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우물 안 개구리

korman 2007. 5. 13. 23:18

 

 

우물 안 개구리


이 세상에는 200개가 넘은 국가가 있고 매우 다양한 민족과 인종이 존재한다. 같은 나라안에도 여러 민족이 한 국민이 되어 다민족 국가를 형성하여 같이 살고 있으며 각 민족마다 그들만의 서로 다른 문화와 풍습과 음식과 종교와 언어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이들이 한 영역에서 서로 섞여짐으로 인하여 또 다른 독특한 영역을 형성하여 살아가는 국가도 있고 때로는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려고 같은 나라 안에서 다른 민족끼리 싸움을 하는 경우도 있다. 모두가 더불어 살아야 하는 지구촌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단일민족이라 하였다. 생김새가 그렇고 사용하는 말이 그렇고 문화와 풍습이 같으며 먹고 마시는 것이 같으니 그리 봐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우리에게도 한민족의 피만 흐른다고 하지는 못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는 많은 이민족의 침략을 받았으며 원하였든 원하지 않았던 간에 우리를 침략 혹은 도와주러 왔던 민족들의 피가 우리중 누군가에게는 섞여있을 것이고 고려나 조선시대에 우리의 변방에 살던 이민족들이 귀화하여 그 후손들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모든 흔적이 없어졌을 뿐이다. 또한 그와 같은 이민족들이 중국, 몽골, 일본이 주가 되었던 관계로 표면상 달리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표면적 현실은 어떤가. 최근 통계에 의하면 교포들은 제외하고라도 우리나라에서 결혼하는 사람들의 30% 가까이가 이민족과 이루어진다고 한다. 최근에 붐을 이루고 있는 농촌 총각들의 동남아 처녀들과의 결혼이 그 통계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도시에서도 또 학력의 고하를 막론하고 이민족과 결혼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이제 우리나라도 더 이상 단일민족을 내세우지는 못할 처지에 있으며 우리와 다른 문화나 관습을 배척하지 않고 이해하고 받아 들여야 하는 입장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민족에 대한 이해심은 다른 나라에 비하여 무척이나 낮아 보인다. 또한 선진국의 문화나 풍습 및 종교 등에 대하여는 좋게 평가하고 이해하면서도 우리보다 후진국의 그것에 대하여는 그리 너그럽지 못하다. 이런 편견이 이민족과의 가정을 순탄치 못하게 하고 그 사람들과 2세에게 불행을 가져다주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 뿐만이 아니라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에 대하여 솔직하게 평가하고 민족간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도 않는다. 우물 안 개구리 생각으로 우리의 입장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TV방송 프로그램 중에 “미녀들의 수다” 라는 것이 있다. 여러 다양한 나라에서 온 미녀들이 출연하여 자신들이 배운 우리나라 말로 자신들이 겪고 느끼고 있는 우리나라에 대하여 좋은 점, 나쁜 점, 독특한 점, 각계각층의 경험담, 자신들과의 차이점 등등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한 자리에서 각자가 다르게 느끼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한 문화적인 차이점도 비교하고 자신들의 문화도 들려주기 때문에 나는 이 프로를 즐겨본다.


이 프로에 출연하는 미녀들 중에는 부모 중의 한분이 우리나라 사람인 경우도 있고 일본인인 경우도 있고 선진국 사람도 있고 매우 후진국에서 온 사람도 있다. 따라서 이들의 이야기에서 우리 스스로도 느끼지 못한 잘못을 지적당하는 경우도 있고 모두의 부러움을 사는 경우도 있다. 이들 중에는 우리나라 말의 표현력이 썩 좋은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함으로 인하여 의사전달이 분명하지 못한 사람도 있으며 문화의 차이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여 오해를 일으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우리 시청자들 모두가 이들의 표현력이나 지적에 대하여 이해하고 수긍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난다.  


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우리의 언어를 배운 우리도 우리말 어휘력이 100% 가깝게 완전하지 못하다. 또한 같은 나라에 살면서 다른 지방의 풍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며 좋지 않게 느끼는 것들을 지적하기도 한다. 따라서 문화나 언어 및 종교가 다른 나라 사람들이 자신들의 말도 아니고 우리나라 말로 이를 표현 하는데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인데도 그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나쁜점을 지적했다고, 혹은 문화의 차이점을 지적했다고 하여 그들의 까페나 혹은 해당 프로그램에 각종 악성 댓글을 달아 그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무슨 경우인가. 이래서야 그들이 방송에 나와 제대로 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줄 수 있을까.


우리는 대학 입학시험에 논술고사가 있다. 이는 제대로 된 논리적인 표현력을 길러주기 위함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비방하고 공격하고 위해성 표현을 한다면 어느 누가 그런 사람들하고 진실된 이야기를 나누려 하겠는가. 상대 의견에 대한 내 생각은 논리적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특히 문화와 언어가 다른 나라 사람들과의 대화는 더욱 그러하다. 몇 년 전에 프랑스의 브리짓트 바르도가 우리나라에서 개고기를 먹는 것에 대하여 시비를 건 적이 있다. 이때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무척 흥분하여 안티 브리짓트 바르도 사이트를 만들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그곳에 써 놓은 것을 본적이 있다. 이들 중 누군가 식문화의 차이에 대하여 논리적인 편지를 그녀에게 보낸 사람은 있을까.

  

이런 프로그램을 통하여 우리는 다른 나라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들 문화에도 적응하며 그들과 어울려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지적이나 표현력을 문제 삼아 시비를 거는 행위는 온당치 못한 표현이라 생각 된다. 브리짓트 바르도는 자국어로 우리의 개고기 식문화에 대하여 시비를 걸었지만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그녀들 모두는 한국어 전문 통역사도 아니며 자기들의 말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말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영토는 작으나 경제면에서는 세계 강국에 속한다. 따라서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제는 우리의 문화와 풍습만을 고집하기에 앞서 세계 여러 나라의 다른 문화, 풍습, 종교, 음식, 언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하다 하겠다. 이 프로그램의 시청자들이 미녀들의 미끈한 다리에 눈을 돌리기 이전에 그녀들이 전해주는 여러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고 그녀들이 지적하는 우리의 잘못을 반성하며 설사 그녀들의 표현력에 부족함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를 포용하는 이해심을 갖기 바란다. 그것이 우리 한국인의 너그러움을 보여주고 어느 나라 국민이던 간에 한국을 좋아하게 만드는 믿거름이 될 것이라 여겨진다. 그녀들은 한국을 조롱하거나 비웃는 것이 아니며 우리는 경제 대국의 국민으로서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2007년 5월 열 셋째 날

Cecilia의 The pr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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