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새해 첫날 빈둥거림

korman 2016. 1. 1. 21:52

 

 

 

 새해 첫날 빈둥거림

 

새해의 첫해가 넘어가는 시간이다. 내가 사는 동네는 언제 구름이 끼었는지 매일 아침 내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던 아침햇살이 2016년 첫날은 구름에 가려졌다. 눈이라도 금방 휘날릴 듯한 회색빛 하늘에 저녁노을도 살아졌다.

 

TV앞에 유유자작하게 드러누워 어제 송년회 한다고 아이들과 마신 소주의 숙취를 달래며 2015년의 마지막 밤에 무슨 꿈을 꾸었을까, 혹시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 돼지 몇 마리는 없었을까 생각해 봐도 아무런 그림도 보이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잠속에서 본 것이 기억나지 않아야 좋다고 하였으니 그저 무덤덤하게 작년 프로그램을 재방송하는 TV만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문득 내가 새해에 뭐 바랄게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집사람이 수술을 받는 일이 생겨 연말에 병원을 드나들었던 일이 있었는지라, 그리고 앞으로도 6개월여를 수시로 그리 하여야 하기 때문에 해 넘기 전에 갑자기 건강이라는 것에 대한 바람이 하나 생기기는 하였지만 사람의 희망사항은 1년 12달을 지내며 수시로 변하는 것이니 뭐 딱히 새해를 맞아 정해 놓고 바라는 것은 없다. 늘 오늘만 같아라 하듯이 오늘 궂은 일 없이 하루 집사람 얼굴 쳐다보며, 어제 갖은 재롱을 피워대던 손주들과 영상통화하며 보냈으니 특별한 바람을 정하지 않아도 이렇게 2016년을 보내면 좋은 것 아닐까! 거기에 더하여 집사람이 6개월 후에 건강해져 손잡고 여행이나 다닐 수 있으면 대단히 좋은 일이고.

 

뉴스를 보다 리모컨의 다른 숫자를 확 눌렀다. 작년에도 맨날 싸우며 허송세월을 보내신 분들이 올해 첫날에도 또 싸우다 아무것도 정하지 못하고 헤어져서는 서로 상대방을 탓하는 모습을 왜 새해 뉴스의 첫머리로 방영하는지 참 마음에 안 들었다. 새해에는 그런 정치뉴스는 맨 나중에 전하면 어떨까 생각하며 새해 첫날부터 저렇게 한다면 또 일 년 내내 뻔한 일인데 65세 이상 국민도 70%가량이 컴퓨터하고 SNS도 한다하니 그 분들에게 돌아가는 국민의 세금으로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 범안이며 정책들을 인터넷을 통하여 국민들에게 직접 묻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올해는 병신년(丙申年)이라 한다. 참 부르기 어려운 이름이다. 뜻이야 다르다고 하지만 어감이 영 안 좋기 때문이다. 이 이름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신 분들이 많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에 이 이름을 넣었더니 누군가가 "병신년 아무개", “병신년에.....병신짓 하지 말았으면” 하는 글귀가 떴다. 새해 첫날부터 사람들의 마음을 몹시도 불편하게 만드는 글귀다. 올해는 대중을 상대로 이런 막말을 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내거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졸겠다는는 생각이 들었다.

 

동해로 남해로 새해에 첫 해 뜨는 걸 보려고 길 떠났던 사람들이 돌아오느라 고속도로가 많이 막힌다는 소식이다. 차 몰고 다니며 나도 다 겪는 일이지만 그래도 어딘가 그리 다닐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차가 막히면 차내에서 빈둥거려야 한다. 난 집에서 빈둥거렸다. 해 뜨는 건 사진으로 보았다. 각자 빈둥거려야 하는 원인과 장소는 달랐지만 그래도 차내에서 빈둥거린 분들은 일출을 본 기쁨의 유효기간이 올해 말 까지 지속될 것이니 방콕의 빈둥거림보다는 훨씬 행복한 새해를 맞았다고 봐야 하겠다.

이렇게 새해의 첫날을 보냈다.

 

2016년 첫날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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