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작은 나사 하나에 대한 하찮은 생각

korman 2014. 5. 22. 17:47

 

 

 

작은 나사 하나에 대한 하찮은 생각

 

어디나 다 그렇게 하겠지만 내가 사는 아파트의 승강기는 정기적으로 안전점검을 받는다. 기 계약된 유지보수업체에서 점검하고 보수하는 것은 안내방송이나 계시를 통하여 주민들에게 점검일시를 공지하고 있다. 그런데 예고 없이 ‘승강기기술안전원’이라는 곳에서 별도 점검을 하는지 아니면 유지보수업체가 점검을 할 때 같이 다니는지 그들이 발행한, 점검자 이름과 점검유효기간이 적힌 스티커가 승강기 내부에 붙는다. 그러나 이게 유효기간 내에는 고장이 안 난다는 보장성 스티커는 아닌지 점검을 하였다는 그 다음날 고장 나는 경우가 가끔씩 있다. 그럴 경우 도대체 뭘 점검하였다는 것인지 의아해지곤 한다.

 

유지보수회사에서 승강기를 점검 하고 간 후 승강기 안쪽에 붙어있는 층수가 적힌 패널을 보면서 난 늘 “이거 제대로 하고 있나?” 하는 의문을 갖는다. 패널은 위와 중간 그리고 아래에 총 4개의 나사로 승강기 내벽에 고정하게 되어 있는데 점검 후 보면 늘 나사가 하나나 두 개가 빠져있다. 물론 나사 두 개쯤은 빠져 있어도 당장 패널이 흔들리거나 승강기 운행에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사도 승강기를 안전하게 유지하는 주요 부품 중에 하나일진대 4개의 나사 중에 2개가 빠져 있으면 50%의 나사가 빠져 있는 셈이 된다.

 

나사가 빠져있는 구멍을 바라보다 매번 그리되는 것이 좀 심하다는 느낌이 들어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하여 그 사실을 이야기 하고 업체에서 점검을 하고 간 후 관리사무소에서도 살펴보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런데 전화를 받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를 더 당황하게 하였다.

“패널의 나사 한두 개 빠졌다고 승강기가 고장 나거나 잘 못 되지는

 않는데요 뭐.”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뒷골이 띵해왔다.

“그럼 패널의 나사 한두 개는 빼먹어도 괜찮다고 등한시 하는 점검자가

 승강기의 주요 부품은 제대로 검사 하겠습니까? 그러니 점검한 그 다음날

 고장 나는 거 아닙니까?”

관리사무소 직원은 뭘 나사 한두 개 가지고 그러냐는 투로 업체에 이야기를 하겠다고 하고는 전화흫 끊었다. 그러나 그 대답은 건성이었는지 어제 점검을 마친 승강기의 패널에는 또 나사 하나가 빠져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아파트에는 많은 아이들이 밖에서 놀고 있다. 작은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좀 큰아이들은 자전거나 싱싱카 혹은 스케이트보드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아파트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닌다. 그러나 아이들이 타는 그것들은 어른들에 의하여 안전이 담보되지는 않고 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아파트 단지 내인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그리 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않고 차를 몰아대는 운전자들 때문이다. 아이들은 주차된 차들 사이사이에서, 이웃 아파트와의 통로에서 혹은 놀이터에서 위험을 가리지 않고 튀어나오지만 일부 운전자들은 그런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그저 일반 도로인양 속도를 내기도 한다. 특히 어린이 보호 처량으로 아이들을 어린이집으로, 유치원으로 혹은 각종 학원으로 실어 나르는 노란 차들이 시간에 쫓기어 그런지 과속하는 경향이 많다. 통로 쪽에 큰 차가 주차되어 시야를 가리는 경우에도 이런 운전자들에게 아이들의 위험은 고려되지 않는다.

 

이러다 언젠가는 다치는 아이들이 나오겠다 싶어 또 관리 사무실에 전화를 하였다. 그러나 들리는 대답은 주민들에게 이야기 하면 뭐 그런 것 까지 참견 하냐고 싫어한다고 하고 노란 차들도 다 그러는 것은 아니라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하였다. 말도 되지 않는 핑계라 생각되지만 꾹 참고 그럼 단지 내에는 20km 정도로 다니라는 표지판이라도 곳곳에 설치하면 안 되겠냐고 하였더니 별 신통한 대답을 하지 않고 알겠다고만 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그 표지판은 몇 달이 지난 지금도 세워지지 않고 오늘도 아이들은 자동차 사이를 오가며 놀고 몇몇 운전자들은 개의치 않고 일반 도로처럼 차를 몰고 있다.

 

내가 관리사무소에 이야기 한 일들은 어찌 생각하면 참 하찮은 것일 수 있다. 그리고 나 아닌 다른 입주민들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내 전화가 무시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각종 사고가 하찮은 볼트 하나에서 시작 되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신들의 편의만을 생각하는 관계로 발생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거늘 오늘 빼 먹은 승강기 패널의 볼트 하나가 아니면 아파트 단지 내의 과속 운전이 큰 참사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누가 감히 말 할 수 있으려나. 승강기 정비나 자동차운전은 비록 개인이 하는 일이지만 그 결과는 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이 담보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태가 일어 난지 한참이 지났지만 아직 발견치 못한 희생자들이 남아 있고 나라 전체가 공황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모양이다. 이 사태가 모든 사람들에게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볼트 하나라도 귀히 여기야 한다는 교훈을 주어 많은 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고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며 그 가족들의 치유가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2014년 5월 20일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