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믿음은 곧 종교다

korman 2022. 2. 28. 19:39

프랑스 https://koreasowls.fr/에 소개된 장승. 인터넷 캡쳐

믿음은 곧 종교다

 

젊은 날의 직장시절, 내가 맡은 일과 연관성 때문에 며칠 동안 같은 사무실에서 지낸 미국인 둘이 있었다. 부자지간으로 아들은 당시 나와 비슷한 나이였다. 그래서 그랬는지 그 아버지는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내가 알아야 할 것들을 많이 알려주려고 노력하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토막영어밖에 할 줄 모르던 나에게 실증이 날 법도 했겠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대로 열심히 가르쳐 주었다. 일이 끝나면 여러 가지 한국의 음식과 풍습에 관하여 질문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를 끄집어내면 당시 내 또래의 친구들은 아마“라테?”할 지도 모르겠지만 요새 젊은 친구들의 우스개 영어“Latte is horse"를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그들이 머물던 호텔도 내가 근무하던 사무실 근방이었으므로 그 부자와 난 퇴근 후에 종종 사무실 아래 삼겹살집에서 소주를 마시며 서로의 다른 문화나 풍습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곤 하였다. 문화나 풍습은 제쳐두고라도 난 그들에게서 우선 짧은 시간이라도 영어로 말하고 듣는 걸 배워야 했기 때문에 아주 좋은 기회로 삼고 그들이 돌아가기 전 되도록 많은 시간을 같이 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던 중 하루는 소주잔을 들던 아들이 나에게 종교가 있냐고 물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도 나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았으므로 없다고 답하였다. 곧 이어 그가 그런 질문을 하는 이유를 금방 눈치 챈 나는 우리의 제사문화를 소개하고 “네가 믿는 신이 너와 네 가정을 보호해 줄 것이라 생각하듯이 나는 내 조상들이 나와 내 가족들을 그리 해 줄 것이라 믿는다.”라고 부연 설명을 하였다. 그러자 그의 아버지는 “그럼 그게 너의 종교지”라는 말을 하였고 그 아들도 그에 동조하였다. 토막영어로 그들이 알아듣게 설명을 하느라고 얼마나 애를 썼던지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웃음이 나온다.

 

어디서건 정치와 종교이야기는 꺼내지 말라는 소리가 있는데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요새 정치판에 무속에 대한 이야기가 난무하기 때문에 잠시 종교라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자 함이다. 사실 무속이라는 건 우리가 종교라는 형태의 믿음을 갖기 이전부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나 존재해왔던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미국인들의 이해대로라면 무속도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하나의 종교가 되고 오솔길의 작은 돌무덤부터 동네 어귀의 서낭당까지 믿음이 있는 곳에는 모두 종교가 존재한다는 뜻이 되겠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에는 수많은 종교가 있다. 또 같은 종교에도 수많은 종파가 있다. 각 종교에서 믿는 신이나 성인들이 그리 바라지는 않았을 텐데 파가 많다는 건 인간의 욕심이 그리 만들었다 할 수 있겠다.

 

종교에는 신앙이 따른다. 국어사전에서의 신앙이란 “1. 믿고 받드는 일, 2. 초자연적인 절대자, 창조자 및 종교 대상에 대한 신자 자신의 태도로서, 두려워하고 경건히 여기며, 자비ㆍ사랑ㆍ의뢰심을 갖는 일.”이라 나와 있다. 사전적 의미가 아니라도 종교는 갖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종교의 가르침대로 생활하는가가 중요한 것이라 들었다. 그리하지 않는다면 종교를 갖지 아니함만 못하지 않을까. 예전에는 주요 종교에 비하여 무속이나 자연숭배 등을 미신이라 일컬었다. 그러나 요새는 미신이라는 말은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무속신앙, 토속신앙 등 종교가 아닌 것에도 신앙이라는 말이 붙어 다닌다. 미국인들의 말 대로 믿음이 있는 곳은 신앙이라는 단어가 주어지는 자신만의 종교가 되는 모양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전쟁터로 만들었다. 무고한 사람들이 죽거나 어려운 일을 겪고 있다. 그 두 나라 국민들은 모두 같은‘러시아정교’를 믿는다고 한다. 같은 신과 성인을 모시는 것이다. 그들이 모시는 분들이 ‘러시아정교’라 하여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의 일부이니 점령하라고 하시지는 않았을 텐데 한 인간의 욕심에 신이나 성인의 가르침은 소용이 없는 모양이다. 그러니 우리 정치판에서 나돌고 있는 무속 이야기도 매한가지다. 누가 누구를 도와주겠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는다’고 하였다. 종교를 가지고 있던 무속을 믿던 나처럼 이도저도 아무런 믿음이 없던 간에 스스로 올바르게 살라는 말 아니겠나. 거론 되는 두 분이 모두 역술가를 찾았다 하니 누가 누구의 말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종교나 그 종교가 모시는 신이나 성인이, 또는 무속인이 써 주는 한 장의 부적이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면 대통령의 꿈을 접는 게 옳지 않을까. 많은 국민들이 무속이나 역술을 믿고 있으니 이 모두를 포용하려고 그런 경험을 하는 것이라 한다면 그야말로 명언이 탄생하는 것이겠지만.

 

모두 심신의 정화가 필요해 보인다.

 

2022년 2월 27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_FkCnV_HdfU 링크

독서와 일상, 사색을 위한 클래식모음 vol.2 _ 첼로(Ce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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