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졸부들의 합창

korman 2023. 7. 16. 21:01

졸부들의 합창

웬만한 분들은 다 아시다 시피 미국 뉴욕의 맨해튼지역 내 모든 길은 일직선으로 바둑판처럼 짜여있고 거의 모든 차도에서 일방통행을 하고 있다. 블록이 많이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큰 건물 같은 것은 통째로 한 블록을 모두 점령하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며 이 경우는 건물의 네 귀퉁이가 모두 차도에 노출되어 있다고 하겠다. 한 블록 전체가 아니라도 앞뒤 두 면이 도로변에 걸쳐 있는 건물들도 또한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고 그런 건물들을 위하여 우리 시내 아파트 단지처럼 방음벽이 설치된 곳은 없으니 대부분의 건물이 길거리 소음을 그대로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을 아닐 듯싶다. 창문까지 방음을 잘한 고급 호텔이나 고층건물 상층부에 있는 호화 콘도미니엄 같은 곳은 소음의 영향이 없겠지만.

한창 일을 할 때는 여러 차례 방문한 맨해튼이기는 하지만 갈 때마다 시차에 시달리며 편하게 숙면을 취한적은 거의 없는 곳이기도 하다. 맨해튼의 보통 호텔도 최소 두 면은 길거리에 노출되는 곳이 있어 이런 곳에서의 저녁 잠자리에는 자동차 소음 등이 방에까지 전달되어 시차에 더하여 길거리 소음이 더욱 잠을 못 이루게 하였다. 이런 소음은 물론 숙박비가 많이 비싼, 그래서 창문에까지 방음이 잘 되는 고급호텔은 다르겠지만 그저 현지 회사사람들이 어디에 머무냐고 물었을 때 비즈니스하기에 보통정도로는 이해되는 곳에 늘 머물렀던 나로서는 자동차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시간대에도 밤새도록 일어나는 특정 소음에 잠이 들다가도 깨어나기가 일쑤였다. 그 특정 소음은 밤새도록 돌아다니는 경찰차, 구급차, 소방차 등 특수차량에서 울리는 사이렌소리 때문이었다. 그러나 호텔에 머물렀던 많은 사람들이 아침에 체크아웃할 때 프론트의 직원들이 잘 잤냐고 인사하면 직원들에게 농담으로 그런 소음 때문에 잠을 못 잤다고 웃으며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얼굴을 찡그리는 사람은 보지 못하였다. 투숙객이 그런 농담을 하면 직원들은 보통 그저 미소로 답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Sorry, This is NY"등 웃으며 같이 농담으로 대답하는 경우도 있었다. 누군가는 항의조로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기는 있겠지만 내가 겪은 동안엔 누구도 소음에 대하여 언짢게 이야기 하는 사람은 없었다.

지금 내가 사는 곳도, 비록 이면도로이지만, 소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위치가 대학병원을 지름으로 갈 수 있는 차도가 있기 때문에 구급차가 응급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며 울리는 사이렌 소리는 시간을 가리지 않는다. 어떤 때는 소방차의 사이렌이나 경적까지 복합되는 경우가 가끔 있어 매우 시끄러울 때도 있다. 거기에 더하여 하늘길도 병원으로 가는 항로인지 가끔 닥터헬기 소리도 요란하다. 이 모든 구급과 관련한 소음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또한 가려서도 안 되고 가릴 수도 없다. 특히 지금은 좀 덜하지만 코로나가 한창일 때는 밤에 자다가도 그 소음으로 수없이 깨기도 하였다. 그렇다고 나와 알고지내는 이 동네 분들이 그 소음을 탓하는 말은 듣지는 못하였다. 소리에 둔감한 게 아니라 사회를 지켜주는 소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 짐작한다.

며칠 전에 어떤 아파트 주민들이 소방차나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시끄럽다고 민원을 제기하였다는 소식을 접하였다. 그들은 또한 소방서가 혐오시설이라고 생각한다 하였다. 그 반면에 이런 소식을 접하고 부끄럽다며 소방관들을 위하여 많은 위로물품을 전달한 주민도 있었다고 한다. 그들도 나처럼 코로나가 한창일 때는 지금보다 몇 배 더한 사이렌 소리를 접하였을 텐데 그 때는 왜 그런 민원이 없었을까? 아마 그 때는 자신들도 구급차가 필요할 때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코로나가 잠잠해지며 그 생각에서 벗어나자 사이렌과 소방서를 민원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관련 기사에는 2019년도 11월에는 닥터헬기 소리가 시끄럽다는 민원이 있었다는 소식도 있었다. 이들은 병원도 혐오시설로 생각한다고 한다. 병원이 혐오시설이라면 그들은 몸이 아프면 어디로 갈 것이며 화재가 발생한다면 누구에게 불을 꺼 달라고 할 것인가? 그들도 응급시에는 119구급차를 부를 것이며 화재시에 또한 소방차를 부를 것이다. 만일 이들의 민원으로 인하여 응급차나 소방차의 출동이 늦어지면 아마도 제일 먼저 앞장서서 소방관들을 비난하리라 생각된다. 이들과는 달리 대부분의 국민들은 사이렌 소리가 들릴 때마다 누군가에 대한 걱정을 할 것이다. 

지금 장마로 인한 재해 현장에서 많은 소방관들과 의료진들이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구조하고자 고생을 하고 있다. 그 현장에도 많은 사이렌 소리가 있을 것이다. 나를 포함하여 모든 사람들은 그 사이렌 소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사회를 살리는 이런 사이렌 소리에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뭐라 불러야 할까? 졸부들의 합창단? 이런 사람들에게 내가 늘 즐겨 인용하는 예전 코미디언의 명언이 있다. “지구를 떠나거라~~~나가 놀아라~~.” “이런 분들 미국가서 사시죠? 그리고 그곳에서 그런 민원 넣어보시죠? 아마 미국을 떠나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2023년 7월 16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YAF35H0jkmg 링크

Adoro - No Se Tu - Contigo Aprendi - Ernesto Cortaz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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