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울림 속으로/우리 종 공부하기

범종 - “지옥중생 이고득락 위해 타종”

korman 2014. 12. 30. 17:42

 

 

범종소리는 중생을 제도하는 법성으로 지극한 도와 대음을 깨닫게 하는 장치다. 사진은 울진 불영사 범종. 불교신문 자료사진
 
 
 
“지옥중생 이고득락 위해 타종”
 
佛法의 장엄한 진리
삼라만상에 알려
 
템플스테이를 체험했거나, 하룻밤 절에서 묵었던 사람들이 오랫동안 기억하는 울림 중 하나가 범종소리다. 풍경소리 독경소리와 더불어 범종소리는 도량을 둘러싼 삼라만상을 깨우는 법음(法音)이자 중생을 제도하는 법성(法性)이다.
 
 지극한 도와 대음을 깨닫게 하는 장치다. 사찰에서는 아침 저녁으로 범종을 울려 사람들에게 때를 알리고 불사의식인 법요가 있을 때는 개시를 알리기 위해 치기도 한다. 범종을 치는 본뜻은 지옥의 중생들이 모두 고통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얻도록 하는 동시에 불법의 장엄한 진리를 깨우치게 하는 데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종인 봉덕사 성덕대왕 신종 명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지극한 도는 형상 밖에 포함되어 있어 그것을 보려 하여도 그 대원(大原)을 볼 수 없고, 대음(大音)은 천지에 진동하나 그것을 들으려 하여도 들을 수 없다. 그러한 까닭에 가설(假說)을 의지하여 삼진(三眞)의 오묘함을 관하고, 신종을 걸어서 일승(一乘)의 원음을 깨닫는다…’
 
불교미술학자 허균은 우렁찬 종소리의 근원을 범종의 ‘용(龍)’에서 찾았다. 그에 따르면 용은 장식 위치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는데 범종을 매달기 위한 목적으로 종 위쪽에 만들어놓은 장치는 종뉴(鐘)라고 하는데, 대부분 용의 형상을 취하고 있어 용뉴(龍)라고도 한다. 그런데 종 위에 앉아있는 용을 특별히 포뢰(蒲牢)라고 한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용생구자설(龍生九子說)에 의하면 포뢰는 용의 또다른 화현이다. 포뢰는 바다에 사는 경어(고래)를 가장 무서워하며 그를 만나면 놀라 크게 비명을 지른다고 한다.
 
종은 그 소리가 크고 우렁차야 하는데 옛사람들은 포뢰 모양을 만들어 종 위에 앉히고 경어 모양의 당(撞)으로 종을 치면 경어를 만난 포뢰가 놀라 큰소리를 지르게 되며, 그래야만 우렁찬 종소리가 난다고 믿었다. 범종의 소리를 일컬어 고래 ‘경’자를 붙여 경음(鯨音)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삼국유사> 권3 ‘탑상’ 제4 ‘사불산.굴불산.만불산’조에는 “아래로 세 개의 자금종을 달아놓았는데 모두 각과 포뢰가 있고 경어로 당을 삼았다”며 포뢰 관련 최초의 기록이 남아있다.
 
 하정은 기자 tomato77@ibulgyo.com
 
[불교신문 2620호/ 5월5일자]

출처 : 불교신문 2014년 12월 30일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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