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영미야 정은아

korman 2018. 2. 25. 19:26




영미야 정은아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오늘 끝이 났다. 북한 사람들 이야기 빼고는 특별한 사건 사고 없이 평온한 가운데서 많은 나라 사람들이 같이 즐긴 스포츠 행사이니 한참 후에 나올 손익계산서상 사업적인 측면을 빼고는 대단히 성공한 대회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목표한 바에는 도달하지 못하였지만 늘 강조하는 대로 참가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한다면 메달 면에서야 좀 섭섭한 감은 있지만 반면에 예상치 않은 측면에서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였으니 그리 섭섭해 할 것도 없는 대회였다고 할 수 있겠다.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 참가자들보다 먼저와 점검차원에서 각종 올림픽 시설을 둘러보던 북쪽 사람들은 궁금한 점이 있으면 가는 곳 마다 배치되어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달고 있는 이름표를 보고 아무개씨하고 불러서 묻곤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한곳에서는 그들의 대표격인 사람이 자원봉사자의 이름을 부르려다가 흠칫 놀라며 부르지 못하였다고 한다. 자원봉사자의 이름표가 ‘0정은’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라 했다.


이미 우리가 다 알고 있는 대로 북쪽에서 ‘정은’이라는 이름은 오직 한 사람만이 쓸 수 있다고 한다. 기존에 그 이름을 가졌던 모든 사람들은 강제개명 당했고 앞으로 태어나는 아이들도 그 이름은 절대로 가질 수 없다고 한다. 더군다나 그들의 당에서 지어준 존칭 외에 그 이름을 ’정은씨‘ 라 부른다는 것은 최고 불경죄에 속하여 엄한 처벌을 받게 된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나라에 와서조차 자원봉사자 이름이라 할지라도 그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자신들이 이야기하는 ‘최고존엄‘에게 불경죄를 저지르는 것이 되기 때문에 부르지 못한 것이다. 사실 ’정은‘이란 이름은 우리나라에서는 정겨우면서 무척이나 흔한 이름 아닌가! 그러나 북에서는 개인의 이름조차 마음대로 짓지 못하는 통제와 밀폐성을 스스로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영미~~, 영미!!!. 이제 이 ‘영미’라는 이름은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고 세계적으로도 낯설지 않는 이름이 되었다. ‘영미’라는 이름 역시 ‘정은’이처럼 친근감 있으면서도 매우 보편적인 이름이다. 오늘 벌어진 스웨덴과의 결승전에서 중압감이 너무 컸던지 평소보다 소심한 경기를 벌려 아깝게 은메달에 그치긴 하였지만 은메달이란 쾌거 역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성적이라 한다. 외신의 반응을 전한 기사에 의하면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사건은 다른 무엇보다도 한국의 여자컬링이라 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주목 받을 만한 경기가 비단 여자컬링만 있었던 것은 아니고 더군다나 컬링이라는 것이 다른 어떤 것들보다도 친숙한 종목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영미’라는 이름과 더불어 컬링은 온 국민들의 가슴에 가장 깊이 파고든 종목이 되었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사람이 되었건 미물이 되었건 이름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이름들은 누군가가 불러주어야 하고 또 이름대로 불리고 있다. 종류에 따라서는 같은 이름을 가진 것이 없는 것도 있겠지만 사람들 사회에서는 어느 나라 어느 사회에나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무수히 많이 존재한다. 지금까지도 독재자가 다스리는 나라들은 많이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최고지도자와 같은 이름을 통제하는 집단이 북쪽 외에 또 있다는 것은 들어보지 못하였다. 북쪽에도 영미라는 이름은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전 세계인에게 친숙해진 이야기가 북쪽에도 전해져 많은 인민들이 영미를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까지 남쪽에 체류한 그들 응원단에서는 알고 있을 터, 초코파이가 그들 사회를 암암리에 파고들었듯이 영미라는 다정한 이름이 살며시 파고들어 정은이라는 이름을 빼앗긴 사람들의 마음을 녹여주기 바란다.


우리의 영미처럼 정은이라는 이름이 북쪽 사람들 누구에게나 되돌려지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마음도 간절하다. 영미야~~정은아~~


2018년 2월 25일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