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스스로 잠자는 스마트폰

korman 2015. 12. 10. 19:50
 

 

 

 스스로 잠자는 스마트폰

 

저녁 무렵 친구로부터 카톡을 받은 후 탁자에 놔뒀다가 저녁을 먹은 후 작동을 시켰더니 멀쩡하던 전화기가 갑자기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잠근화면도 켜지지 않고 전화기를 껐다 켰다하는 스위치도 말을 안 들어 그야말로 먹통이 되어버렸다. 다른 일이야 뭐 급한 게 없으니 전화기 고쳐서 연락하면 되지만 내일 아침에 마누라 수술 후 관리를 위하여 병원에 가는 예약이 되어있고 병원에서의 모든 연락이 내 전화기로 들어오는데 서비스센터도 문을 닫은 시간이라 참 낭패였다. 더구나 전화기에 입력시킨 모든 기록들이 없어졌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어 초조함까지 나타나는 것 같았다. 저녁 때 병원에서 무슨 연락이 올까마는 전화기 불통으로 나타나는 느낌에 병원문제를 떠나서 나도 어느 샌가 핸드폰 증후군에 들어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우선 다른 번호를 등록시키고 진료를 받은 후 다음 예약을 하고는 마누라를 집에 내려주자 마자 서비스센터로 향하였다. 핸드폰이 없었을 시절에도 집전화가 불통이라고, 전화기가 고장 났다고 그걸 고치기 위하여 이리 서두르지는 않았는데 서비스센터로 차를 급히 몰아가면서 마누라 병원연락은 부차적인 문제이고 증후군으로 인하여 나타나는 부작용이 이렇게 마음과 몸까지 서두르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씁쓸한 생각과 함께 이제는 집이나 회사에 전화가 있어도 모든 연락이 핸드폰에 집중되는 고로 이런 현상이 사회공동체나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떠나 극히 개인적인 이기적 사회를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서비스센터에 접수를 시켰더니만 접수대에 있는 여직원이 이것저것 물으며, 모두 내가 이미 해본 것들이지만, 스위치도 눌러보고 충전도 시켜보고 하면서 전화기 상태를 살피고는 몇 자 메모를 붙여 2번에 가 차례를 기다리라고 하였다. 내 앞에서 누군가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연을 엿듣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인지 아니면 모두에게 공개된 공간이라 들리니 듣는 것인지 앞의 할아버지 고객에게 서비스맨은 열심히 조리있게 설명을 하는데도 이 할아버지는 묻고 또 묻고 물었던 걸 되묻고, 내가 참 답답하게 느꼈으니 설명하는 그는 얼마나 답답하였을까? 나는 한시가 급한데 그 할아버지는 자리를 뜰 줄 몰랐다. 한 참 후 내 이름이 불려 그 앞에 앉았다.

 

그는 이미 내 스마트폰을 작동 시키며 나를 부르고 있었다. 어찌된 일이냐고 묻는 나에게 그는 고장이 아니라 스마트폰이 피곤을 느껴 스스로 자는 거리는 말을 먼저 하였다. 이어지는 설명에서 그는 이런 현상은 내 것과 같은 배터리 일체형에서 나타나는 것인데 보통 배터리 교환형은 배터리를 교환할 때 전화기가 완전히 꺼지기 때문에 괜찮은데 일체형은 충전을 시키며 계속 켜놓기 때문에 전화기가 피로를 느껴 켜져 있지만 아무 것도 작동 안 시키고 스스로 잠을 자는 것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전화기를 강제로 껐다가 강제로 켜야 한다고 하며 시연을 하였다. 왼쪽 볼륨 하단 조절 단추와 오른쪽 온오프 스위치를 함께 약 10초간 누르고 있으면 다시 작동이 된다는 것이었다. 실지로 그리 되었다. 그리고 이런 전화기는 3일 정도에 한 번씩 완전히 껐다가 다시 켜야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잠을 재우라는 것이었다.

 

전화기 매뉴얼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대로 읽기는 읽었는데 내가 잘 못 보았는지 그런 설명은 없었던 것 같다. 어쨌건 사용하면서 똑똑한 기계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피로를 인지하고 기계가 스스로 쉬면서 잠을 자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에 생각이 미치고 스마트폰이라는 이름이 공현이 붙여진 게 아니라는 감탄과 함께 앞으로 기계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면 영화에서처럼 세상이 마비되거나 기계의 공격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우가 앞섰다. 스마트폰이 내 뇌를 지배한 하루였다.

 

2015년 12월 10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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