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딴소리
5월이 ‘가정의달’이라하여 달력을 보았더니 늘 생각하여왔던 ‘어린이날’과 ‘어버이날’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근로자의날’로부터 시작된 5월엔 매일 이어지는 날이 많았다. ‘스승의날’도 있고 ‘성년의날’도 있고 ‘부부의날’도 있었다. 또한 ‘석가탄신일’도 5월에 들었다. ‘유권자의날’도 있는데 선거도 없는 달에 이건 뭐하는 날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가족이나 다른 사람들을 위하는 날이 많이 들었으니 모두 ‘가정의달’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어린이날’이 들어있는 이런 가정의 달에 난 ‘거짓’, ‘속임’ ‘기만’, '사기‘ 등등 유사한 단어의 뜻은 어찌 다른지 사전을 찾아보며 만일 이런 단어에 관련법을 적용하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생각해 봤다.
큰손녀가 교과서에 기재되어 필요한 책이라고 어린이날 선물로 할아비에게 부탁하기로 “그러마“ 하였는데 알아보았더니 출판 된지 몇 년이 지나 동네는 물론 대표적인 큰 책방에도 없는 책이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다 온라인으로 주문이 가능하고 더욱이 ‘지금 주문하면 5월2일 도착확율 80%’라는 부가문구도 있어 1*번가를 통하여 ‘서*문고’에서 운영한다는 ‘반*앤루*스’에 4월29일 주문을 하였다. 어린이날 전에 도착하니 좋구나 싶었는데 웬걸, 주문하자 30분도 채 안 되어 판매처에서 주문 전 언급된 ‘5월2일 도착’에 대한 부연 설명도 없이 간단히 ‘5월6일 발송 예정’이라는 문자만 보내왔다. 또한 나중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인지 ‘배송 예정일은 상품수급 및 배송사 사정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라는 책임감 없는 문장도 함께 보내왔다. 어제 어린이날에 1*번가에서는 판매자가 아직 발송을 못하고 있으니 원하면 직권으로 취소하고 환급하겠다는 문자가 왔다.
책을 주문하고 나서 적혀있던 대로 손녀에게 5월2일 도착할 거라고 이야기 하였는데 5월6일 도착도 아니고 ‘발송예정’이라는 카톡을 받고 참 어이가 없었다. 어린이날, 손주들이 자라면서 자신들의 개성이 나타나고 있으니 할아비가 뭘 사주기보다는 각자 마음에 드는 것을 직접 사도록 하는 것을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고로 적절한 금액을 어린이날카드에 넣어 세 아이에게 하나씩 주면서 주문한 책은 6일 발송하겠다고 하였으니 6일까지 참아주겠다고 생각하며 큰손녀에게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더 하여야 했다.
6일, 약속한 날의 한낮이 다 넘어가는 데도 감감무소식이다. 이대로 지나가면 1*번가에 취소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손녀와의 약속이니 먼저 확인이나 해 봐야겠기로 그곳에 전화를 해 보았다. 확인 후 문자를 주겠다고 해 기다리고 있는데 내일(7일)엔 틀림없이 발송된다는 답변전화에 지금 취소하고 다른 곳에 주문하면 더 오래 걸릴 것 같아 “서*문고는 내가 어렸을 때도 존재하던 곳이니 역사적 명성에 걸맞게 약속 지켜달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예상보다 더 늦어지면 늦어지는 대로 중간에 솔직하게 연락을 줄 수는 없었을까? 어린이날 선물이라는 걸 판매자도 알고 있었을 텐데 실로 무책임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런 경우 위에 언급한 단어들 중 어디에 속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트의 할인행사나 !+1 같은 이벤트를 좋아한다. 평시보다 좀 싸게 혹은 같은 돈으로 하나를 더 가질 수 있으니 나부터라도 좋아하지 않을 리가 없다. 하지만 때로는 판매자의 가벼운 꼼수 때문에 헛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언젠가 마트에 들렸다가 우리 집에서 늘 쓰는 것과 같은 휴지를 할인하고 있어 한 다발 집어 들고 돌아왔다. 집에 와서 포장을 끌러보니 아무래도 기존에 쓰던 것 보다는 좀 좁아보였다. 그제야 포장봉투의 제품설명을 보니 제품 넓이의 오차범위가 ±5mm로 표기되어 있었다. 요새 같은 정밀시대에 아무리 하찮은 휴지라고 한들 정밀한 형틀에서 자를 텐데 큰회사에서 나온 제품이 5mm씩이나 차이가 날까 생각하고는 ±로 표기되었으니 좁은 게 있으면 넓은 것도 있겠지 하고 모든 휴지를 꺼내 확인한 결과 넓은 건 없고 모두 좁은 것뿐이었다. 그것도 한결같이 모두 일정하게 좁은 것이었다. 할인가와 좁은 면적을 대충 계산해보니 할인금액만큼 휴지를 좁게 만든 것 뿐, 실제 할인된 것은 없었다. 이건 어디에 속할까? 넓이의 오차범위를 표기하였으니 업체의 잘못은 없다고 크게 이해하더라도 이건 ‘꼼수’라기 보다는 소비자를 ‘기만’ 혹은 ‘눈속임’이라고 하여도 과하지는 않을 듯싶다.
5월의 그 많은 ‘날’사이에 ‘솔직한날’이라는 날을 하루 넣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2021년 5월 6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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