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시간을 생각하며
6월에
전화 저 편에서 들리는
그의 목소리에는
세월의 무게에 눌린 듯
힘겹게 들렸다.
늘 힘 있고 명랑하던 그의 대답은
가족을 잊고 혼자 살아온 7년의 사연이
한순간 진한 먹구름을 몰고 온 것인 듯
우울하게 들려왔다.
어디 몸이 안 좋으냐는 물음에
그는 뜬금없이 대답했다.
“나 간단다.”
“야 가긴 어딜 간다는 거야?”
"얼마 안 남았대.”
“이게 돌았나? 야 임마 뭐가 얼마 안남아?”
“간암 말기란다.”
순간 내 할 말은 잊어버리고
수화기는 들고 있었으되
그도 말이 없었다.
그냥 몇 년 전
같은 이유로 잃어버린 친구
그의 얼굴이 순간 스치고 지나갔다.
누구에게 연락해야 하나 고심하다
나의 친구이기도 하지만
그와 절친한 두명의 친구에게 전화를 하였다.
하나는 뉴질랜드로 하나는 서울로.
그리고 서울 친구와
지방의 그 친구 거소를 찾았다.
간다는 소식은 접어두고 무작정.
몇 달 전 나에게 자취를 남겼던 일은 잊는 채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귀 익은 목소리에
그는 주소를 몰랐을 텐데
어찌 찾았냐는 물음과 함께 첫 마디가
“마음 다 정리되었다.”
셋은 한참을 침묵 속에
방바닥만 쳐다보고 앉아 있었다.
그렇게 반시간을 흘렸을까
내가 물었다. 얼마나 시간이 남았냐고.
그리고 그는 담담하게
수술해도 달라지는 일은 없을 거라는 말과 함께
의사가 6개월 정도라 했다고 했다.
그래서 주변을 이미 정리했으며
남쪽 섬으로 혼자 가기로 했으니
이제 찾지 말라고 했다.
전화도 이메일도 며칠 내로 다 정리하겠노라고.
세 문학친구가 한 작가 친구의 방에 앉아
같이 소설을 쓰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리고 겨우 설득하여 얻은 대답이
통영의 작은 섬으로 가기고 했다는 이야기.
그리고는 차 막히기 전에
서둘러 올라가라고 우리 등을 떠밀었다.
전화 할 생각도 다시 찾을 생각도
하지 말라는 뒤엣말을 남기며.
그가 믿는 신이
우리의 대화를 들었을까.
뉴질랜드 친구가 온다고 했는데
다시 못 볼지 모를 친구가
먼데서 온다고 했는데
어찌 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더니
8월에 연락 하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는
통영의 어느 섬으로 갔는지
전화도 문자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소설을 읽고 있다.
그 삶의 소설을.
2010년 7월 열 하룻날
친구의 시간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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