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세계 각국 주재 우리나라 대사관 홈페이지 현지어는 어디로

korman 2009. 10. 16. 17:41

 

 

 

 

 

 

각국주재 대사관 홈페이지에 현지어는 어디로

   

주미한국대사관에서 미국교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 중에 미국에 살지는 않지만 내게 유용한 것이 있어 일주일에 한번정도씩 대사관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살펴보곤 하였는데 두어 달 전부터 한글페이지가 뜨지 않고 있어 혹시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 연결된 각국 공관소개 메뉴를 사용하면 열리지 않을까 하여 접속하였으나 그 역시도 연결되지 않았다. 혹시 내 컴퓨터가 잘못되었나하여 그곳에 대륙별로 정리되어있는 각국주재 몇몇 우리 대사관 홈페이지를 열어 보다가 결국 그곳에 연결된 모든 공관 사이트를 다 열어보게 되었다. 이유는 각국 홈페이지에 사용된 언어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그냥 상식적으로 세계 각국에 주재하는 우리나라 대사관들이 홈페이지에 사용하는 언어는 한글이야 기본으로 사용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주재국의 언어로도 표기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대사관 홈페이지는 우리나라 교민들을 위함도 있지만 주재국 국민들에게 우리나라를 홍보하고 우리나라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것은 나만의 생각이었다는 것을 모든 홈페이지를 열어본 후에야 알게 되었다. 우리 공관이 주재하고 있는 나라들이 모두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곳은 아닌데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글과 영문으로만 표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중남미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는 브라질을 제외하고는 스페인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그 많은 국가들 중에서 스페인어가 사이트에 표기된 나라는 국제사회에는 물론 중남미에서 조차도 별로 영향력이 없을 것 같은 4개 국가뿐이었다. 내가 짐작하는 중남미의 대표 대표국가들인 멕시코, 아르헨티나, 브라질 사이트에도 스페인어나 포르투갈어가 아닌 영어뿐이었으며 나머지 다른 나라들의 사이트에도 모두 현지어가 아닌 영어가 사용되었다. 심지어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하여 교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칠레 사이트조차도 스페인어표기는 없었다.

   

중앙아시아와 동유럽에도, 동남아시아와 북유럽에도, 중동과 아프리카에도 비록 고유문자가 없어 영어 알파벳을 빌려 쓰는 나라들에도 나라마다 고유의 언어를 사용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주재국의 언어로 정보를 제공하는 우리나라 공관 사이트는 영어권 국가들, 일본, 러시아, 중국, 프랑스, 이태리, 독일, 베트남 정도였다. 독일과 베트남은 대사관 홈페이지는 현지어로 표기되었지만 같은 나라에서 별도로 운영되는 프랑크푸르트와 호치민 총영사관 홈페이지는 모두 영어를 사용하였다.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아프리카 국가에도 영어였으며 독일어를 사용하는 다른 나라에도 독일어는 없었다. 중동과 아프리카 북부나라들에도 아랍어는 없었고 베트남을 제외한 동남아시아는 물론 중앙아시아 및 북유럽에도 주재국의 언어는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스페인어의 모국인 스페인 주재 대사관 사이트도 한글과 영어표기 뿐이었다.

   

우리나라는 인구도 작고 국토도 작지만 이제 IT 강국으로 세계 경제대국중의 하나가 되었으며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나라가 되었고 내로라하는 나라들의 모임인 G20 회원국이며 내년에는 의장국이 되어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주재하는 나라가 되었다. 따라서 세계 각국 사람들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예전 보다 더 궁금할 것이며 이를 알기 위한 정보가 필요할 경우 우선 자국에 주재하는 한국공관의 존재 여부와 인터넷으로 접속이 가능한지 부터 알아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 가운데 영어를 필요한 만큼 해독하는 사람들이 각국에 과연 얼마나 존재할까. 그리고 영어를 해독하는 사람만이 한국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을까 또한 우리는 영어를 해독할 줄 아는 사람들에게만 우리나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어야 할까.

   

내친김에 일본은 어찌되어있는지 일본외무성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우리보다는 분명 선진국이기는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를 라이벌로 생각하여 국제사회에서 심심치 않게 우리의 힘을 배제하려 노력하는 일본. 그들의 각국주재 공관 홈페이지도 주재국 언어에 관계없이 영어 일색일까.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들은 철저하였다. 대륙을 가리지 않고 주재국 언어로 표기가 가능한 모든 국가의 홈페이지는 아프리카 국가들 까지도 그리되어 있었으며 몇몇 국가에는 주재국 언어는 물론 영어까지 표기되어 있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주 미국 우리나라 대사관 홈페이지의 한글판은 열리지 않고 있다. 다른 공관 사이트는 모두 열리고 있으니 내 컴퓨터가 잘못된 건 아닌 것 같은데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 한줄 문의하는 글 올려놓고 빠져 나오며 국제사회에서 독도가 다께시마가 되고 동해표기가 일본해로 되는 데는 주재국 언어를 배제하는 대사관 홈페이지도 한 원인처럼 느껴져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하루빨리 우리나라 대사관의 홈페이지도 일본처럼 현지어로 구성하여 영어를 모르는 그 나라 국민들에게도 풍성한 대한민국의 정보가 제공되기 바란다.

 

2009년 10월 열엿샛날

 

 


선명회 합창단 - 오빠 생각

 

 

* 이 글을 끝낼즈음 조선일보 독자투고난에서 전화가 왔다. 먼저 간략게 독자투고로

   보낸 글을 독자광장에 싣고 따로 원고는 취재쪽에 전하였다고. 정식 기사로

   다루어 질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일은 빨리 기화 되어 모든 대사관 홈페이지가

   현지어화 되기 바란다. 

* 원고는 10월 17일자 신문 독자광장에 실렸다.

 

이미지출처 : 네이버이미지 

음악출처 : http://saranghae.ohpy.com/76539/819

 

 

'이야기 흐름속으로 > 내가 쓰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의 담배꽁초  (0) 2009.11.22
가짜꿀과 찬송가  (0) 2009.11.11
종(鐘) 때문에  (0) 2009.10.09
김치찌개  (0) 2009.09.12
매미소리  (0) 2009.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