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잡다한 이야기

茶人들은 茶를 禪이라 하네 - 김봉호

korman 2023. 2. 28. 12:07

230211-230225

茶人들은 茶를 禪이라 하네 - 김봉호 - 우리출판사

두 번째 읽는 책이지만 이해가 어려웠다. 정확히 표현하면 어려웠다기 보다는 내 수준에는 내용이 너무 무거웠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듯 싶다. 평소에 대중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한자어나 전문용어 그리고 고사에서 인용된 내용이나 옛 사람들의  차에 대한 개념이나 예찬 등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도 이 책에서 주장하는 차(茶)라는 것이 집에 있기는 하다. 그리고 가끔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다고 생각되는 날에는 그 차를 마신다. 그러나 저자가 극구 주장하는 다도의 형태는 갖추지 않는다. 아니 갖출 수도 없다. 그것을 갖추려면 전문가로부터의 특별교육이 필요하고 또 다기 세트라는, 늘 사용할 수도 없는 기구나 그릇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티백에 담겨진 차나 그물망에 차를 담아 뜨거운 물을 부은 머그잔에 담가두었다 마시는 것이 전부다. 차는 몇 차례 우려 마시라 하였으니 다 마시면 또 뜨거운 물을 붓는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 책을 읽는 동안 난 차라는 것을 마시기보다는 평소보다 커피를 더 많이 마신 듯하다. 집에서는 커피 전문점에서 제공하는 농도보다는 한결 연하게 마시는 편이지만 전기 커피 드리퍼에 그려진 머그잔 그림이 다섯 개쯤 있는 선을 넘어 용기 끝까지 물을 부어내리고는 그것을 오전 동안 천천히 다 마시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천천히 마셨다기 보다는 불과 몇 페이지를 넘기면서도 차를 두 번 우리는 것처럼 다시 같은 양의 새 커피를 뽑아야 했다. 아마도 그만큼 페이지 넘김이 쉽지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저자는 커피는 커피일 뿐이지 커피가 차의 일종은 아니라고 하였다. 나도 거기엔 동의를 한다. 영어 사전에도 커피는 Coffee, 차는 Tea라고 구분지어 표기되어 있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나라사람들이 차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고 마시는 ‘유자차’, ‘인삼차’, ‘생강차’, ‘국화차’ 등등 혹은 이와 유사한 이름을 가진 각종 차들은 차가 아니라 일종의 음료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상한 것은 중국에도 ‘차’ 앞에 붙여진 이름들이 많이 있지만 그는 그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회에서 일어나는 청소년 문제를 비롯하여 가정문제 및 범죄성 문제들은 차를 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이 단원을 읽다보면 차를 마시면 모든 갈등이 해소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만병통치약처럼 들리는 것이다. 그가 이야기하는 차 마심은 다도를 겸비한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의 다도에 대하여는 별로 기술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우리 다도의 시연을 한 분께는 우리 것이 아니라 일본식이라고, 또한 일본 다인들이 다 하고 다닌 것을 뒤쫓아 다닌다고도 하였다. 나는 그 다도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니 그의 주장이 맞는지 틀린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다인이 설마 일본식을 시연하고 다녔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일 그게 일본식이었다면 우리 다도와 무엇이 달랐는지 또 어떤 면에서 일본식이었는지 지적이 되었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저자의 그런 기술은 없다. 

저자는 이 책의 대부분을 중국이나 일본 옛사람들의 차 예찬에 대한 문헌들을 인용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옛 분들의 말씀도 있다. 또한 현대에 들어서 저술된 차에 대한 전문적인 글도 많이 소개되어 있다. 그러면서 저자는 차 중에서 제일 좋은 차는 우리나라 차라고 하였다. 물론 신토불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는 우리나라 차가 우리 몸에는 좋다는 이론이 성립될 테지만 저자가 주장하는 우리차에 관한 예찬에는 다분히 팔이 안으로 굽는 현상도 감안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많은 페이지에서 중국과 일본의 차에 대한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다도를 강조하고 있지만 내가 가끔 TV를 통하여 접한 다도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다도를 행하는 건 일종의 명상에 가까운 것이니 아마도 정신 건강에 좋다고 하면 거기에 반론을 제기할 생각은 없다. 그래서 차를 선이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차라는 것이 의학적으로도 만병통치되는 것처럼 예찬을 하는 것에는 찬성을 할 수가 없다. 물론 만병의 근원이 정신에 있다고 한다면 그 끈이 연결될 수도 있겠지만.

홍콩이나 중국을 다녀올 때는 으레 차라는 걸 사왔다. 작은 깡통으로 된 차는 선물하기에도 좋은 것으로 여겨졌다. 또 나에게도 그런 선물이 여러 차례 주어졌다. 그러다보니 커피보다 덜 마시기는 하지만 가끔씩 저자가 주장하는 차의 철차를 생략하고 차를 마시긴 하지만 지금은 국산차 외에  중국차는 마시지 않는다. 집에 가지고 있는 차 중에서 중국차는 모두 버렸다. 공항에서 구입한 차도 가짜가 많다고 하고 또 중국차의 농약에 대한 유해성이 끊임없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차에 대한 에세이라고 하여 저자가 겪은 차생활에서의 여러 가지 서정적인 삶의 이야기를 기대하였는데 책을 읽으며 중간에 그만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여러차례 하였다. 그만큼 내가 차에 대하여 무지한 이유도 있겠지만 책의 내용이 나에게는 무척이나 무겁게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다른 책 보다는 읽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누구에게 다른 책과 같은 에세이로 소개하기 수월한 책은 아니라 느껴졌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쯤 공교롭게도 BBC Earth 채널에서 차라는 것에 대한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었다. 중국과 일본의 차를 소개하고 있었기에 은근히 한국차에 대한 것도 나오겠지 하였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프로그램에서는 잎차만 Tea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라 일본 차 전문가가 잎차에 라벤더나 여러 다른 곡물, 심지어는 참치 말린 것 까지 섞어 새로운 차의 맛을 연구하고 있다며 그것들을 계속 Tea로 호칭하고 있었다.  또한 영국이나 히말라야에 인접한 국가들에선 차라는 것에 우유나 생크림 혹은 버터를 듬뿍 넣어 각 나라 고유의 차를 즐기고 있다. 저자의 이론대로라면 차라 불려서는 안 될 것 같은데 누구나 이를 차(Tea)라고 부르고 있다. 전문 다큐멘터리나 언론에서도........


2023년 2월 27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jltmqU-TRbg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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