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태어나면 부모는 꿈을 꾸기 시작한다. 아이 자신이 어떤 꿈을 가질까하는 생각은 하지 않고 아들이면 아비가 이루지 못한 꿈을 딸이면 어미가 이루지 못한 꿈을 아이가 대신 이루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러나 아이가 자라면서 자기가 좋은 것과 싫은 것을 구분 할 수 있는 나이에 이르면 부모의 꿈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꿈을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이럴 즈음 부모는 자신들의 생각을 접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아이를 반 협박하여 자신들의 생각대로 아이의 생각이 변하도록 강요하기도 한다.
아이들의 꿈은 매우 황당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매우 현실적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무수한 다른 꿈을 갖는 것이 아이들이다. 그러나 그 아이들도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세월을 흘리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때가 되면 꿈도 따라서 정리가 되기 시작하며 이 즈음 부모와의 갈등을 일으키기 시작하기도 한다.
나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까지는 어떤 꿈을 가졌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당시 내 또래의 대부분의 남자 아이들은 어른들이 커서 뭐가 되겠냐고 물어보면 거의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였으며 그러면 어른들은 참 대견하게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자신의 처지를 모르고 대통령이 되겠다고 날뛰는 사람들이 많다.
요즈음 아이들에게 꿈을 물어보면 그리 대답하지 않는다. 사회가 복잡하고 보고 배우는 것이 많아서인지 꿈도 참 현실적으로 꾸는 느낌이다. 이는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꿈은 원대하게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루어지지 못하는 원대한 꿈 보다는 자신이 노력하여 이룰 수 있는 현실적인 꿈이 인생을 성공으로 이끄는데 더 값있는 꿈이 되지 않을까.나도 대통령이 되겠다고 대답하던 시절이 생각난다. 그러나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을 즈음 나의 꿈은 마도로스로 바뀌어졌다.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 바닷가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배를 타고 다니며 인천 앞바다에 떠 있는 여러 나라의 무역선을 보면서 그런 배를 타고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며 우리나라와는 다른 것을 보고 배우고 느끼고 싶었다. 그런 꿈을 어른들에게 이야기 하면 항상 반대를 하였다. 왜냐하면 그 당시에 배를 타는 사람들에게는 늘 “뱃놈”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녔기 때문이다. 그러한 나의 꿈은 중.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변하지 않았으나 유감스럽게도 대학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현실에 밀려 마도로스를 접어야 했다.
나이를 먹어서까지 어릴적 꿈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득한 옛날의 추억으로 그때의 꿈을 회상 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바닷가에 가면 이루지 못한 그 마도로스의 꿈으로 가슴이 흥분되며 무역선을 타고 이 나라 저 나라 지구촌의 여러 항구들에 정박하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 그 꿈을 꾸기 시작한지 45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다행이 배는 타지 못하였지만 직업적인 이유로 많은 곳을 돌아 다녔다. 그러나 외국에 가서도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에 들르면 첫 번째 찾아 가는 곳이 그곳 항구와 바닷가이다.
나는 나의 꿈을 자식들이 이어 가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연히도 큰 아이가 무역을 하는 회사에서 일 하는 관계로 마도로스는 아니지만 외국으로 출장도 가고 현실적으로 나와 비슷한 길을 걷게 되었다. 이는 아비의 경험을 자식에게 전해주고 현실적 꿈을 이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이제 마도로스의 꿈을 접으며 큰 아이에게 소주 한잔의 유언을 주었다. 내가 죽으면 땅속에 묻지 말고 화장하여 바다에 뿌리라고. 그리하면 그 출렁이는 파도를 타고 육신과 영혼 모두 전 세계 항구에 드나들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지금 나는 남아있는 나의 시간을 위하여 다른 꿈을 만든다. 노년으로 접어들며 하고 싶은 일을. 이루지 못한 마도로스의 꿈을 위하여 세계 각국에서 우리나라를 찾는 젊은 배낭족들에게 우리의 문화를 알리고 그들로부터 그들의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 세계적 젊음과 문화와 대화가 머무는 International Lodge! 이것이 내가 떠나며 세상에 남겨놓고 싶은 이승의 마지막 꿈이다.
2007년 6월 스므나흘날
그림 길상사 사이트 갤러리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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