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3월 01일 (화요일) 17 : 37 한겨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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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덕대왕신종 소리의 비밀 푼 ‘맥놀이 지도’ | ||
[한겨레] “에밀레∼” 구슬픈 울음 비대칭이 빚다 신새벽에 들리는 범종 소리는 잠자던 마음에 청명함을 일깨운다. 노을 지는 산사의 종소리는 찌든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한다. 이런 한국 범종의 깊은 맛에 이끌린 기계공학자들이 우리나라 최고의 범종인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18.9t, 통일신라 771년 주조) 소리의 비밀을 한꺼풀 벗겼다. 당차고 장중한 소리 퍼진뒤 김석현 강원대 교수와 이장무(서울대)·이치욱(미국 퍼시픽대) 교수는 지난 3년 동안 에밀레종의 신비한 ‘맥놀이’ 소리와 그 소리를 만드는 범종 몸체의 다양한 떨림 모양을 분석해 만든 맥놀이 지도를 국제학술지 〈음향진동학 저널〉(JSV) 3월호에 발표했다. 맥놀이란 유리잔이나 종 같이 속 빈 둥근 몸체를 두드릴 때 나타나는데, 소리가 맥박처럼 약해졌다가 세지기를 거듭하며 우는 소리 현상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에밀레종을 보관 중인 국립경주박물관이 2001~2003년 연 타종식에서 얻은 음향·진동 데이터를 대상으로 음파 신호 분석과 컴퓨터 모의실험(시뮬레이션) 등을 거쳐 얻어졌다. 분석 결과, 에밀레종을 타종하고 한참 뒤까지 “…어~엉…어~엉…” 하는 독특한 소리의 여운이 이어지는 것은 에밀레종 소리가 수많은 낱소리 성분들로 이뤄졌으며 이런 낱소리의 어우러짐과 소멸이 시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에밀레종 소리를 이루는 낱소리 음파는 1000㎐(헤르츠, 1초에 1000번 떨림) 이내에서만 무려 50여 가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여년 종소리를 연구한 김 교수는 “영국 세인트폴 성당의 종 ‘그레이트 폴’(17t, 1881년 주조)을 분석했더니 음파 수는 20개에 못 미치는 정도”라고 말했다. 소리는 타종 순간, 한꺼번에 생겨나 허공으로 퍼진다. 첫소리는 ‘당참’과 ‘장중함’이다. 당목(범종을 치는 나무)을 크게 휘둘러 생기는 운동에너지가 범종으로 옮아, 범종 몸체에 수많은 떨림들을 만들어낸다. 김 교수는 “소리는 떨림 없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50여 가지 주파수 성분이 있다는 것은 타종 직후의 범종 몸체에 50여 가지의 떨림이 일어난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낱소리들은 서로 흡수하거나 합병하지 않는다. 오로지 각 떨림은 제 몫의 운동에너지를 마찰에너지로 다 소모한 뒤에 사그라질 뿐이다. 빠르게 떨리는 고주파는 그만큼 빨리 사라진다. 타종 뒤 몇 초 안에 거의 대부분 낱소리들이 소멸한다. 그러고나서 센 소리에 가려져 있던 에밀레종만의 신비한 소리가 마침내 나타난다. 김 교수는 “9초 이후 에밀레종 소리의 세계는 숨소리 같은 64㎐와 어린아이 곡소리 같은 168㎐의 음파만이 지배한다”고 말한다.
‘선림원 종’ 옛기술 그대로 복원 한국전쟁 때 파손된 통일신라 ‘선림원 종’이 전통의 청동 밀랍 주조기술로 복원됐다. 국립중앙과학관 과학기술사연구실(실장 정동찬)은 1일 “3년 동안 연구한 끝에 국보급 과학문화재인 통일신라 선림원 종을 밀랍과 이암흙 등을 이용해 옛 선조들이 쓴 ‘청동 밀랍 주조기술’로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1200년 전 주조된 선림원 종(높이 122㎝, 무게 1t)은 한국전쟁 때 월정사가 불타면서 파손됐다. 이장무 서울대 교수팀이 복원된 종의 소리를 측정한 결과 타종 이후에도 강약을 거듭하는 소리의 여운이 남는 ‘맥놀이’ 현상이 0.75초마다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윤용현 연구관은 “천연 밀랍으로 종의 틀과 문양 등을 섬세히 새기고 이암 흙으로 덮어 거푸집을 만든 다음, 밀랍을 녹여내고 남은 빈자리에 쇳물을 붓는 방식으로 복원했다”며 “이런 전통기법이 신비한 맥놀이를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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