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허세가 아니려나?

korman 2022. 1. 31. 18:20

허세가 아니려나?

 

또 다른 새해가 돌아왔다. 십이지((十二支)가 원래 음력에 기반을 둔 것이니 설날이 와야 진정한 임인년(壬寅年)이 왔다고 할 수 있겠다. 코로나 때문에 요 몇 해는 건강하라는 인사가 대수였지만 보편적으로 해가 바뀌면 우리의 인사는 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였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런데 한 달 전 신정에도 그런 인사를 나누었는데 이번 설에 또 같은 인사가 오고가니 한 달 새에 두 번의 복을 받는 건 좋지만 정초에 해당되는 인사를 두 번 나누니 벌써 2년이 지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두 살을 더 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음력은 달(月)에 기초하고 있으니 해를 기초하는 양력인사는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라 하고 음력 인사는 새달에 복 많이 받으시라고 하면 인사가 아닐까?

 

새해가 되면 나는 늘 그 세는 나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나이는 세 가지라고 한다. 하나는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실제로 한 살이 더 많은 세는 나이이고, 다른 하나는 공식적으로 법조계에서 쓰는 연나이, 즉 같은 해에 태어난 사람들 모두 해가 바뀌면 월일과 상관없이 모두 같이 만으로 한 살을 더하는 것, 그리고 행정기관에서 사용하는 연월일이 지나야 한 살을 더하는 만나이가 그것이다. 지금 이렇게 나이를 세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하는데 그냥 행정기관에서 쓰는 실질적 만나이 하나로 통일하면 될 것을, 일반인들이야 오랜 관습 때문에 그렇다 하더라도 법조계에서는 또 다른 그들 전용의 나이를 세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 쓰는 자체적인 연나이가 있다는 것은 올해 뉴스를 보고 처음 알았다.

 

우리나라에서 세는 나이가 실제나이보다 한 살이 많은 이유에 대하여 엄마 뱃속에 있어도 생명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기간도 실제 나이로 치기 때문이라는 극히 인간적인 해석을 하는 분들도 계시긴 하지만, 그 말이 마음 약한 나 같은 사람에게는 감동을 줄 수도 있겠지만, 그 해석은 현대사회에 들어와서 내려진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이고 실지로 감동적이기는 하지만 난 그 해석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세는나이의 이유는 조상들의 허세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우야 어찌 되었던 간에 세계 속의 한국이고 선진국 중에 하나라고 자화자찬하며 젊은이들에게 “세계로!“를 외치는 마당에 중국과 일본에서도 없어진지 오래되었다고 하고 심지어 같은 민족인 북한조차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관습적 나이세는 방법이 아직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는 게 별로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다고 느껴진다.

 

우스갯소리였겠지만 다른 나라 국경을 통과하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여권을 검사하던 이민국 관료가 몇 살이냐고 물어왔는데 관습대로 대답을 하였다가 한 살이 더 많다는 이유로 입국을 거부당했다는 이야기도 존재한다. 나이 많은 사람들 대부분의 생년월일은 음력으로 되어있다. 나 또한 부모님께서 그리 하셨으나 주민등록상에는 그게 양력으로 되어있다. 행정적으로는 양력 음력 가리지 않고 신고 된 자체를 양력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음력 생년월일이 세는나이를 만들어낸 원인은 아니 것 같다. 인터넷을 찾아봐도 세는나이가 생겨난 명확한 시대와 원인은 발견되지 않는다. 하여간 현재 젊은 세대들은 모든 기념일에 양력을 사용한다. 그러나 그들도 나이에 있어서는 세는나이의 관습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양력 12월 31일에 태어난 아이가 1월1일에 2살이 되는 관습을. 어려서부터 그런 관습에서 자랐기 때문일 것이다.

 

‘꼰대’라는 말이 있다. 주로 고집을 꺾지 않는 나이든 사람들을 지칭 할 때 사용한다. 젊은 사람들은 직접 사용하려니 너무 직설적이라 생각하는지 ‘라테’라는 커피의 이름에 빗대어 사용한다고 한다. 이 꼰대로 불리는 분들이 주로 하시는 말씀이 “나때는 말이야”로 시작하기 때문이라는데 그래서 ‘나때’를 멋있게 ‘라테’라고 희석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탄생한 영어문장이 또한 재미있다. ‘Latte is horse'. 문득 우리사회의 남녀노소 누구나 나이에 관한한 모두가 꼰대(라테)라는 생각이 든다. 국회에서 이 나이에 관한 법을 고치겠다고 논의를 한다고 하더니만 슬그머니 없어졌는지 양력해가 바뀌고 음력해가 바뀌는데도 아무 소식이 없다. ’장유유서‘를 많이 찾는 분들이라 그런 모양이다. 먹을 만큼 먹은 나이에 또 한 살을 더해 뭐하겠나. 세계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을 위하여 올해에는 이런 모순된 나이세기가 법으로 뒷받침되기 바란다. 그러면 관습도 점차 사라지겠지.

 

2022년 1월 31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_g6N6L3drws&t=11s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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