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야후
카톡스토리는 변하지 않길 바란다.
적어도 1년에 세 번은
핸드폰 속 저장된 전화번호 리스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본다.
그 리스트에는 나 보다 젊은 사람도 있고
세월을 나 보다 많이 보낸 사람도 있다.
모두와는 아니지만 그 중 많은 분들과
설에는 행복과 건강을 이야기 하고
추석엔 풍성한 가을 인사를 건네며
연말엔 세월의 흐름을 이야기 한다.
가끔은 얼굴을 마주하는 사람도 있고
소식이 궁금할 때 문자나 카톡으로
안부만 주고받는 사람도 있다.
가는 인사에는 오는 인사가 있고
묻는 안부에는 답하는 몇 자가 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조금씩
소식이 돌아오지 않는 번호도 있다.
그리고 좀 더 시간이 흐른 후 그 번호에는
원래의 주인과는 다른 듯한 인물이
카톡의 스토리를 만들고 있다.
어쩌다 누군가
세상과 이별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져도
난 그 번호를 지우지 못한다.
그 번호 카톡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있어도
난 그 계정을 차단하지 못한다.
이름을 잊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름을 잊으면 얼굴이 잊혀진다.
리스트에서 전화번호를 지우면
그 사람에 대한 내 기억이
모두 살아질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연말이 되어 난 또 대부분의 그들과
늘 주고받던 인사를 건네고 받았다.
그러나 아직 소식을 기다리게 하는 사람도 있다.
지난 추석에도 그와 농담을 주고받았다.
올해 마지막 날까지는 인사가 오겠지.
소식이 없다 한들
그의 카톡스토리는 변하지 않길 바래본다.
사실 소식 없는 사람에 대한 섭섭함보다는
내 세월의 나이가 그리 만드는 것 같아
오는 세월이라는 새해보다
간다고 하는 연말 세월에 섭섭함을 전하게 된다.
아마도 흐르는 시간 속에서 내가 잊는 그들보다는
언젠가 그들에게서 내가 잊혀지는 게
더 두렵고 섭섭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잘 가시게 2018.
2018년 12월 27일
하늘빛
음악: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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