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라오스와의 축구경기에서

korman 2015. 9. 5. 16:19

 

  

 

 

 라오스와의 축구경기에서

 

저녁에 라오스와 축구경기를 봐야겠다고 중계방송 시간까지 체크해 놓고는 그걸 깜빡 잊어버리고 9시경 돌아왔다. 그리고는 뭐가 그리 궁금하였는지 9시 뉴스를 본다고 채널을 고정하고 있는데 집사람이 축구 안 보냐고 물었다.

“오늘 축구하나? 어디하고 하는데?”

아침에 서방께서 이야기 한 것을 집사람은 기억하고 있는데 진작 나는 리모콘을 손에 쥐고도 그걸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일에 골똘하면 미리 생각하였던 것은 잊어버리는 나이가 되기는 하였지만 그 보다는 축구에 있어서 ‘라오스’라는 나라의 중요도나 가치가 중계방송에 대한 미련을 기억에서 밀어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보고 싶은 마음에 채널을 돌렸다. 경기가 8시에 시작된 관계로 후반전의 초반부터는 볼 수가 있었다. 이미 전반전에 3:0으로 이기고 있는 상태였지만 이미 내 마음속에는 라오스쯤이라면 적어도 5:0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는지라 3이라는 숫자가 그리 놀랄만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약한 팀과의 경기를 위하여 유럽에서 한다하는 선수들까지 다 동원하였으니 5점 정도도 별로 큰 점수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축구해설을 하시는 분들은 늘 공은 둥글기 때문에 약한 팀이라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맞는 이야기다. 국가 대표로 경기를 하는데 실력의 차이는 어쩔 수 없지만 방심이라는 것은 경기에 임하는 개개인의 자세이기 때문에 실력 이전에 갖추어야 할 마음가짐이라 하겠다. 그런 면에서 라오스와의 경기에서 나타난 8:0이라는 숫자가 앞으로도 약한 팀을 많이 상대하여야 하는 선수들의 마음을 느슨하게 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른 경기에서도 그렇겠지만 특히 월드컵 예선에서는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골득실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유하고 있어야 하므로 상대가 아무리 약한 팀이라 하더라도 측은지심은 금물이라고 한다. 넣을 수 있는 한 많은 골을 넣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이는 모든 사람에게서 당연히 나타나는 약자에게 향하는 모성애 같은 마음은 버리라는 잔인한 이야기도 되겠다. 월드컵 본선으로 향하는 일정은 그리 쉬운 길이 아니고 또 친선경기도 아니기 때문에 지도자들이나 선수들의 마음은 나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러나 후반전을 보면서 시청자의 입장에서 내 마음은 동전의 양면을 다 가지고 있었다.

“한골만 더 넣지 하는 마음과 약한 팀인데 상대의 마음도 좀 헤아려주지.”

 

서양의 강팀들과 경기가 있을 때면 난 늘 우리 선수들이 애처로워진다. 그들과 신체조건을 비교하면 평균적으로 우리 선수들의 체구는 그들의 그것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팀들에 늘 지는 것도 아니고 체구가 작다고 경기력에서 밀리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체구로 큰 그들을 제압하려니 얼마나 힘들까 하는 마음이다. 그런 면에서 라오스 선수들은 우리보다 체구가 더 작았다. 물론 경기력과 기술력도 현저히 떨어졌다. 모든 면에서 우리나라 중학교 대표팀쯤이라 표현하면 그들에게는 좀 모욕적이 될 수 있겠지만 그들에게서 느끼는 애처로움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그들은 모두 생계형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귀국하면 각자의 일터로 돌아가야 하는 세미프로라 하지 않는가. 그래서 우리가 골은 많이 넣어야 하겠지만 상대방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골을 넣은 후 선수들이 벌리는 세레모니를 좀 자제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야구에서는 큰 점수차로 이기고 있을 때에는 상대에 대한 예의로 보내기 번트를 대거나 스틸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경기는 8:0이라는 큰 점수차로 이겼다. 전반에 골을 넣고 선수들이 어떤 세레모니를 하였는지는 보지 못하였지만 후반에서 본 바는 그런 예의는 지켰다고 생각되었다. 어떤 경기에서건 골을 넣는다는 것은 선수의 영광이다. 특히 해트트릭을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골을 넣고 승리하는 것은 모든 선수들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큰 기쁨이겠지만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은 선수들의 기본 소양이라 할 수 있겠다.

 

내 인생에도 이런 기본적인 소양이 늘 함께하기를 하는 마음이다.

 

2015년 9월 5일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