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일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korman 2022. 3. 9. 20:18

일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올해엔 한 달에 적어도 한 권의 책은 읽겠다고 작정을 하고 며칠 전 4번째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책의 이름이 ‘일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이다. 2010년 3월에 나온 책이니 12년이 지났다. 처음 읽는 건 아니지만 10여년이 지나고 나니 무슨 내용이었는지 처음 대할 때와 다름이 없다. 잭을 쓰신 분은 일본에서 공부도 하고 책이 출간될 당시 교수직에 있으며 20년의 세월을 일본에서 보낸 분이라니, 나는 물론 그리 생각했지만, 누구나 그는 일본인이 다 됐을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20년이 지나서야 일본 사회에 좀 적응이 된다고 쓰고 있다. 제일 가까운 이웃나라지만 그만큼 우리와는 문화적인 차이가 큰 모양이다.

 

비록 한 번에 단지 일주일 이내로 머물기는 하였지만 나도 일본에 여러 번 가보기도 하였고 국내나 다른 나라에서 일본 사람을 가까이 대할 수 있는 기회는 많이 가졌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와 다른 점들을 느낀 경우가 있기는 하였지만 그러나 그걸 가지고 문화적인 차이점을 발견하였다고 할 수는 없겠다. 또한 뭔가를 느꼈다 하더라도 내가 목적한 바에 국한된 극히 단편적인 차이점만을 발견한 것이 전부이다. 하기야 20년을 일본에 살면서도 적응이 잘 안 된다는 글쓴이가 있는데 그저 몇 번 몇 날 다녀온 나 같은 사람이 뭘 느낄 수 있었을까. 언젠가 내가 다니던 곳과 동선이 겹쳤던 한국인 단체관광객 중 한 분이 우리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고는 “이X들은 왜 이래?”하던 말을 들은 기억이 전부일 수도 있겠지.

 

침탈된 역사를 알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일본’하면 떠오르는 건 문화적 차이보다는 역사적 배경이 우선일 것이다. 그런고로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아이들이 있거나 공식적인 자리를 제외하고는 ‘일본인’이나 ‘일본 사람’이라 지칭하기 보다는 ‘일본X’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랜 세월이 흘렀으니 이런 말버릇이 없어져야 하겠지만 의식하지 않으면 늘 혀끝에 붙어 다닌다. ‘세계에서 일본과 일본인을 우습게 여기는 나라는 한국밖에는 없다’라는 말도 돌아다닌다. 우리 스스로가 지어낸 말인지 아니면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하는 말인지는 불분명하다.

 

내가 출장을 한창 다닐 때의 뉴욕 맨해튼 한 복판에는 건물 벽마다 온통 일본제품 광고뿐이었다. 밤에는 그 광고들로 인하여 브로드웨이나 타임스퀘어 등이 더욱 화려해 보였다. 늘 우리는 언제 저기 몇 귀퉁이라도 차지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그 모습을 부러워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 때 보다 더욱 찬란한 모습으로 우리나라 제품 광고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미제 혹은 일제여야만 하던 첨단제품의 자리를 지금은 우리가 추월하고 세계적 우위를 점유하고 있다. 그 단편적 모습만 생각하면 ‘이제는 우리가 일본을 이기고 있구나’ 생각되어진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가 견제는 할 수 있겠지만 국제사회에서 일본을 앞질러 국격이 높아지고 국가의 힘이 일본보다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최근 들어 일본과의 관계가 좋지 못하다. 역사적 배경은 기억해야 하지만 그로 인하여 두 나라 사이가 나빠져서는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누군가가 나서서 ‘토착왜구’라고 한다. 같은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치욕의 역사는 영원히 기억해야 하지만 과거가 미래로 가는 발목을 잡아서는 일본에 앞서 국격을 높이고 국력을 키울 수가 없다. 치욕을 받은 것을 기억해야 한다면 치욕이 왜 발생하였는지를 먼저 알아야 하고 그를 바탕으로 치욕을 떨쳐 버릴 수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겨야 한다. 일본에 치욕을 당한 나라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그런데도 유독 우리나라만이 과거에 얽매어 일본과의 관계에 진전을 이루지 못하는 것 같다. 국민들은 치욕의 역사를 늘 기억해야 하지만 나라를 이끄는 사람들은 치욕위에 새로운 진전과 발전을 생각해야 한다. 과거 일본에 앞서 현재 세계를 점유하고 있는 우리의 전자제품이나 통신제품처럼 모든 면에서 그리 되는 게 치욕을 상쇄시키고 국력을 키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기는 갔었지만 일본에서 뭘 느꼈고 지금 뭐가 생각나느냐고 물으면 헤어질 때 여러 번 인사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딱 두 번 같이 인사하고는 휙 돌아섰던 기억과 독하지도 않은 소주에 자꾸만 물을 타주던 사람들만이 생각난다. 늘 출장만 다니다 집사람과 한가로이 관광만을 하겠다고 비행기를 탔는데 입국 심사 후 오사카 공항의 집결지에 나타나지 않는 모녀를 기다리다 시간이 지체되어 단체의 모든 일정이 엉망이 되었던 일이 있었는데 쇼핑을 하느라 일행 전부를 한 시간이나 기다리게 하고는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도 하지 않은 그녀들의 행동은 일본사람들과 다른 것 같다. 물론 이런 것은 본인들의 기본적 소양에 관한 문제겠지만 일본인들이라면 한 시간이나 일행을 무시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일본에도 있겠지만 국내에도 일본인과 가정을 꾸미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과의 갈등이 생기고 토착왜구 어쩌구 할 때면 이런 분들은 마음이 착잡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위 제목의 책을 읽으면서 남녀간의 애정은 그렇다 하더라도 난 일본사람을 좋아하지는 못할 것 같다. 20년 이상 일본에 살고 있는 글쓴이도 적응이 어렵다는데.

 

대통령 선거일에 좀 더 나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며.

 

2022년 3월 9일

하늘빛

 

 

음악: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9nKoTMl6GpI 링크

Bach Es-dur Sonata flute - BWV1031 Siciliano -Pete Li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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