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올해의 소원은?

korman 2022. 1. 7. 17:56

함박눈 내리던 날 동네 공원

올해의 소원은?

 

새해가 밝은 날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작년 말에 온라인으로 주문하였던 새로 나온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의 회고록이다. 책을 받고 보니 다른 책의 두 배 이상 두툼하였다. 작년에 지키지 못한 최소 한 달에 한 권 책읽기를 올해는 꼭 지키겠다고 다짐하며 이 책을 선택하여 1월1일에 겉장을 넘기기는 하였지만 처음부터 무리한 선택을 하였는지 우선 책 두께에 주눅이 들었다. 그래도 매일 조금씩, 지금까지 절반은 읽었으니 이 달에 이 책 한 권은 끝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나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연말이 되면 새해를 위한 많은 계획들을 세우고 결심도 하지만 그 해의 연말이 돌아와 그 계획들을 다 실천하였다는,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모두들 우스갯소리로 “계획은 계획이고 실천은 실천이지”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야 순전히 게을러서 실천하지 못 하는 편이지만 각자 실천하지 못한 많은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내 게으름을 탈피하고자 이번에는 간단한 계획만 세웠다. ‘한 달 한 권 책읽기와 매일 30분 이상 걷기’가 그것이다. 새해가 일주일 지났다. 그런데 책이야 매일 조금씩 읽었지만 걷기는 벌써 어그러지고 있다. 이 간단한 두 가지 계획을 실천할 수 있을지 나에게 물었다. 대답이 없다.

 

해가 바뀌면 각 방송국에서는 마이크를 들고 거리로 나가 사람들에게 새해엔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게 방송의 법처럼 되어있다. 올해가 시작될 때도 많은 사람들이 이 물음에 답하였다. 그 대답 또한 대답의 법처럼 매해 유사하다. 올해도 작년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욕심 많은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저 본인과 가족들의 건강과 평안이 제일이고 가끔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고 욕심을 이야기한 사람도 있긴 있었다. 그 중에서 해맞이 나온 어느 중학생은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무엇을 빌었냐는 물음에 “공부를 잘 하게 해 달라고 빌었어요”라고 대답하였다. 나는 그 대답을 들으며 그게 그저 ‘물으니 답한다’ 의 형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이니 공부를 잘 하는 게 제일 중요하지만 공부는 빈다고 되는 게 아니고 스스로의 노력의 결과물임을 그 학생도 잘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전철에서 앞에 앉은 젊은 친구들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그저 들리니 들은 것이다. 들리는 대화로 짐작컨대 신학대학을 다니는 학생들로 아마도 기말고사를 치르는 기간이었는지 한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시험공부 많이 했냐고 물었다. 그 친구는 “하긴 뭘 해”라고 간단히 답하더니 곧이어 머리를 긁적이며 “주님이 어떻게 해 주시겠지”라고 부언하였다. 그 대화에 난 그저 웃음이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비는 대상은 각각 다르다.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종교적으로 토속신앙을 믿는 사람들은 그 방법으로 나처럼 이도저도 아닌 사람은 조상에게라도.... 그러나 모두들 자신의 노력 없이는 하나라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젊은 친구는 자신이 노력하지 않아 나올 수 있는 좋지 않은 결과를 예수께 미루려는 모양이라 생각되었다. 내가 들은 바는 예수께서도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라고 하셨다는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하고자 하였으나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하여 본인 잘못은 제쳐두고 우선 핑계거리를 찾는다. 나의 올해 계획에 대하여 책이야 새로 사지 않아도 책장에 1년치 계획보다는 더 꽂혀있고 비록 한 번 다 읽었다 하더라도 그 내용이 가물가물하니 다시 읽어 나쁠 게 없으므로 책을 새로 사야 돼서 지키지 못했다는 핑계는 댈 수 없고 30분 걷기 또한 시간이 없었다는 건 이유 중에 들지도 못할 테니 그저 나 자신에게 충실 해야겠다 다짐을 할 뿐이다. 올 연말에 가서 핑계거리를 찾지 않게 되는 것이 그 두 가지를 뒤따르는 올해 나의 소원이면 소원이 되겠다.

 

2022년 1월 7일

하늘빛

 

 

음악: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ZwiohCFh2ck 링크

Winter Cafe Music - Piano & Guitar Music - Chill Out Music For Work, Study,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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