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그 때 같으면?
오늘(5월8일)은 ‘어버이 날’이다. 어버이를 위하는 일이야 날을 정해놓고 하는 건 아니지만 많은 나라에서 어버이를 생각하는 특별한 날들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야 요새는 부모를 합쳐 ‘어버이 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미국에는 어머니,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날이 다른 날로 각각 있다고 한다.
본디 5월8일은 ‘어머니 날’이었다. ‘아버지 날’이라는 게 없어 남자들이 좀 못 마땅했는지 어버이를 통째로 기리자는 핑계(?)로 1973년에 ‘어버이 날’로 개칭하였다고 한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게 1970년 2월이었으니 어려서부터 청소년기까지는 학교에서 매년 ‘어머니 날’을 기념하는 아침조회와 행사에 참석하였다.
그 당시 행사 때에는 어머니가 있는 아이들과 없는 아이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대외적으로 공공연하게 구분되었다. 당시의 교복에는 춘추복이라는 게 없어 5월 말 까지 동복을 입었다. 남자 교복의 경우 상의 바깥 위쪽에 양복처럼 조그마한 주머니가 있고 어머니가 있는 아이들은 거기에 붉은 카네이션을, 없는 아이들은 하얀 카네이션을 꽂았었다.
‘어머니 날’ 이라는 게 본디 우리나라에서 전래된 것이 아니고 한국 전쟁 후 아마도 미국의 영향을 받아 제정하였던 것 같은데 어머니 없는 것도 서러운데 왜 아이들을 공개적으로 그렇게 구분하였는지 당시에도 ‘왜 이렇게 할까’ 생각하였지만 나이를 많이 먹은 지금도 그 때 그 일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물론 ‘어머니날에 어머니가 없는 아이들을 특별히 생각해 주겠다는 어른들의 마음이 들어 있었겠지’ 생각하다가도 흰 카네이션을 단 아이들이 뭐 특별한 대접을 받았던 모습이 기억에 없으니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아무리 흰 카네이션의 꽃말이 ‘아직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는 하지만.
학교 다닐 때 내가 본 건 그저 붉은 카네이션과 흰 것 두 색 뿐이었다.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자연적인 노지 생화는 7~8월에 피어 5월에는 보기가 어려웠고 거의 종이로 만든 조화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요즈음이야 일 년 내내 늘 생화를 접할 수 있고 그 색상도 ‘빨주노초파남보’가 다 있고 색에 따라 꽃말도 각각이라 하니, 꽃말이라는 것도 사람들이 다 지어낸 것이기는 하지만, 요새는 꽃을 고르는 것조차도 쉬운 일은 아닌 모양이다.
흰색 카네이션의 유래는 1910년(1908년이라 기술한 곳도 있음) 미국의 한 여성이 교회에서 어머니를 기리기 위하여 교회 참석자들에게 흰 카네이션을 나누어준 게 그 시작이라 하는데 그 많은 꽃 중에 우리가 왜 그것을 따라했는지, 지금도 카네이션을 드리는 게 대세지만, 좀 생각해 보게 된다. 카네이션은 꽃 중에서도 예쁜 꽃에 속한다. 특히 붉은 카네이션은 붉은 장미에 버금간다. 그러나 우리나라 토종도 아니고 그 당시 우리 계절에 맞는 꽃도 아니었으며 우리에게도 좋은 꽃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미국의 영향을 받아 제정된 날이었다면 그 풍습도 따랐을 테니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하겠다. 요새는 다른 꽃으로 대체하는 젊은 층도 있기는 하지만.
만일 지금 학교에서 ‘어버이 날’에 어머니나 아버지가 가 안 계시는 학생들에게 흰 카네이션을 사용한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아마도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야기될 것 같다. 특히 SNS상에는 ‘6.25는 난리도 아니다’라는 말이 성사될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주말에 자식들에게서 한 바구니의 붉은 카네이션을 받으며 별걸 다 생각해 보았다.
2022년 5월 8일 어버이날에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HNe-ScO4GlY 링크
어버이날 노래 | 어머니의 마음 (낳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