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2014년 4월 12일 천안에서
노세노세 젊어노세
오래된 노래 중에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로 시작되는 노래가 있다. 늙어지면 놀 수 없으니 젊어서 놀라고 주장한다. 이 노래의 가사를 두고, 나이가 좀 드신 많은 아마추어 평론가들은 젊어서 열심히 일 안하고 놀라고만 충동질 하는 아주 못돼먹은 노래라고들 한다. 나도 나이가 좀 들었으니 그 평론에 동의를 해야 하겠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일이고 노는 것이고 신체가 튼튼해야 할 수 있다. 어디 한군데라도 고장이 나면 일하는 것은 물론이고 특히 노는 것은 더 할 수가 없다. 잘 논다는 것은 잘 먹고 잘 마시고 잘 돌아다닐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니 신체의 어느 한 부분에 이상이 생기면 그리 할 수 없을뿐더러 젊었을 때 아무리 열심히 일해서 재물을 쌓아 놓는다 하더라도 나중에 노는데 쓸 수가 없게 된다. 나이 먹어 그리되면 젊었을 때 좀 놀아둘걸 하는 생각이 저절로 날 것이다.
화무십일홍이고 달도 차면 기우니까 젊어서 놀라고 하였다. 그러나 노래의 첫머리에 나오는 “노세노세...” 가사가 옛날에 농사를 잘 지은 머슴을 칭송하는 구전민요 가사의 시작이라 하니 그것을 감안하면 가사의 의미가 젊어서 놀라고 충동한다는 해석보다는 열심히 일은 해야겠지만 젊었을 때라 하더라도 기회가 주어지고 형편이 따라주면 주저하지 말고 인생을 즐기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
‘노랫가락 차차차’로 제목이 붙은 이 노래는 1954년에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전쟁이 끝나고 한창 어려운 시기에 경쾌한 리듬으로 국민들에게 좀 여유로움과 위안을 주기위한 노래였다고도 생각된다. 가사 2절에서는 “더 늙기 전에 산천경계로 놀러가고 호시절에 놀아보자”라고 하였다. 논다는 것을 여행을 하는 것으로 묘사하였다. 그러나 그런 호시절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물은 물론이려니와 몸과 마음에도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러니 이 노래의 진정한 의미는 젊었을 때 놀자고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일 해서 빨리 여유 있는 호시절을 만들고 몸이 성할 때 (젊었을 때로 표현함) 두루두루 구경 다니자는 이야기라 한다면 너무 자의적인 해석이 될까.
산천경계 두루두루 구경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만 그것은 저마다의 처한 사정에 따라 다를 것이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려면 신체가 건강하고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야 한다. 그러나 이에 앞서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나를 지배하고 있는 여러 가지 생활요소들 중에서 일부분을 과감히 떼어버리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몸과 마음의 자유가 우선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젊은 사람이건 나이 든 사람이건 생활의 모든 면에서 늘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어떤 형태로던 자유는 주어지는 법. 따라서 길던 짧던 순간적으로 찾아오는 그 자유를 놓치게 되면 훗날 많은 후회가 뒤따를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그래서 “노세노세 젊어노세”가 말하려 하는 것은 살다가 그런 순간이 찾아오게 되면 나이에 상관없이 망설이지 말고 순간을 즐기라는 것이 아닐까.
이 글을 쓰는 지금 내 친구 부부는 로마를 여행하고 있다. 큰 아들을 결혼시키고 그 다음날 스스로 자유를 찾아 떠났다. 바티칸에서 카톡을 보낸 그에게 “스페인 광장의 계단에 앉아 본젤라또 아이스크림을 먹고 부부가 뽀뽀를 하면 디른 친구 부부도 곧 그곳에 갈 수 있다는 속설이 있다”고 답을 보냈다. 젊었을 때 출장을 핑계로 혼자 돌아다닌 것이 마누라에게 미안해서 믿거나 말거나 해본 소리였다.
2014년 4월 14일
하늘빛
음악 : 이동활의 음악정원 이메일 2014년 3월 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