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2

은행나무

은행나무 내가 늘 거주하는 방에서 창문을 열면 보이는 가로수들은 모두가 수령이 꽤 된 은행나무들이다. 창에서 보이지 않는 방향에도 물론 은행나무가 들어서 있다. 내가 사는 동네 가로수의 거의 전부가 은행나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암수가 섞여 있어 가을 초입 바람 부는 날이면 보행인들 전부는 길 곳곳에 떨어진 은행을 피해 다니느라 일반적인 보행을 하지 못한다. 은행을 잘못 밟으면, 은행 알이 아무리 맛이 있다고 하여도, 그 과피에서 나오는 냄새는 참을 수가 없다는 걸 모두 알기 때문이다. 지금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우리가 몰랐던 ‘두리안’이라는 동남아 지방의 열매나 비슷하다고나 할까. 예전에는 길가에 떨어진 은행을 봉지에 주워 담는 노인들이 많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은 살아진지 오래다. 아마도 ..

책갈피 속의 이파리

책갈피 속의 가을 이파리 포플러가 늘어선 가을의 신작로에 바람이 불면 대궐 기둥처럼 쭉 뻗은 몸뚱이에고깔을 씌운 듯 하늘로 뾰족이 오른 가지의 이파리들은바람에 파르르 소리를 내었다.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첫가지는겹겹이 쌓인 먼지의 무게로바람의 흔들림에서조차 자유롭지 못했다.엉겁된 세월의 겹겹이 처럼.  포플러가 늘어선 가을의 신작로에바람이 불면하늘과 닿은 꼭대기 노란 이파리는몸뚱이를 차며 바람타고 날아구름 속으로 숨을 듯 더 높이 올랐다. 흔들흔들 거리며 하늘을 떠돌다신작로 끝 어느 들 모퉁이에 누어햇볕 쪼이고 부스러지다그 조차 먼지가 되었다.영겁의 세월을 다 보낸 듯.  포플러가 늘어선 가을의 신작로에비가 내리면겹겹의 먼지에 바람조차 비켜간 이파리들도가을이 가져온 세월의 무게를 못 이겨갓길에 떨어져 빗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