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진용옥 명예교수
평양종은 평양시 중구역 대동문동에 있다. 원래는 대동문 루 안에 매달려 있었는데 1714년에 평양성 북성을 고쳐쌓으면서 북장대로 옮겨갔다가 거기서 화재가 일어나 깨지고 1726년 약 4달 동안 청동을 녹여 부어 다시 만든 것이 지금 있는 평양종이다. 종의 크기는 직경 1.6m, 높이 3.1m, 무게 13.5톤이며 종의 겉면에는 중앙부에 세 줄의 띠가 들러 있고, 이를 중심으로 상부와 하부가 각각 2등분 그리고 천판을 합하여 5등분 되어있다. 맨 위의 고리부분을 용트림으로 새기고, 상단에는 관음보살상, 하단에는 8괘와 능형의 구름무늬를 새겼다. 종에는 여러가지 무늬와 종의 내력에 대하여 쓴 글 등이 새겨져있다 균형 잡힌 형태, 종머리에 틀어 올린 용틀임 조각은 통이 크면서도 섬세하다. 보통 때에는 밤 10시와 새벽 4시에 쳤다고 한다. 종이 밤 10시에 28번 울리면(이것을 “인경”이라고 하였다.) 평양성 내성 4개의 큰 문이 동시에 닫혀 통행이 금지되었으며 새벽 4시에 33번 울리면(이것을 “파루”라고 하였다.) 성문이 열려 사람들이 통행하였다. 1890년대까지는 비상경보와 시간을 알려줄 때도 쳤다. 보물1호에서 “국보유적 제23호”로 바뀌었다.
보현사 경내 유점사 종
한편 보현사 경내로 옮겨온 유점사 종은 1469년(조선 예종 1년)에 처음 만들었고, 현재의 종은 1729년(영조 5)에 원래 것보다 크게 고쳐 만든 것이다. 원래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최대의 절 유점사에 있던 종이었다.(유점사는 한국전쟁 때 폐허가 됨) 무게 7톤, 높이는 2.1메타, 둘레는 4.1메타이다. 북녘에서는 3번째 큰 종이라 한다. 유점사는 이 종과 유점사 터만 남아 있었는데 금간산 방문 때 가보니 조계사에서 복원 공사 중이었다. 현재 북의 국보 문화유물 제162호로 지정되어 있다.
신라 범종과 조선동종
에밀레종 곧 성덕대왕신봉은 대표적 신라 범종이다. 한국 범종은 음관이 있고 종 아구리가 오므라진 형태이고 지중음파가 존재한다. 밑에 항아리 같은 움 통을 묻어 울림을 좋게 하고 지중 음파를 전달하기 좋도록 지면 가까이 낮추어 단다. 그러므로 종을 걸어 논 형태가 단층집 종각이다. 이와 같은 구조는 오직 신라 범종에서만 관찰된다.
이에 견주어 중국 종은 시보를 알리는 구실이 주된 목적이었으므로 종 아구리가 약간 벌어진 형태이고, 대부분 2층집 종루에 걸려 있으며 지면으로부터 약간 높게 걸려있다. 서양종들은 완전히 벌어진 형태로 교회 종탑에 걸어두는데 이는 신을 위한 경배의 목적 때문이다.
신라 범종은 상원사 동종 성덕대왕신종 천흥사 동종, 용주사범종 등 4구가 있으며 모두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앞의 두 구는 신라시대 그리고 뒤의 두 구는 고려시대 주조되었다.
신라 범종은 고려전기까지 전통이 계승되다가 고려후기와 불교 억압의 조선시기를 거치면서 겉모양이 중국 형태로 변해가고, 크기도 작아지며, 특히 소리 빛깔에서 분명한 퇴보의 길을 걷는다. 상부의 음관이 희미해져가다가 나중에는 중국 종처럼 없어지고 8괘와 같은 중국 종 문양과 유사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라범종의 천판, 유두 등의 전통이 엿보인다. 이른바 중국식과 신라범종이 섞인 것이 조선동종의 양식이다. 평양동종과 유점사 동종은 조선후기에 주조되었다
맺음
평양종과 유점사 종은 조선후기의 것들로 한국 범종을 대표한다고 할 수는 없다. 남, 북녘을 통 털어 말한다면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이 한국을 대표하는 범종이며, 세계 모든 종(서양종, 중국종, 한국종)중에서 가장 으뜸이다 이는 일본 NHK의 실험결과이다.
신라범종의 소리는 세 갈래로 퍼진다. 하늘로 올라가는 소리[天上音]와 땅으로 스며드는 소리[地中波]다. 그리고 중생에게 전파되는 지상음파가 나온다. 세계의 어떤 종에서도 이런 소리는 나오지 않지만 오직 한국의 범종에서만 가능하다. 비록 북녘의 동종들은 이러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해도 같이 울리는 것이다.
이 소리를 울리면서 천지신명께 하나 되기를 고하고 싶다. 해원 상생의 소리(人和音)를 들려주고 피 흘리며 싸웠던 지난날의 남북녘 영령들 모두에게 위로의 소리(地下音)를 전달해 주어야 한다. 남북녘 주민 모두가 이 소리를 듣고 한마음이 되는 미래를 꿈꾸어 본다.
진용옥 명예교수 p3soolb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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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우리문화신문 2024년 11월 28일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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