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코미디 1,2,3

korman 2023. 10. 6. 17:20

코미디 1,2,3

연전에 일본에서 있었던 WBC 야구 대회에서 우리나라 우물 안에서는 스타라고 하는 한 선수가 안타를 치고 나가 스스로 격하게 축하하다가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지는 바람에 아웃된 일이 있었다. 그가 베이스에 진출한 순간은 우리나라에게는 매우 중요한 순간이었다. 이 사건은 전 세계 야구인들과 야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나중에 상대팀에서는 그 순간을 노렸다고 하였다. 그의 평소 행동에서 그런 순간이 주어질 것 같아 그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고 하였다. 상대팀에서는 우리 선수들의 안타 후 행동까지도 간파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그 야구 스타가 회자되는 것은 롤러스케이팅 결승에서 그 당시와 같은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금메달을 땄다고 성급하게 스스로 환호하며 자축하다 대만에게 그 금메달을 헌납한 사건이 벌어졌다. 결승선에 날을 먼저 들이미는 선수가 이긴다는 건 롤러스케이팅에서도 통하는 모양이다. 우리나라의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팀이 개발하여 (내가 일기로는) 지금은 전 세계에서 다 사용하고 있는 ‘날 밀어넣기’ 수법에 그가 당한 것이다. 스피드가 생명인 경기에서 상대 선수가 피부를 맞댈 듯 바로 옆에 붙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게 보이지 않았는지 그는 결승선을 통과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금메달 세레머니를 하느라 0.01초를 잃어버렸다고 한다. 태극기를 걸치고 트랙을 돌다 머쓱해진 그의 모습이 애처롭게 다가왔다. 야구에서 일어났던 코미디의 속편을 보는 것 같았다. 보는 사람이야 그렇다 치고 그 선수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2021년 일본에서 올림픽을 할 당시 중계방송을 하던 모든 방송국들의 중계화면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LIVE"라는 자막이 없어지질 않았다. 용어도 생소한 ‘지연방송’. ‘Delay'를 비롯하여 ’하이라이트‘ 등 지나간 경기를 방송하면서도 그 ’LIVE'라는 영어자막은 없어질 줄을 몰랐다. 시청자들이 LIVE와 DELAY, 지연방송, 하이라이트 등의 차이를 모른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심지어는 지난날의 경기를 녹화방송하면서도 LIVE는 씩씩하게 살아있었다. 예전의 방송은 참 솔직했다. Live에는 '생중계‘, 지난 경기를 녹화 방송할 경우에는 ’녹화중계‘, 외국에서 중계하는 경우에는 ’위성중계‘, ’위성녹화중계‘, 재방송을 하는 경우에는 ’재방송‘ 등등 시청자들에게 솔직한 자막을 사용하였다. 시대가 바뀌어 사용하는 용어 자체는 다르다고 하여도 지난 경기를 녹화방송하면서까지도 ’LIVE'라는 자막을 계속 넣고 있는 행위는 지난 올림픽에서나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나 매한가지다. 담당 PD들은 방송에서의 ‘LIVE'라는 용어의 의미를 무엇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녹화물이라도 그 영상 자체가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으니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의미로 LIVE를 사용하는 것일까? 아직 끝나지 않은 아시안게임중계의 없어지지 않는 ’LIVE'를 보며 야구 코미디의 시즌3를 보는 듯하다. 마구잡이라는 용어는 이런 때 사용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구잡이 LIVE.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국제적인 경기를 보면서 개인들이 참가하는 종목은 많이 발전하였는데 인원이 많이 참여하는, 특히 프로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 구기 종목에서는 발전된 면이 별로 눈에 뜨이질 않는다. 프로팀은 고사하고 아마추어 선수들조차 힘겹게 참여하고 있는 국가에서 온 팀에게조차 힘겨워하는 우리 국가대표 프로 선수들을 보면서 차라리 국내의 순수 아마추어 팀을 보내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 선수들이라 우리보다 못한 나라의 아마추어를 상대하는 것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 그런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무튼 아마추어, 프로 모두의 선전을 기대한다.

한편, 메달 순위를 발표할 때는 매번 아쉬움이 남는다. 많은 국가들이 주로 금메달 숫자만 가지고 국가 순위를 매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모든 메달에 점수를 매겨 그 종합점수로 혹은 전체 메달 숫자로 순위를 매기는 나라들이 있다. 이런 방법이던 저런 방법이던 국제기구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순위매김 방식은 없다고 한다. 아마도 ‘스포츠는 참가하는 데 의의가 있다’는 원론 때문인 같다. 그렇다 하더라도 금메달에게만 충실한 순위는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를 대표하는 것도 어려운데 하물며 국제적으로 경쟁을 해야 하는 선수들의 심정은 어떠하랴. 시쳇말로 금은동 모두 한끝 차이 아닌가. 순위를 매기려면 금은동에 점수를 두어 종합점수로 가리는 게 옳은 것 같다. 모두 같이 고생하여 얻은 결과물에 은과 동은 쉽게 잊혀지고 ‘금’만을 너무 중요시 하는 게 금메달 선수만을 기억하게 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원인을 제공하는 것은 아닐는지. 

2023년 10월 4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ZuOKOPabCnQ 링크

Autumn Morning | Happiness Vib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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