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나는 내게 묻지 않을 수가 없다.

korman 2010. 7. 2. 21:27

 

 

 

 

 나는 내게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일기예보에는 오후부터 국지성 호우가 내리겠다고 하더니만 아침부터 창밖에는 그 비가 내리고 있다. 장마가 깊어지고 있음이겠지. 이런 날은 큰 머그컵으로 방금 커피 한잔을 다 마셨음에도 또 커피 생각이 난다. 그리고 뒤이어 부침개에 막걸리 생각까지. 우선 커피 추출기에 새 커피를 넣는다.

 

후텁지근한 바람이 열어놓은 베란다 문으로 비를 몰고 들어와 방 안으로 습기를 가득 들이 밀고는 반대편 방문으로 휘돌아 나간다. 이제 올해의 반을 넘긴 7월이 장마가 깊어지며 시작되고 있다. 골 패인 대한민국에 올해는 물난리가 없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호국보훈의 달이라고 하는 6월이 천안함 사태와 맞물리면서 예년과는 달리 많은 행사가 있었고 또 국가를 위하여 희생한 사람들의 잊혀 가던 일들이 새롭게 조명되기도 하였으며 그 격이 높아지기도 하였다. 이는 그들이 목숨을 바쳐 지켜온 나라에 사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그들이 무관심 당하던 때를 생각하며, 조금이나마 다행스러운 일로 받아드린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지켜온 이 땅에 살면서도 그들의 희생을 비하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일개 방송 코미디 프로만큼도 귀히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데는 많은 실망감이 앞서기도 한다.

 

호국보훈을 위한 국가 행사장에 국가 최고의 무공 훈장을 달고 참석한 어느 국가유공자의 등 뒤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기에 저런 훈장을 받았을까”라고 쑤군대는 젊은 사람들이 있어 그 노인은 이제 어떤 행사에도 훈장은 달지 않는다고 하였다. 국내에 거주하는 유공자들은 한 달에 불과 몇 만원 손에 쥐어 주면서 재일학도의용군이라고 잠시 참전하고는 북한의 교육과 지령을 받고 반국가 단체를 결성하여 활동한 증거가 뚜렷한 사람이 일본에 거주하는 관계로 국내법에 의한 실질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가 유공자로 매월 100만원이라는 거액이 지불되고 있다고도 한다. 하기야 반세기 동안 애국지사 대열에 있다 졸지에 친일파로 뒤집어진 사람들도 많은 판국이니 무슨 행정이 그러냐고 따질 일도 못되지만.

 

천안함 사태는 다른 나라 전문가들까지 참여하여 여러 가지 과학적인 조사가 이루어졌고 모두 북한의 소행이라는데 공감을 하였다. 정책상 북한의 편을 들어야 하는 러시아와 중국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국제사회에서도 이를 북한의 소행으로 규정하여 규탄하고 있으며 피해 당사국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의회에서까지 대북 비난 결의안을 채택하는 나라들도 있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우리는 어떠한가. 조사가 완벽하였던 좀 미흡하였던 간에 객관적으로 북한의 소행인 것은 틀림없음이 나타났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국회에서는 마지못하여 미루다 미루다 엊그제서야 북한의 행위를 비난하는 결의안을 일부의 반대 속에 통과 시켰다. 늦은 것도 늦은 거지만 이를 반대한 사람들은 어찌 보아야 하나.

 

일부 사회단체에서는 그리 잘났는지 UN에 까지 편지를 보냈다. 자신들도 국제사회에 의견을 낼 수가 있다고 하면서. 그러나 천안함 문제는 일개 개인이나 사회단체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자체의 문제이다. 아무리 개인이나 단체의 의견이 자유롭게 표출되는 민주국가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나라 안에서 주장하는 것도 모자라 UN에 까지......이들에게는 국가가 없음인지. 아마 내년쯤 UN에서는 지상 최대의 민주국가로 대한민국을 지목할지도 모를 일이다.

 

야간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배치된다 하니 매일 수십 건의 야간집회 신고가 접수된다고 한다. 밤에 모여서 무슨 일들을 주장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모두가 손에 촛불은 하나씩 들고 나올 것이다. 미선효선 사건 때나 미국소고기 광우병 때도 수많은 단체에서 그리하였다. 모두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생각한다고 하면서. 그러나 누가, 어느 단체가 천안함 희생 장병들과 북한의 만행을 생각하는 촛불을 들었을까? 앞으로 신고 되는 그 많은 야간집회에서 과연 천안함을 생각하며 촛불을 드는 집회가 있을까?

 

김구 선생이나 이승만 박사의 뒤를 잇고 싶었음인지 늘 한복을 차려입고 각종 시위에 가리지 않고 참석하시던 목사 한분이 불법으로 입북하였다고 한다. 대한민국 헌법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 대한민국 국민은 주거의 자유가 있다.”라는 조항이 있다. 그래서 그랬나? 그가 똑똑한 사람이라면 돌아와서 이 조항을 들어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헌법소원을 내도 될 듯싶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는 “그런 당신은 뭐야? 당신이 촛불 들고 나가” 라고 질책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리하지 못하는 나는 나 자신에게 과연 내가 그들이 죽음으로 지킨 대한민국에, 이 땅에, 사는 국민이 맞는가를 묻지 않을 수가 없다. 골 패인 대한민국에 이 장마가 지나면서 그 골로 흐르는 물에 실려 온 부드러운 흙으로 모든 상처가 메워져 풍성한 여름을 맞이하기 바란다.

 

2010년 7월 이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