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70의 초가을처럼
여름내내
아침 눈을 뜨면
그리 신선하지도 못한
도시의 새 공기를 마시려
습관처럼
겹창을 활짝 열었다.
아마 숨쉬기 위함 보다는
새봄이 되기도 전에
애처롭게
잘려나갔던 몸통에서
그러나
그래도 가지를 키워
순초록 이파리를 잉태한
은행나무의
젊은 시간을
보기 위함이었을 테지.
오늘 아침에도 자리를 털고
간유리로 막혀버린
안창을 열었다가
어느새
한기품은 바깥 창에
멈칫
여름이 갔나 하였다.
여명이 벗겨지는 거리
은행나무 가지는
아직 초록 잎에 덮여 있는데
하늘 가까운 이파리 몇 개는
차가운 시간을
먼저 마중하였음인지 벌써
계절의 굴레에 몸을 맡겼다.
내 70의 초가을처럼.
2020년 10월 7일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