은불,보살상 및 삼존상을 천개, 구름무늬, 악기 등과 함께 장식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통일신라 종에 비해 종신의 외형이 직선화 되거나 종구 부분이 점차 벌어지는 경향을 보이며 통일신라에 비해 주조기술이 거칠어지고 문양이 도식화 되는점은 대량생산에 따른 기술적 역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것이라 여겨진다.
고려시대의 대표적 예로 천흥사동종,내소사동종,탑산사동종,용주사동종 등이 있다

◆ 조선시대의 범종 :
조선초기의 종은 음통이 없어지고 한 마리의 용뉴는 쌍룡으로 바뀐다 입상화문대는 소멸되며 상대 아래에는 범자문이 첨가되어 독립된 문양대로 자리잡게 된다  종신의 여백면에는 여래좌상이나 비천상 대신에 합장한 형태의 보살입상이 장식되며 이밖에 용문,범자문,파도문 등을 필요이상으로 시문하여 매우 번잡한 느낌을 주게된다 .더욱이 그 여백면에는 주조에 관계된 긴 내용의 명문을 빽빽이 기록한 점을 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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