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에 들려
해가 바뀐지 벌써 한 달이나 지났다.
그리고 내일은 또 다른 의미의 새해가 시작된다.
생일이 음력으로 되어 있는 고로
지금까지 버티고 있었는데
이젠 별수 없이 한 살을 더 먹는구나.
그래도 생일이 아직 남았다고
좀 더 버텨볼까?
먹는다.
나이를 먹는다.
누가 입에 넣어주는 것도 아니거늘
흐르는 세월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보이지도 않는 걸 그리 먹어간다.
그래서 세월은 재고가 없다.
배부른 것도 아닌데
하많은 사람들이 자꾸 먹어치워
늘 새로운 세월이 생겨난다.
세월은 흐른다.
시냇물도 아닌데 흘러간다.
흐르는 이치는 위아래가 있어야 하거늘
우리는 세월의 이치를 모른다.
어디로 어떻게 흐르는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 보이지 않는 것을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치를 모르고 먹어서인지
먹었다고 자랑하지 못한다.
어렸을 땐 누구나
나이를 빨리 많이 먹고 싶어 한다.
그래서 지금도
어린 사람들은 나이를 먹는다.
그러나
중년이 넘은 사람은
스스로 먹지 못하고
나이에게 들려서 산다.
그래서 나이가 들었다고 한다.
흐르는 세월에 들려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지 못하고
세월이 데려다 주는 곳으로 들려갈 뿐이다.
다가오는 새 세월에
이제는 내 몸도 들려가게 되는 것을
그래도 먹어온 나이를 디딤돌 삼아
청마의 등에 얹혀
조금 더 먹어볼까.
2014년 1월 30일
하늘빛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