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양심(良心)이란?

korman 2017. 11. 24. 14:55




양심(良心)이란?


사람들은 누군가와, 특히 술자리에서는 종교와 정치 이야기는 절대로 하지 말라고 한다. 이야기가 격회되어 다툼으로 발전될 수 있으니 하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술잔이 한 순배 돌아가고 나면 그 금기를 깨기 일쑤다. 술집에서 목소리가 높아지는 옆자리의 이야기를 훔쳐들으면 종종 그런 대화가 오고 가고 있다. 내 친구 송장로와 한 대포 할 경우 나도 그런 경우가 생긴다. 같은 주제를 가지고 그는 종교적으로 이야기 하고 나는 눈에 보이는 세상 이야기를 하고, 그러나 우리는 워낙 어릴 적 친한 친구다 보니 그러고 나서 또 한 잔씩 주거니 받거니 하다 웃어넘기고 만다. 이런 논쟁적 대화는 일반인들에게 종교와 정치의 부정적이고 상식적이지 못한 면들이 부각되어 시작되는데 비단 이 두 가지 주제가 아니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와 상반된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대부분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 이는 말을 하는 입장에서나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모두 비판과 비난을 구별하지 못하는 데서 기인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토론문화가 활발하다는 서양 사람들도 우리처럼 그렇게 목소리가 커지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NATO라는 약어가 있다. 통상적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또 다른 NATO가 존재한다. 말만 번지르르하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하여도 되겠다. No Action, Talking Only (NATO, 말만 많고 행동은 없다)라는 뜻이며 그래서 늘 말만하고 실천하지 않는 사람을 NATO족(族)이라 부른다고 한다. 내가 지어낸 말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세상에 돌고 도는 단어이다. 일반인들도 그런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주로 이런 사람들이 어디에 많은지 콕 집어 이야기하지 않아도 다 아는 일이다. 이 사람들이 엊그제 자신들의 보좌진을 늘이는데 일사천리로 망치를 두드렸다고 한다. 뉴스에 따르면 어느 분은 국민들을 기만하는 이야기도 했다고 한다. 국가와 사회를 지키는 일을 하지만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늘 떠드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을 위한 실질적 행동은 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을 위해서는 절대로 NATO족이 아님을 잽싸게 보여주는 일이라 하겠다. 생각하기에 따라 비난과 비평의 경계선은 좀 모호하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들으면 당사자들은 비난한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이 좀 논리적이고 객관적이고 양심적으로 생각한다면 비난인지 비판인지는 쉽게 구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정 종교를 믿는 젊은이들이 군대 가기를 거부한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을 ‘양심적병역거부자’라 부른다. 우리나라에서 입영은 국민의 의무이다. 그런데 종교적인 이유로 그 의무를 못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 이유에 양심을 갖다 붙였다. 난 우선 이런 데 양심을 거론하는 게 못마땅하다. 일반 대다수의 젊은이들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군대에 간다. 이들이 이 나라를 지켜주기 때문에 나라가 존재하고 종교의 자유도 보장된다. 그럼 이 충실한 젊은이들은 그들이 이야기하는 ‘양심’이라는 게 없어서 병역의무를 이행하고 있을까? 그들은 차라리 ‘종교적병역기피자’로 불러져야 한다. 입영하는 모든 젊은이들은 양심이라는 게 존재하기 때문에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입영하는 것이다. 반면에 병역 기피자 그들은 의무는 다 하지 않으면서도 국민으로써 자신들의 권리와 복지는 찾을 것이다. 그런데도 ‘양심’적인 사람으로 분류된다. 양심이란 게 과연 그런 병역 기피자에게 붙여져야 하는 하찮은 단어인지 생각해 본다. 최근에 이런 병역 기피자에게 법원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며 "국가는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참 우스운 판결이다.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일반 젊은이들은 이 범주에 속하지 않아서 군대에 가냐고 판사에게 묻고 싶다. 그들의 병역기피적 삶을 지속시켜주기 위하여 다른 젊은이들은 의무를 다 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들은 주목해야 한다.


특정 종교인들이 세금을 안내겠다고 한다. 나 같은 사람은 그들이 왜 세금을 안 내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쥐꼬리만 한 금여를 받는 일반 국민들도 모두 세금을 낸다. 그리고 그 세금으로 나라가 발전하며 운영이 된다. 외국인들도 우리나라에 와서 돈을 벌면 그에 합당한 세금을 낸다. 그런데 그들은 우리나라 국민으로 국민에게 주어지는 권리와 복지는 다 누리면서 세금은 내지 않겠다고 한다. 이 무슨 해괴한 작태인가? 납세 또한 국민의 의무다. 그들은 하늘에서 발부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발부한 주민등록증을 소지하고 있다. 이 땅의 국민이란 이야기다. 그런데 그 의무를 다 하지 않겠다는 것은 ‘종교적병역기피자’보다 더한 처사가 아닌가 생각된다. 세금을 내지 않겠다면 국가에서 부여한 모든 권리와 복지를 포기하여야 한다. 그들의 복지와 권리를 유지시켜주기 위하여 다른 국민들이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이 참다운 종교인이라면 국가에서 강제하기 전에 스스로 의무를 다 하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들도 ‘양심적세금거부자’로 불리기를 원하고 있을까?


‘양심’이라는 단어는 정치인과 종교인들에게는 일반인들 보다 더 중압감이 있는 단어이어야 한다. 보편적 양심의 가치를 위하여 국민 위에 정치인이 있는 것이 아니고 양심위에 종교가 존재하는 게 아님을 그들이 인식하였으면 좋겠다. 목소리가 커지는 주제이니 이 글에 댓글도 달릴 것이다. 논리적이고 비판적이고 양심적인 댓글이면 환영하겠지만 비난 투의 댓글은 안 달리기를 희망한다.


2017년 11월 22일

하늘빛

음악:유튜브 Chopin - Complete Nocturnes (Brigitte Enger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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