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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할머니는?

korman 2021. 12. 26. 14:15

야후 이미지

산타할머니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초등학교 2학년인 외손자 녀석 왈 “나는 오늘 8시 30분에 잘꺼야” 하니까 그 옆에 있던 고학년 손녀들도 덩달아 자기들도 일찍 잘 거라고 하였다. 각자 자기집에 예전에 사 놓았던 조그마한 조립식 크리스마스트리를 매해 12월에는 꺼내놓으니 자동적으로 그 아래 놓이는 선물을 기대하고 일찍 자겠다는 거였다. 상대적으로 어린 외손자는 아직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믿고 있는 눈치지만 고학년인 손녀들은 이제는 크리스마스트리에 대한 관심조차도 시들어든 듯하였다. 그러니 초등학교 내내 의무적으로 받아온 선물에만 관심이 있지 산타클로스의 존재에 대한 것은 더욱 관심도 없어 보였다.

 

크리스마스 아침에 손주들에게서 카톡이 왔다. 각자 받은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외손자 녀석은 무슨 비밀번호를 풀어야 열리는 상자 속에서 꺼냈다는 장난감 총을 받았다고 아주 흡족한 모습으로 동영상까지 찍어 보낸 반면에 손녀들은 그저 간단히 돈으로 받았고 그걸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사겠다고 하였다. 나도 내 자식들을 키우며 경험한 바이지만 사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이런 날에 무슨 선물을 골라야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요새 아이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에 대한 욕구가 강하여 차라리 선물 대신에 특별용돈을 주고 스스로 선물하라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크리스마스 선물이 산타에게서 오는 게 아니라는 걸 아는 애매한 나이가 되면 더욱 그러하다 하겠다.

 

지금처럼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에 산타할아버지에 대한 동화적 존재를 믿는 나이는 어디까지일까? 2학년인 외손자에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그 녀석 또한 선물에 대한 욕심 때문에 산타의 존재를 믿는 척 하는 건 아닌지 좀 의심이 간다. 나에게도 산타할아버지를 연기할 기회가 있었다. 오래 전 학교에서 적십자 활동을 하던 시절이었는데 크리스마스 즈음에 3~4세를 보호하던 영아원에 간 적이 있었다. 그 시간 갑자기 영아원에 만들어 놓은 크리스마스트리의 깜빡이는 등에 불이 안 들어온다고 해서 그걸 고친 적이 있었다. 그 때 영아원 아이들이 내 모습을 모두 보았는데 또 갑자기 산타할아버지 역할을 하기로 한 사람이 못 오게 되었다고 나에게 그 임무가 주어졌다. 행사는 계속 진행이 되어야 하는 고로 갑자기 급하게 수염을 붙이고 옷을 갈아입고 하다 보니 신발이 노출되었다. 어설픈 연기로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데 한 여자아이가 “산타할아버지는 아까 전기 고친 그 아저씨다. 신발이 같다‘하고 소리를 질렀다. 나를 비롯하여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웃을 수밖에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그 아이는 세 살이라고 하였다.

 

이제 나이를 먹어 나도 할아버지가 되었다. 그렇다고 지금 산타할아버지를 다시 한다면 아이들이 믿을 수 있게 연기를 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그 때의 경험으로 가짜를 진짜처럼 보이게 하려면 어찌 꾸며야 하는지는 알겠다. 한편 현 시점에서 산타클로스할아버지에 관한한 나에게도 의문점이 생겼다. 요새는 전통적으로 남성(MAN)이라는 성이 대표하던 모든 것에서 여성들의 반론이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많은 분야에서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내가 ‘남성과 여성’이라고 적기는 하였지만 누군가는 왜 ‘여성과 남성’이 아니냐 하고 따져 오는 분도 있을 수 있다. 시대가 그렇게 변했고 문서상의 영문 성별 또한 예전에는 SEX라 했지만 거부감이 생겨 요새는 GENDER라 쓰인 것이 많다.

 

산타클로스라는 명칭 자체가 남자성직자에서 온 역사적 배경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다. 또 모르는 사람도 지금 인터넷을 찾으면 아주 상세하게 나와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모든 분야에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해지고 많은 여성들과 여성단체에서 동등권을 주장하는 이 시대에 산타할머니는 왜 없냐고 나서는 분들은 없는 것 같다. 물론 가끔 외신에 여성분들이 산타할아버지 분장을 하고 나서는 경우를 대할 때는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경우가 있었는지 지금까지 관련 기사를 본 적은 없다. 그런데 문제는 그 ‘산타클로스할아버지’에 대한 호칭이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물론 전 세계의 산타클로스는 다 똑같은 할아버지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서양에서는 모두 그냥 산타클로스라 부르고 있을 뿐 우리처럼 할아버지라는 호칭까지 넣어 부르지는 않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싼타가 할아버지 모습을 하고 있으니 그에 대한 한국적 존경심과 아이들이 친근감을 느끼는 할아버지라는 호칭을 같이 넣어 부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산타할아버지는 순록도 잘 다루어야 하고 썰매도 몰아야 하고 그 연세에 무거운 선물 보따리도 짊어지고 다녀야 한다. 또 굴뚝도 들락거려야 한다. 따라서 산타의 역할은 극한직업에 속한다 할 수 있겠다. 그러니 할머니들은 좀 힘에 부치지 않을까? 그러니 우리나라에서 할아버지 호칭을 지울 수 있을지 모른다는 내 생각은 한낱 기우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겠다. 오늘 손주들이 온다고 하니 나도 선물을 준비했지만 그 아이들에게 산타의 호칭에 대하여 의견을 물으면 어떤 재미있는 대답이 나올까 궁금하다.

 

2021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날에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AcXCfVAMlWk 링크
Christmas Songs - Santa Claus Is Comin' To Town | Tutorial of my Piano Cover + Sheet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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