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은행잎에
오늘처럼 잿빛 하늘이 내 시야의 끝에 놓인 고층건물의 스카이라인을 가리고 후두둑 그러나 빼곡하지도 않은 굵은 빗방울이 노란 은행잎을 거리로 떨굴 때는 잘 볶은 진밤색 커피원두를 간다.
스산한 마음을 감싸는 그저 커피향이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는 그 냄새는 Andrea Bocelli의 Love in Portofino만큼이나 부드럽고 감미롭다.
너무 크지 않은 무늬 없는 머그컵에 조금은 진하게 뽑은 아메리카나 한 잔을 들고 창가에 서서 인도에 깔리는 은행잎을 바라보다 문득 이리 스산한 가을 날엔 수채화 같은 포르토피노 그곳 카페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이탈리안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부으며 가을 바다를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에 내 손의 커피가 식어가는 것을 잊는다.
포르토피노가 아니어도 내 사랑은 아날로그의 LP판에 담겨 노란 은행잎이 바라보이는 내 창가에 있는 것을.
마주앉은 40년 연인과 가을 가평 잣막걸리 한잔과 호박부침개 한 점의 Love in My Home으로 포르토피노는 잊혀져 간다.
2015년 11월 13일 하늘빛
노래 : Andrea Bocelli 곡명 : Love in Portof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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