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할아비의 밑천은 인터넷으로 이어진다.

korman 2016. 9. 12. 17:58



     그림:야후

할아비의 밑천은 인터넷으로 이어진다


아이들이 더듬더듬 말을 배우기 시작 할 때 눈에 뜨이는 만물에 대한 궁금증이 더불어 생기는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녀석이 “이건 뭐야?“부터 배워가지고 매일 수도 없이 이건 뭐냐고 물어오는 통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아이들의 질문에는 어떤 형태로든 대답을 해 주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인지라 이어지는 손녀의 물음에 좀 귀찮아 지면 엄마 아빠에게 물어보라고 떠넘긴 적도 수차례 있었지만 그 때에는 ”할아비가 모르니 엄마 아빠에게 가르쳐 달라고 하자“라는 당위성을 애써 부여하였다. 귀찮기는 하지만 아이의 궁금증을 막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이 녀석이 이제 6살이 되어 한글을 깨우치고 자신이 알지 못하던 읽고 쓰는 세계에 다다르니 또 다시 질문을 쏟아 내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지금의 질문은 “이건 뭐야”라고 하던 단순함을 떠나 사물의 이름에서부터 사용처, 개발자 등등 연관되고 복합적인 질문을 계속 쏟아내고 있으며 길가의 간판이나 어른들의 이야기에서 주워들은 말까지 질문에 포함시키고 있어 할아비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하나를 대답해 주면 그 대답에 대한 또 다른 질문이 이어진다. 즉 곁다리 질문이 점점 늘어나 흡사 끝말 이어가기를 하는 것과 비슷한 모양새가 되어 할아비의 대답 밑천이 얼마나 되는지를 시험하고 있다. 그래서 요새는 컴퓨터 앞에서 질문을 받거나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찾아내야 한다. ‘실버 골든벨을 울려라’라는 프로그램에 출연자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여름이 한창인 8월 초, 이 녀석이 다니는 어린이집 담임교사가 휴가를 가고 그 기간 동안 대체교사가 왔었는지 아니면 실습교사가 왔었는지, 하루는 할아비에게 오자마자 임시로 오신 선생님께 태극기에 대하여 배웠다고 자랑을 하였다. 그런데 아이의 설명을 듣고 보니 이걸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태극의 청홍색 의미에 대하여 배웠다고 하는데, 아이의 말이니 그 정확도에 의심이 가는지라 여기에 옮겨 적지는 않겠지만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되겠다 싶어 집에 있는 태극기를 꺼내 놓고는 색의 의미를 6살 아이에게 어찌 설명할까 고민하다 일단 세상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에 빗대어 이야기 하고는 선생님이 가르쳐준 것은 크게 잘못되었음을 강조하였다. 아이들은 선생님 말씀에 대한 신뢰가 두터운데 교사가 태극과 그 색의 의미를 알고도 일부러 왜곡되게 가르쳤는지 아니면 그 교사도 아이들에게 잘못 가르친 그대로 알고 있는지 참 걱정스러웠다. 우리나라와 사회의 주춧돌이 아이들인데.... 

 

9월의 첫날 느닷없이 우리나라 마지막 임금이 고종이냐 아니면 순종이냐를 물었다. 갑작스런 역사질문에 이건 6살짜리가 물어볼 일이 아닌데 생각하여 이런 걸 어디서 알아서 물어보냐고 되물었다. 책보다 그냥 궁금해서 아빠에게 물어봤는데 아빠는 순종이라고 가르쳐 주고 오늘 선생님은 고종이라고 가르쳐 주었다며 어느 답이 맞는지 할아비에게 묻고 있는 것이었다. 이 아이의 어린이집 담임교사는 아이 아빠보다 나이가 좀 어리다. 나도 그렇지만 내 자식도 초등학교시절 ‘태정태세문단세.....고순종’을 외웠다. 그간에 마지막 왕이 바뀌었나 하는 생각에 인터넷을 찾았다. 순종은 비록 짧은 기간 동안 꼭두각시였지만 그러나 공식적으로 우리역사상 조선의 마지막 임금으로 건재하고 있었다. 그러니 담임교사가 잘못 알려준 것이었다. 선생님의 신뢰성을 지켜주면서 제대로 알려주는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아빠가 가르쳐준 순종이 맞는데 순종은 아주 짧은 기간 동안 임금을 하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종으로 알고 있단다. 그래서 선생님도 착각하고 고종이라고 가르쳐 주셨을 거야. 하지만 마지막 임금은 순종이고 순종은 고종의 아들이란다.”


글을 마감하려는데 또 엉뚱한 질문이 던져졌다.

“할아버지, 집을 부수는 거는 빨리 하는데 짓는 거는 왜 오래 걸려요?”

이건 또 어찌 설명을 하여야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어린이집에서 송편을 만들어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은지라

“어린이집에서 송편 만들어 먹었다고 했지? 그런데 새로 송편을 만들 때는 재료준비하고 만들고 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다 만든 다음에 송편 하나를 먹어 없애는 것은 금방이었지? 그것과 비슷하단다. 무엇이던지 새로 만드는 것은 오래 걸리고 없애는 것은 금방이야.”

그러자 이 녀석 왈

“그럼 이로 송편을 씹는 것이 집을 부수는 거네요?”

그만하면 됐겠지 생각하려는데 슬그머니 할아비 의자로 올라오더니 이제는 컴퓨터 자판에 대하여 묻기 시작한다. 그리고 조금씩 알아가는 인터넷 검색에 대하여 줄기차게 물어온다. 아직 6살을 기다리는 손주가 둘이 더 있다. 그 녀석들도 이 녀석처럼 이리 질문을 해대면 이 할아비 어쩌나? 할아비 밑천은 인터넷으로 이어진다.

2016년 9월 12일

하늘빛


음악: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