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
내가 본디 천상천하 혼자가 아니었거늘
병들어 권하고 잔 들어 받는 이 없으니
동창으로 드는 달빛에 내 그림자 만들어
어수선한 세월주 너 따르고 나 마실까
혼자 마시는 술이라 혼술이라 하였던가
홀로 마시는 술이라 홀술이라 하였던가
창밖 큰비바람 두고 그 소리 안주삼으니
술술 넘어 술이라 한들 가시가 배었구나
오른손 따르고 왼손 받아도 한 병이 태산이라
내 평생 언제 한잔 비움이 이리도 힘겨웠더냐
방랑시인 감삿갓 노랫소리 잔마다 섞어 마셔도
같이 할 친구 앞에 없으니 이 세월이 가엾구나
이리 마시나 저리 마시나 취하는 건 한 가지라
시인도 아닌 것이 묵객도 아닌 것이 혼술에 젖어
내 한 번 붓 들어 김삿갓 싯귀절 흉내나 내어볼까
이리저리 그리다가 어색한 술주정만 되었구나.
2020년 9월 7일
코로나 세월에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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