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남자인데 왜 여자라고 해?

korman 2022. 7. 26. 19:35

죽녹원의 봉황루

남자인데 왜 여자라고 해?

 

나라를 이끌어 간다는 군상에 속하시는 분들은 걸핏하면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고 한다. 또 국민들이 원하니 자기가 그 일을 해야 한다고도 한다. 국민이 뭘 원하는지 어찌 조사하였으며 그 조사 결과는 이야기 하지 않은 채 국민은 많이도 찾아댄다. 매번 국민이 아니라 자신의 표를 생각한다는 게 국민을 앞장세우는 것 같아 그들이 그렇게 이야기 할 때 마다 난 ‘국민을 위하는 것은 국민 스스로일 뿐이다’라고 생각한다.

 

가끔 TV뉴스를 보면 어떤 사고가 났을 때 지나가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사람을 구조하고 흐트러진 길거리를 정리하는 소식이 관련 영상과 함께 방송된다. 나는 거리를 지나다 그런 광경을 목격한 일이 없으니 내가 지나는 길에 그런 일이 발생을 하면 그 분들처럼 지체없이 뛰어들어 힘을 보탤 수 있을지 장담을 못한다. 그 주위를 그냥 무심코 지나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집사람은 그런 장면이 나오면 늘 “저렇게 하는 사람들도 있네”라는 말을 한다. 그럴 때마다 난 “저런 분들 때문에 국가와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거야. 맨날 국민을 위한다고 입(실은 다른 말을 쓰지만)만 놀리는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게 아냐.”

 

길을 가다가 혹은 버스 안에서 갑자기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고는 심폐소생술로 위험한 순간을 넘기게 하는 행인이나 버스기사도 많이 나온다. 나도 그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교육은 여러 차례 받았다. 멀리는 학창시절 적십자활동에서도 받았고 요즈음은 소방교육을 받으면서 주된 교육으로 받았다. 하지만 이 또한 일을 당하면 내가 그들을 위해서 그것을 금방 실시할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다. 나도 길을 가다 그들처럼 갑자기 쓰러지는 순간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배운 건 잘 기억했다가 다른 사람을 도와서라도 행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지만.

 

지난 토요일 저녁 무렵 서울에서 친구들과의 정례모임을 끝내고 동인천역을 거쳐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내렸을 때는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우산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으나 정류장에서 집이 가까우니 그냥 빠른 걸음으로 가면 되겠다고 걸음을 재촉하고 있는데 상가건물 앞에 누군가가 쓰러져 있는 게 보였다. 그런데 상가를 드나드는 사람들도, 그 사람을 지나치는 행인들도 아무도 그 앞에서 전화기를 만지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이 역시 뉴스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무심함을 지적하던 그 광경이었다. 나도 그 옆을 지나가야 하므로 가까이 다가가 보니 여자인지 남자인지 분간이 어려운 분이 이제 조금씩 굵게 떨어지는 빗방울을 얼굴에 맞고 있었다. 상태를 확인하려 잠시 말을 시켜보았다. “술 드셨어요?” 눈을 뜨고 아니라 말 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러니 심폐소생술은 필요 없을 것 같았다. 자나가는 사람 누가 119에 신고하지 않았냐고 물으니 또 고개를 저었다. 더 물을 것도 없이 119를 눌렀다. 한 5분쯤 지났을까? 잠시 후 경광등을 번쩍거리며 구급차가 도착하였다. 내가 신고했는데 이제 가도 되냐고 구급요원에게 물으니 가도 된다고 하였다. 그 사이 비는 어느덧 비는 우산이 필요할 만큼 내리고 있었다.

 

버스정거장의 비가림막에 들어가 ‘구급차 참 빨리 오네’ 생각하면서 집사람에게 우산을 가져오라고 전화를 하였다. 집사람을 기다리며 혼자 실없이 웃었다. 119에 전화를 하니 쓰러진 분이 남자냐 여자냐를 물었다. 여자처럼 보이 길래 “여자 같아요”라고 답하였다. 그랬더니만 쓰러진 분에게서 “남자인데 왜 여자라고 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 대답하는 걸 보고 본인은 아니라 하였지만 혹 술이 그렇게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22년 7월 26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LOJxzeOjsUk 링크

Sunshine On My Shoul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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