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용(carillon)이란?
사진출처 : 조선일보
카리용은 틀에 고정된 23 개 이상의 청동 종으로 구성되는 악기이다. 각 종은 반음계의 순서로 조율되어 있으며 함께 울릴 때에는 화음을 낼 수 있다. 전통적으로 탑에 설치되며 각 종에 강철선으로 연결된 목제 레버와 페달로 구성된, 오르간 연주대와 비슷한 연주대에서 연주된다. 카리용은 여러 개의 종으로 구성되지만 한 개 또는 두 개의 종은 카리용이라 하지 않는다. 그것은 종일 뿐이다. 3 개 또는 4 개의 종을 편성하여 단순한 선율을 되풀이 하는, 예컨대 런던의 국회의사당 시계탑에 빅벤과 함께 설치된 종 4 개의 웨스트민스터 차임 같은 것도 카리용이라 하지 않는다. 그것은 차임이라 한다. 카리용은 음악적, 악기적 요소를 갖추어 여러 가지 멜로디를 연주할 수 있는 23 개 이상 종들의 집합을 말한다.
대부분의 카리용은 3에서 4 옥타브까지의 음역을 가지지만 5에서 6 옥타브까지의 음역을 가진 것도 있다. 카리용 종의 최저음(bourdon)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보통 가온음(C)에서 시작한다. 규모가 큰 카리용의 경우 이 최저음을 내는 종의 무게가 6 톤에서 7 톤까지 이르며 10 톤에서 12 톤까지 이르는 것도 있다. 뉴욕 리버사이드교회에 있는 대형 카리용의 이 종 무게는 20 톤이다. 반면 가장 높은 음을 내는 종은 작고 무게가 약 9kg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카리용 음악은 이 특별한 악기에 맞게 카리용 연주자가 편곡한 것이며 17세기와 18세기의 바로크 음악이 대체로 종소리와 잘 어울리고 특히 비발디, 헨델, 바흐, 모차르트 등의 많은 작품이 카리용을 위한 편곡에 적합하다. 19세기 낭만주의 음악을 카리용 곡으로 편곡하려면 세심한 선곡이 필요하며 현대음악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프랑스어에서 카리용이라는 말은 중세에 시(時)를 알리는 소리를 내기 위하여 붙박이 시계에 달아놓은 4 개의 종을 가리켰으며 후에는 모든 종류의 붙박이 종들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종이 교회나 시청 탑의 시계에 달려 단순히 시간을 알리는 기능을 벗어나 간단한 음들의 연속이나 선율까지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벨기에와 네덜란드 지역에서 종의 음악적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이 지역은 종을 만드는 기술이 당시 유럽에서 가장 발달한 곳이었다. 한 벌의 종들을 배열하는 현대 카리용의 초기 형태는 1480년 플랑드르 지방(현재의 벨기에)에 처음으로 나타났다.
이 혁신적 방법은 점차 벨기에와 네덜란드, 북부 프랑스로 널리 퍼져나갔으나 그 밖의 지역으로 알려진 것은 근대에 이르러서였다. 카리용 제작기술은 17세기 후반 네덜란드의 기술자 프랑수아 에모니와 피에르 에모니에 의하여 그 절정에 이르렀다. 그들은 종을 정확한 음으로 조율한 최초의 기술자였다. 그들의 사후 종의 조율기술에는 오랫동안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으나 1890년대에 이르러 영국 러프버러에 있는 존테일러사(社)가 새롭고 획기적인조율과정을 개발함으로써 카리용 예술은 침체기를 벗어나 중흥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1922년에는 카리용 연주자를 체계적으로 훈련시키기 위한 최초의 음악학교와 카리용 멜로디 전문출판사가 출현하여 카리용 예술이 본격적으로 발전하는데 필요한 하부구조를 비로소 갖추게 되었다. 같은 해에 미국에 최초의 카리용이 설치되기도 하였다. 얼마 후 미국에는 72 개의 종으로 구성된 당시 세계 최대의 카리용 두 개가 뉴욕의 리버사이드교회와 시카고대학교내의 록펠러채플에 각각 설치되었다. 이 기록은 혜천탑에 78개 종의 카리용이 설치된 오늘에는 적어도 종 수에 있어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주로 벨기에와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발달한 카리용이 현재는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도 흔히 볼 수 있게 되었으며 소규모의 카리용이 한국에도 이미 몇 곳에 설치되어 있다. 특히 카리용 컴퓨터의 개발로 훈련된 카리용 연주자 없이도 프로그램에 의한 자동연주가 가능하게 된 후 각 국에 설치되는 카리용의 수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카리용이 여러 나라에 설치되면서 각국의 카리용 형태에 흥미있는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 한 예로 일본 카리용의 특징은 규모가 작고 보여주는 카리용이라는 것이다. 즉 일본에서는 카리용의 시각적 요소를 중시한다. 유럽의 카리용은 본래 멜로디를 들려주기 위하여 설치되므로 사람들에게 카리용을 보여주는 면은 소홀히 한다. 대개의 경우 카리용은 탑 속에 설치되어 있어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아니 한다. 일본에서는 흔히 기념비적 건조물 외형의 중요한 일부로 설치하여 카리용을 하나의 조형물로서 보여준다. 말하자면 들려주는 카리용에 보여주는 요소를 더하는 것이다. 이것이 일본 카리용의 특징이며 현재 이 나라에는 300 개 이상의 그러한 카리용이 설치되어 있다. 미국 카리용의 특징은 그 규모가 엄청나게 큰 것이다.
출처 : http://www.hcc.ac.kr/hcc_tower/main3.html ( 2006년 10월 6일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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